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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구글을 인수하면 SW강국 될까?

삼성의 소프트웨어 위기론 진단

고승주 기자 | 기사입력 2011/08/26 [17:29]

삼성이 구글을 인수하면 SW강국 될까?

삼성의 소프트웨어 위기론 진단

고승주 기자 | 입력 : 2011/08/26 [17:29]
〔시사코리아=고승주 기자〕 8월 15일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결정과 삼성 이건희 회장이 8월 16일 “소프트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인수합병(M&A)에 적극 나서라”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새삼 삼성의 소프트웨어 위기론이 머리를 치켜들었다. 이 회장으로서는 약간 곤욕스러운 일이다. 그가 회장직에 오른 이래 단 한 번이라도 혁신, 새로움을 말하지 않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혁신을 이루기까지 넘어야 할 벽은 높기만 하다.


▲     ©운영자

조직문화의 차이가 갤럭시S와 구글 컨텐츠 차이 나눠

소프트웨어, 단순 시간과 인력만 투자


이건희 회장은 회장직에 오른 1987년부터 최근까지 “소프트기술”에 대해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삼성이 S급 인재 확보나 특허확보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 것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보유한 특허 수는 미국내에서 2위를 차지하고 전세계적으로 보면 1위다. 또한 삼성전자 개발팀 직원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정상수준의 개발자들이다.

그 저력은 이건희 회장의 “소프트 경쟁력 확보” 발언이 나온지 단 일주일이 지난 8월 22일 삼성전자의 행보를 보면 바로 나타난다. 삼성전자는 인문학 소양을 지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300명을 단기간에 확보한다는 방침을 발빠르게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서울대학교 융합기술대학원과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생을 대상으로 취업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삼성관계자는 “스티븐 잡스가 인문학 소양을 바탕으로 아이폰을 개발하게 되었다는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인문학 소양까지 갖춘 젊은 엘리트를 뽑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대수준의 특허와 최고 수준의 명문대생에 인문학 소양까지. 삼성전자의 소프트 전략은 한 마디로 금상첨화란 단어로 표현할 수 있다. 가장 좋은 것만 모은다는 의미이다. 그러니 결과물도 좋을 것이라는 예상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자리에 청바지를 입은 고졸 출신의 한 사내는 들어가지 못했다.

청색양복에게 퇴짜 맞은 청바지

2004년의 일이다. 파란 삼성로고가 박혀 있는 어느 건물 안. 청바지를 입은 40대 남성과 그의 동료 2명이 거대한 회의실로 들어갔다. 벽을 따라 들어가자 청색정장을 깨끗하게 빼입은 20여명의 직원들이 줄맞추어 자리에 서 있었다. 이들은 본부장이 들어서자마자 일사분란하게 자리에 앉았다.

40대 남성은 이들 앞에서 자신과 자신의 회사가 가진 아이디어를 설명했다. 누구에게나 열린 개방형 오픈소스 플랫폼을 모바일 업체들에게 공짜로 제공한다는 것이었다. 개발소스 모든 것이 ‘오픈’이었다.

프리젠테이션이 끝나자 본부장은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당신 회사에는 8명이 있지만 내게는 (당신이 말하는) 별스러운 일을 하고 있는 2000명의 직원이 있소.”

그것은 칭찬이 아니었다. 개발자는 2005년 한 기업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그는 2007년 LG전자에 제의를 내놓았다. 그러나 LG전자에서도 퇴짜를 맞았다.

스티븐 리비의 저서 ‘인 더 플렉스’에서 나오는 한 개발자에 대한 일화다.

그 개발자의 이름은 앤디 루빈. 그가 삼성과 LG에 제안한 아이디어는 현재 안드로이드 OS라고 불린다. 안드로이드 OS는 현재 세계 시장에서 13.8%의 점유율을, 국내에서는 94.25%의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앤디 루빈은 현재 구글의 부사장으로 이번 모토로라 인수에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도 꼽히고 있다.

