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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하산 인사가 낳은 사상 초유 人災인가

특별기획② 2011국감 현장스케치 한전 / ‘9·15 정전사태’ 후폭풍

고승주 기자 | 기사입력 2011/09/27 [10:27]

낙하산 인사가 낳은 사상 초유 人災인가

특별기획② 2011국감 현장스케치 한전 / ‘9·15 정전사태’ 후폭풍

고승주 기자 | 입력 : 2011/09/27 [10:27]
9·15 정전사태의 원인은 무엇인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허위보고와 비상발전소 늦가동 등 허술한 대책이 지적됐지만 국감이 열리면서 방만한 한전내부의 사내기강이 질타의 대상이 됐다. 비전문가 낙하산 관행과 적자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성과급 잔치 등이 도마에 올랐으나 한전은 책임을 정부측에 돌리고 있다. 이런 와중에 개인 피해자들은 구체적인 피해입증만을 요구하는 피해보상규정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     ©운영자

‘사장’도 낙하산 ‘감사’도 낙하산vs한전 “적법한 절차 거쳤다”

정전 피해자 “난리통에 사진 찍을 정신 있었겠나?”…피해보상 막막

정전사태의 화살이 김중겸 한국전력 신임사장에게 쏠리고 있다. 사태초반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비판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되었던 것과 사뭇 다른 모습이다. 이유는 고위층이 대다수 지연, 학연 등으로 이뤄진 낙하산 인사들이었기 때문이다.

9월 18일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 등 자회사 11곳의 현 기관장과 감사 현황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이 대구·경북(TK), 이명박 대통령 측근, 고려대 출신으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한전의 상임이사진 7명 중 이 조건에 해당하는 인물은 5명이다. 김중겸 신임 사장은 부임부터 낙하산 조건을 두루 충족한 인사로 비판받았다. 경북 출신인 김 신임사장은 이 대통령의 고려대 후배이며 현대건설에 입사, 이 대통령과 16년간 함께 일하며 현대건설 사장직까지 올랐다. 한대수 상임감사는 한나라당 제2사무부총장을 지냈고, 김우겸, 조인국, 변준연 상임이사는 TK에 고려대 라인을 타고 있다.

한전에 전기를 송전하는 일을 담당하는 11개 자회사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들 자회사 22명의 기관장(사장)·상임감사들 중 17명이 TK·고려대·한나라당·현대그룹·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각각 발이 얽혀 있었다. 국가의 생명을 공급하는 에너지 정책이 모두 비전문가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정치권 출신은 감사로서 전문성이 떨어져 전력 공급 라인 책임자들에 대한 경영 감시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9·15 정전대란은 이명박 정부의 후진국형 낙하산 인사가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낙하산 비판을 바라보는 한전의 입장은 달랐다. <시사코리아>가 인터뷰한 한전 관계자는 “낙하산이란 비판은 사람의 시각차이이다. 한전은 한전의 기준에 맞추어 능력있는 분들을 임용한 것 뿐이다. 자회사들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한전의 김우겸, 조인국, 변준연 상임이사는 한전에서만 2, 30년간 근무한 실무경력자들이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김우겸 신임사장과 한대수 상임감사는 외부인사이며 전력관련 이력이 없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김우겸 신임사장은 타 회사에서 전문경영인으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온 것이고, 한대수 상임이사도 적법한 절차를 거쳐 부임하게 된 것이다”고 전했다.

적자는 남탓 돈잔치는 내탓

한전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 2010년 한전의 당기순이익은 적자 721억원이었고 영업손실은 1조7875억원이었다. 2조원에 가까운 적자 외에도 부채는 33조3511억원이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전은 그 와중에도 직원들 챙기기를 잊지 않았다. 임금은 11% 가까이 인상하고 2000억원을 직원들의 복지후생비에 퍼부었다.

기획재정부가 9월 18일 권영세 의원(한나라당)과 손학규 의원(민주당) 등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임직원 임금으로 전년보다 10.7% 인상한 평균 7152만원을 지급했다. 2010년 매출액 상위 20대 공공기관 가운데 한전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더불어 임금인상률이 가장 높았다.

복리후생비와 성과급도 다른 공공기관보다 후했다. 한전은 복리후생비로 1724억원을 썼고, 6개 발전 자회사는 총 2277억원을 지급했다. 성과급은 3752억원이나 됐다.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최고 등급을 받았다는 명목에서였다.

적자와 빚더미를 안고 있는 한전에서 어떻게 성과급 잔치가 벌어질 수 있느냐는 <시사코리아>의 질문에 한전 관계자는 답할 수 없는 질문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공공기관 경영평가는 기획재정부에서 하는 것이기에 우리 쪽에서 답해줄 수 없다”고 대답했다.

아무리 경영평가에서 최고등급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회사 현 상황 및 여론을 고려할 수는 없었던 것일까. 한전 관계자는 열심히 한 부분에 대해서 상을 주지 않으면 더 나은 상황을 기대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반면 적자는 한전과는 관계없이 불가항력적이라고 설명했다.

“한전의 수익모델은 적자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간단하게 설명해 원가 100원짜리를 90원에 팔고 있다. 전기요금은 국가에서 정해주는 것이기 때문에 바꿀 수도 없다. 한전은 적자를 떠 안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전기료 깎아 먹는 산업용 전기

한전의 반론은 그리 생소한 것은 아니다. 매년 전기요금 현실화(인상)를 내놓을 때마다 하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00원의 요금을 90원으로 떨어뜨리는 주범은 일반 가정이 아니라 대기업들이라는 결과가 발표됐다.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노영민(민주당) 의원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전기사용 상위 10위 대기업이 지난 1조4847억원의 요금 특혜를 받았다”고 밝혔다.

