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요금인상과 감차, 승차거부 등으로 복잡하게 얽힌 택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섰다.
3일 하루 '택시 현장시장실'을 운영한 박 시장은 개인택시조합 임원과 개인택시 기사, 법인택시 관계자 등을 만나 릴레이 청책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현장에 참석한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요금 인상 촉구부터 서울시의 승차거부 방식에 대한 불만까지 마음에 담아뒀던 얘기들을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현재 서울의 택시요금은 지난 2009년 2400원으로 인상된 뒤 4년째 동결된 상태다. 올해부터 대구와 부산 등의 택시요금이 2200원에서 2800원으로 인상되자 택시 업계의 인상 요구가 더욱 거세지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서울시청 10시30분 서울시청 간담회장에 모인 개인택시조합 임원들은 택시요금 인상과 감차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들은 최근 20년 동안 연료부담금이 15% 선에서 40%까지 올랐음에도 같은 기간 기본요금은 500원만 올라 운영이 힘들다고 토로했다.
국철희 개인택시조합 이사장은 "택시가 (적정선보다)20~30% 과잉 공급된 상태"라며 "이로 인해 결과적으로 정유사와 보험사, 자동차회사만 배를 불리고 있다"고 말했다. 연료비가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날 현장에 모인 택시 업계 관계자들은 서울시의 승차거부 택시 단속 방식에 대한 불만도 쏟아냈다.
이광형 부지부장은 "종로3가와 건대입구 등에서 승차거부와 관련해 무차별 단속을 벌이고 있다"며 "택시기사 인권도 없다. 손님이 길만 물어봐도 앞뒤로 가로막고 사진 찍고 한다. 범법자 취급한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오후 신정동 가스충전소에서 진행된 개인택시기사들과의 면담에서는 날 선 지적과 고성이 날아들기까지 했다. 특히 서울시가 다음 달 1일 전면 확대 운영할 예정인 '심야버스'로 인한 승객 감소를 크게 우려하는 목소리가 컸다.
박 시장과의 면담에 참석한 한 택시기사는 "심야버스가 시범운영 중인 노선에는 자정을 넘기면 손님이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택시기사는 "다음 달 1일은 심야교통이 심야버스로 대체되는 날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심야버스가 도입되는 그날, 우리는 새 역사를 만들거나 나락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시장께서 택시의 비전을 만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요금 인상 시기를 정례화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요금을 1~2년 주기로 소폭 인상하도록 하면 정치적인 입김에 휘둘리지 않게 돼 택시 업계와 시민의 부담도 줄어들 거라는 것이다.
총 3차례에 걸친 릴레이 청책 간담회를 진행한 박 시장은 "택시가 처한 어려움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죄송하다"며 "택시요금 인상과 감차 문제, 시계 외 할증 부활 등에 관한 결론을 늦어도 8~9월까지는 마무리하겠다. 부당한 승차거부 단속 피해를 줄이기 위해 증거가 불충분한 단속사례를 매뉴얼로 만들어 교육시키겠다. 택시가 대중교통인지, 고급교통인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도 있는데, 이 부분이 요금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택시 업계와 함께 논의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