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 대통령 시절 긴급조치 9호 위반 혐의로 옥살이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민주진영 인사들이 36년 만에 열린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지난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의 1인 독재를 비판하며 민주구국선언문을 발표했던 고 김대중 전 대통령. 당시 정권은 김대중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의 기본권을 정지시켰던 긴급조치 9호를 위반했다는 명목으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36년 만에 다시 열린 재심에서 재판부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고 문익환 목사 등 15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 고법 형사8부는 "긴급조치 9호는 여기 있는 피고인과 가족에게 말씀드리기조차 부끄러울 정도로 문제가 많았다"며 "피고인들과 가족들의 아픔에 대한 위로와 사죄로 재판부가 뒤늦게나마 판결을 바로잡는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들의 인권을 위한 헌신과 고통이 우리나라 민주주의 발전의 기틀이 됐다"며 "어떤 말이나 행동으로도 보상과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재심 판결에 깊은 사죄와 존경의 뜻이 담겨 있음을 알아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방청석에서는 박수소리가 터져나왔고, 이희호 여사는 "남편이 수감됐던 병원 병실은 창문에도 비닐을 붙여 하늘도 쳐다볼 수 없게 만들었다"며 “돌아가신 남편이 이 사실을 안다면 하늘나라에서도 기뻐하리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히며 "모든 사람들이 죄 없이 수감되는 일이 없게 되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번 서울 고법의 무죄 선고는 지난 3월과 4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긴급조치 9호의 위헌과 무효를 잇따라 확인한 데 따른 후속 조치이다.
 
검찰도 이번 재심에서 형식적으로 무죄를 구형함에 따라 재판은 첫 공판에서 선고까지 20여 분만에 마무리됐다.

한편, 이날 함세웅·문정현 신부, 이문영 고려대 명예교수 등이 직접 법정에 나왔고,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고(故) 문익환 목사의 아들 문성근 전 민주당 상임고문, 정일형 전 의원과 이태영 여사의 아들 정대철 민주당 상임고문도 방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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