전기요금 원가를 100으로 잡았을 때 주택용은 1kWh당 134.5원, 일반용(공공, 영업용) 111.5원으로 원가보다 높았지만 산업용은 89.5원으로 훨씬 낮았다. 전체 사용량에서도 산업용은 압도적이어서 가정용이 15%인 반면 산업용은 54%나 됐다.

특히 전력사용량 상위 10위 기업의 경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간 12만8389GWh의 전기를 사용했다. 원가를 100으로 계산하면 9조7376억원이지만 실제 요금은 8조2529억원의 요금을 납부했다. 1조4847억원이나 할인받은 셈이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가정용이나 일반 대도심은 수없는 전신주를 통해 들어간다. 거치는 관문이 많으면 전력손실이 많고 그만큼 송전비가 올라간다. 반면 산업용은 복잡한 전신주없이 라인 하나로 들어가기 때문에 송전비용이 훨씬 싸다. 그래서 싸게 책정된 것이다”고 전했다.

하지만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가정용과 비교해 지나치게 많은 편이다. 산업용은 전체 54%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가정용은 3분의 1도 안 되는 15%에 불과하다. 선진국에서는 점점 산업용전기료를 현실화하면서 비중을 줄여나가고 있다. 일본의 경우 산업용 전력 사용량은 전체 30%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도 최근 이러한 비판을 고려해 8월 1일부로 가정용은 2% 산업용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용 저압은 2.3%, 대형건물과 대기업용 고압은 6.3% 대폭 올렸다. 그러나 이렇게 얻어지는 수익 9000억원으로는 매년 수조원 발생하는 적자폭을 메꾸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왜

한전의 문제는 적자와 부채만이 아니다. 2011년 7월 한전 직원 70여명이 불법하도급 계약을 묵인하고, 금품을 향응받은 비리가 밝혀지는 초대형 비리사건이 터졌다.

이들은 18억7000만원 상당의 공사를 받은 원청에게 불법으로 다른 건설업체에 12억5000만원에 하도급을 주도록 하고, 그 하도급 업체로부터 2억2500만을 받고, 부인을 위장취업시켜 돈을 받는 등 총 10억원대 뇌물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최근 감사원은 한전 내부의 비리를 집중 조사하고 있다. 9월 19일 관계당국자에 따르면 “최근 감사원이 전력산업기반기금 운용에 관한 비리 첩보를 입수하고 한전 등에 감사인력을 보내 조사에 착수했다”며 “전력거래소도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기요금의 3.7%를 추가 부과하는 것으로 고지서에 함께 포함된다.

이 기금 규모는 연간 1조2000억~1조5000억원에 이른다. 원래는 전력수요관리,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대체에너지 생산 지원 등에 사용되어야 한다. 감사원은 이 돈을 일부가 유용되었는지 조사 중에 있다.

한전 관계자는 “감사원 감사관들이 지난 16일 조사를 나와 기금 사용내역 등 자료를 받아갔지만 아직 기금 운용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살펴보는 정도인 것으로 안다”며 “방문 시기는 정전 직후였지만 이번 사태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피해보상 규정 없어 속 터지는 피해자들

이러다 보니 피해보상은 어떻게 될 지 감도 잡히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5일 정부는 “불가항력적 상황이기 때문에 (한전과 지식경제부 등 당국의)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없다”는 입장을 내놓자 일순 여론이 격렬하게 출렁거렸다.

전기공급약관에 따르면 이 경우 피해보상을 해주더라도 정전으로 인한 손해가 아닌 정전된 시간 동안 평균 전기료의 세 배만 보상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대로라면 피해보상액은 800원에 불과하다. 소상공인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광주 광산구 하남산업단지의 한 스티로폼공장은 예고도 없는 정전사태에 생산하다 만 원료가 생산라인에 그대로 말라 붙어 3000만원에 상당하는 피해를 보았다. 한 양식장은 물고기들이 폐사해 수천만원 상당의 피해를 보았다.

소상공인 및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집단소송의 움직임을 보이자 18일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정전으로 직접 피해를 입은 제조업체, 상가 및 일반 소비자 등에 대해 개별피해 사실 조사를 통해 보상을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소비자단체 중소기업중앙회 회계사 변호사 기타 전문가 한국전력 전력거래소 관계자 등으로 피해보상위원회를 구성, 보상지침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실제 피해보상은 쉽자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피해를 입증하기 어렵거나 정확한 피해산정액을 산정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노래방과 음식점 등 정전으로 인해 영업을 하지 못하거나 음식이 상한 경우 구체적인 피해를 산정할 수 없다. 의원이나 은행 등도 피해액 산출이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보상 방침은 피해자가 반드시 피해증거를 제출해야 한다고 고지되어 있다. 공장을 운영하는 한 업체 관계자는 “접수 피해를 신고하려 하니 피해 내용 증명을 요구하던데 갑작스러운 정신에 피해현장 사진을 찍을 정신이 어딨겠나”며 울분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러한 보상방침도 아직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없는 실정이다. 한전 관계자는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보상은 한전이 아닌 정부에서 보상심의위원회를 규정, 기준을 정하도 있지만 제대로 된 어떻게 얼마나 보상해줄 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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