이 같은 일화가 알려지자 IT 전문가 및 언론에서는 삼성과 LG가 옥석을 알아보지 못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삼성은 이 같은 이야기에 대해 적극 부인하고 있다.

이기태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앤디 루빈이 삼성에 제안을 한 것은 2003년도의 일로 당시 앤디 루빈이 제안했던 것은 안드로이드 OS가 아니라 데인저 킥(자판을 옆으로 밀어올리는 기술)이란 기술”이라며 “이미 삼성전자 내부에 관련 기술이 있었기에 거절하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구글 측은 이에 대해 침묵하고 있다.

진위여부를 가릴 수는 없게 되었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상상을 가능케 한다. 만일 제안과 관계없이 삼성이 앤디 루빈을 자사로 받아 들였다면 삼성은 스마트폰 시장은 물론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도 선도자로 앞서 나갈 수 있었을까. 역사에 가정법은 없다지만 말쑥한 청색양복의 삼성이 청바지 차림의 앤디 루빈을 계속 자사에 둘 수는 없을 것 같다.

삼성과 구글의 차이

IT업계에서는 하드웨어를 육체라고 말한다면 소프트웨어는 정신이라고 이야기한다. 육체와 정신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두 노력이 필요하지만, 성장에 필요로 하는 요소와 환경은 각각 다르다.

김용근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 원장은 “삼성 같은 관료적 대기업으로는 소프트웨어 시대에 살아남을 수 없다”고 딱잘라 말했다. 그는 “현재와 같은 체제로는 새로운 변화에 적응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김 원장이 말하는 삼성의 체제란 무엇일까. “재벌(삼성)은 그간 하드웨어 중심의 체제에서 가장 빠르게 적응할 수 있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제는 제조업 중심의 재벌 구조로는 어렵다. 기업의 지배구조(조직구조)가 바뀌어야 한다. 소프트웨어적인 생각은 관료적 대기업 방식에서는 나올 수 없다.”

김 원장의 말은 사실일까. 지난 2009년 기자는 삼성에 있다가 구글로 이직한 한 직원에게서 양쪽 기업을 다니면서 느낀 점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다. 하지만 차이점이 양쪽을 이해하는 것에 더 도움을 줄 것이다. 삼성의 조직문화는 감시체제이다. 출근, 퇴근, 의복, 회사에 일단 들어오면 직원은 회사의 통제에 의해 움직인다. 그러나 일단 회사에서 나가면 회사와 완전히 분리된다.”

이어 그가 설명하는 구글은 삼성과 정반대의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

“구글은 직원의 출근 시간이나 퇴근시간에 관심이 없다. 회사의 관심은 업무뿐이다. 자신의 스케줄은 자신이 만들어야 하고, 미팅이나 점심시간도 마찬가지이다. 단 집과 회사간 구분이 없다. 필요하면 집에서도 어디에서건 일한다. 그렇다고 해서 밤낮 가리지 않고 죽어라 일을 시킨다는 것은 아니다. 사내 분위기는 매우 자유롭다. 서로 같은 사람으로서 지켜야 할 매너를 제외한다면 특별히 직원들의 행동을 통제하지 않는다.”

서로 우열을 논할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아니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다만 그는 이렇게 못 박았다. “방식의 차이는 그 회사가 어느 부분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가를 보여줄 뿐이다. 삼성전자가 하고 있는 모든 분야에 구글이 도전해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그러나 그 차이가 IT업계에서 삼성과 구글의 차이를 만들었다.”

삼성도 구글도 창의력과 소프트를 중시하지 않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누가 어떻게 변명하건 삼성은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만들었고, 구글은 세계 컨텐츠 시장의 메카가 되었다.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

8월 22일 발표한 삼성전자의 신입직원 등용 계획은 ‘약한 부분을 보완하려면 뛰어난 질의 인재를 남보다 더 많이 확보하면 된다’는 발상에서 비롯된다. 이것은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의 인재 전략과 똑같다. 이것은 얼핏 옳은 판단처럼 보이지만 최고의 스타를 최대한 모은다고 해서 항상 그 팀이 최고가 되는 것은 아니다.

