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과 25일 법무부·경찰청 기관보고를 시작으로 출발한 '국가정보원 선거 개입 의혹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회 국정조사가 막말과 욕설이 난무하는 정쟁(政爭)의 장으로 바뀌었다.
특위 활동에 본격적으로 돌입한 여야 의원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목에 핏대를 세우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이며, 서로에게 고성과 반말, 삿대질을 해 대더니, 급기야 격분한 일부 의원 사이의 고소전으로 까지 번지고 있다.
물론 국정원 국정조사 특위는 여야가 이른바 '저격수'들을 전면에 배치해 '강대강 대결'이 일찌감치 예고됐지만, 그 수위는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여유부리는 '새누리' vs 서두르는 '민주'
국정조사의 정상화 여부가 불투명한 가운데 새누리당과 야당은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새누리당은 '비공개'가 관철되지 않으면 국조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부분 비공개' 수준으로 합의를 하더라도 국조 정상화를 빠른 시간 내에 이루겠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정원 국정조사는 여야 합의로 내일이라도 당장 재개될 수 있다"면서도 "민주당이 국가안보와 국익을 고민하는 합리적 법률적 재고를 통해 국조가 원활하게 재개될 수 있도록 협조해주길 바란다"고 민주당의 책임을 강조했다.
야당은 어떤 형태로든 이번 주에는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정조사 기간이 내달 15일까지인 점을 감안하면 증인채택과 국정조사보고서 채택 등에 쓸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일단 국정조사보고서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에도 최소한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인물인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과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증인합의 및 출석요구 절차를 거쳐 특위 차원의 의결이 있어야 한다.
여야는 이들에 대한 증인채택 합의를 할 경우에도 증인심문 일주일 전까지 증인출석요구서를 보내고, 이들이 이 요구에도 불응할 경우 동행명령장을 발부해야 한다. 동행명령장까지 거부할 때 국회모독죄로 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야당 입장에서는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한 상황이다.
민주당 정성호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이 여야 간사협의를 거부하고 금주 안에 국조가 열리는 것을 거부한다면 국정조사를 실시할 의도가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 수석부대표는 "원세훈 전 원장과 김용판 전 청장에 대한 증인심문 절차가 8월 둘째주 안에는 시작돼야 한다"며 "새누리당 지도부와 국조특위 위원들이 국정조사에 적극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국조 재개 여부, 여야 간사 회동에 주목
국가정보원 정치개입 의혹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가 28일 정상화의 분수령을 맞을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정원 국조가 기관보고 공개 여부 등을 놓고 파행을 겪고 있는 가운데 전날에 이어 이날도 국조특위 여야 간사가 만나 국조 정상화를 위한 협상에 돌입하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오후 비공개 회동을 갖고 국정원 기관보고의 공개 여부, 증인 채택 범위, 조사 범위 등 쟁점사항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국적인 반전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여야가 NLL(서해북방한계선) 논란 등 정쟁을 중단하고 민생에 전념해야 한다는데 공감한 만큼 국정원 국조특위도 정상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간사는 "정 간사와 어제 3시간 동안 머리를 맞대고 국조 정상화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타결이 안돼서 오늘 오후 다시 만나 논의키로 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정청래 간사 역시 "어제 논의 내용은 비밀로 하기로 했다"면서도 "오늘 오후에 (쟁점을) 일괄 타결할 수 있도록 노력키로 했다"고 말했다.
여야 간사의 계속되는 물밑 접촉에 따라 국정원 국조 정상화가 조만간 성사될지 주목된다.
민주, 부산서 국정원 개혁 촉구 결의대회
민주당은 28일 오후 4시 부산 수영구청 별관 2층 구민홀에서 정치공작 규탄 및 국가정보원 개혁촉구 부산·울산·경남도당 당원 보고대회를 연다.
민주당은 이번 보고대회에서 국정원 정치공작 진상규명 및 국기문란 규탄, 정치공작 관계자의 구속 수사와 엄중 처벌,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원 개혁,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등을 촉구할 계획이다.
보고대회에는 김한길 대표를 비롯해 당지도부, 당소속 국회의원, 자치단체장, 당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