IBM에서 프로젝트 매니지먼트를 맡았던 프레드 브룩스는 자신의 저서 ‘시간과 인력투자의 미신(The Mythical Man-Month)’을 통해서 이러한 단순양적투자가 오히려 프로젝트를 힘들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시간이다. 발 빠르게 변화하는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납품 시기를 맞추지 못하면 거래에 차질을 빚게 된다. 프레드 브룩스는 운영자는 이를 타파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다섯가지 미신에 빠지기 쉽다고 전했다.

1.모든 일은 정해진 일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2.일을 분할하면 정확하게 나눌 수 있다. 3.업무진행 원칙을 철저하게 지킬 수 있다. 4.상황 진행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5.인력을 투입한 만큼 일정을 단축할 수 있다.

프레드 브룩스는 이러한 미신은 운영자가 소프트웨어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말한다.

“소프트웨어 프로젝트에는 다양한 변수가 있어 일정이 변경될 수 밖에 없다.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고 항상 필요하다. 때문에 업무 내용을 정확히 반으로 분할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물론 나눠서 일하는 분업은 가능하지만, 이를 다시 합치고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 (무분별한) 추가 인력투입은 프로젝트 파악을 위해 소통하는 시간(빈도)을 증가시킨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소프트웨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알려진 바에 따르면 그는 회장에 취임한 1987년부터 소프트는 주장했어도 소프트웨어에 대해 말한 적은 없다. 7월 29일, 8월 16일 발언에서도 소프트, 소프트기술을 말했지 소프트웨어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렇다면 이 회장이 생각하는 소프트는 소프트웨어일까? 이 회장이 1997년에 쓴 자전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단순히 상품만 만들어 파는 시대는 지났다. 지금은 창의력과 아이디어, 정보를 모아 새로운 가치를 만드는 시대다”고 운을 뗀 이 회장은 “소프트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서 가치를 찾아내거나 그것을 기획·가공해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기술이나 생산력 등 하드(Hard)의 가치는 앞으로 갈수록 제로에 가까워질 것이고 소프트기술력이 부가가치 창출의 근원이 될 것”이라고 전하며 그 예로 코카콜라를 들었다.

이 회장이 말한 소프트는 브랜드 마케팅이나 아이디어 상품에 가깝다. 때문에 ‘무엇’을 찾고 탐색하는 것을 중시한다.

그러나 프레드 브룩스가 말하는 소프트웨어는 이와 다르다. 소프트웨어에서는 무엇을 구현할 방법론 ‘어떻게’를 논한다. 진행하는 방법도 전혀 다르다. 수없는 변수가 있기 때문에 정론은 있지만 항상 그 상황에 맞는 정석이 있는 것은 아니다. 항상 최적화된 답을 찾아야 한다.

때문에 소프트와 소프트웨어의 창의력은 다르다. 아이템을 찾는 창의력이 소프트라면 아이템을 어떻게 소비자에게 전달하는가를 고민하는 창의력(방법론)이 소프트웨어이다.

삼성은 현재 독자적 운영체제 ‘바다’로 모바일 업계에서 일약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분명 최상의 인재를 최대한으로 모으면 어느 수준까지는 성장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구조적 변화 없이 단순히 시간과 인력의 투자만으로 어디까지 변화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소프트웨어 위기론은 10년전, 20년 전에도 나왔던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과학사학자 토마스 쿤은 패러다임의 변화는 혁명적인 속도로 이루어진다고 말한 바 있다. 불가(佛家)에서도 강을 건넜으면 배는 버려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강을 건넜다. 남은 건 새로운 길을 떠나야 할 때이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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