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의 구속으로 SK그룹에 '김창근·최재원' 비상대응 체제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SK그룹은 올해 출범한 '따로 또 같이 3.0' 체제 시행으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그룹 경영 일선에 나섰다. 하지만 그동안 글로벌 사업 등 최 회장이 힘을 싣던 분야에 공백이 생기면서 최재원 부회장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31일 SK그룹은 최 회장 구속과 관련, 그룹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 같은 사태에 대비해 이미 '따로 또 같이' 체제를 공표하는 등 어느 정도 준비를 했다"고 말했다. 따로 또 같이 체제는 그룹이 갖고 있던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권을 각 계열사 이사회가 관장하는 체제다. 이미 '따로 또 같이' 체제는 시험무대에 올랐고, 최 회장 부재 상황에서도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최 회장의 관심 분야인 글로벌 사업과 사회적 기업 사업 등은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직접 챙겨온 글로벌 또는 사회적 기업 사업은 조금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최 회장은 정부 관료나 글로벌 CEO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일에 주력해왔다. 최 회장 구속으로 국내에 발이 묶이면서 최 회장을 대행해야할 사람이 그룹 입장에서는 필요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이번에 무죄 판결을 받은 최 부회장이 최 회장의 역할을 대행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레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최 부회장은 SK E&S 이사회 멤버와 SK네트웍스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있다. 한편 SK그룹은 이날 최 회장이 징역 4년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되자 "안타깝다"며 "판결문을 받는대로 판결 취지를 검토, 항소 등 법적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최태원 회장에 실형' 이원범 부장판사는?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기소된 SK그룹 최태원 회장을 법정구속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 이원범(48·사법연수원 20기) 부장판사는 범죄 혐의가 인정되면 단호하게 처벌하는 엄격한 법관으로 평가받는다. 이같은 이 부장판사의 단호함 뒤에는 철저한 기록 검토와 꼼꼼한 심리가 뒷받침 돼 있다. 이 부장판사는 검찰과 변호인이 제출한 방대한 증거를 빠짐없이 검토해 쟁점이 되는 사안이나 혼동 가능성이 있는 사안을 직접 도표로 작성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공판중심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이에 이 부장판사는 합리적인 재판 진행 등을 인정받아 지난 9일 서울변호사회에서 발표한 '2012년도 법관 평가'에서 상위 법관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실제 이 부장판사는 이날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 하면서 "최 회장은 기업 경영과 재무의 투명성에 앞장서야 할 위치에 있으면서도 계열사 자금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했다"며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지난 24일에는 저축은행에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78) 전 새누리당 의원에게 징역 2년에 추징금 7억5750만원을 선고하기도 했다.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정두언(56) 새누리당 의원은 징역 1년에 추징금 1억4000만원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지난해에는 선관위에 디도스 공격을 감행한 최구식 전 의원의 비서관 공모씨 등 일당에게 중형을 선고하는 한편, 정권실세 등에게 로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이국철 SLS회장에게 징역 3년6월을 선고했다. 반면 이 부장판사는 저축은행 피해자들이 법정에 찾아와 소란을 피우자 진행 중인 심리를 잠시 멈추고 이들의 억울함을 들어주는 재판장이기도 하다. 그는 이들에게 "소란이 계속되면 강제로 제재할 수밖에 없는데 이는 두 번의 상처를 주는 것이고 재판부도 이를 원치 않는다"며 스스로 소란을 자제해 줄 것을 수 차례 당부하기도 했다. 이 부장판사는 대구 영남고와 서울대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1988년 제30회 사법시헙에 합격한 뒤 해군법무관과 서울지법 의정부지원 판사로 법조계에 첫 발을 들여놨다. 이후 서울지법 판사와 대구고법 판사를 거쳐 대구지법 부장판사와 대법원 재판연구관을 역임했다. 한편 이 부장판사가 이끌고 있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는 이성율(35·연수원 35기) 판사와 김도현(33·연수원 36기) 판사가 배석하고 있다. 고개숙인 최태원 SK회장…형제간 엇갈린 명암 거액의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53) SK그룹 회장 형제가 나란히 법정에 섰지만 명암은 갈렸다. 지난해 11월22일. 최 회장은 기소 이후 1년간 법정공방을 벌여오다 진행된 마지막 결심공판에서 최후 진술을 통해 "제 불찰이 컸다. 동생 마음을 헤아렸다면 이런 사건이 생기지 않았을 것"이라며 함께 기소된 최재원(50) 부회장에 대한 선처를 재판부에 호소했다. 하지만 이로부터 불과 두달 남짓 된 31일. 상황은 역전됐다. 법원은 불구속 기소된 최 회장에게 징역 4년을 선고한 반면 구속기소된 최 부회장에 대해서는 혐의 모두를 무죄로 인정했다. 동생의 선처를 바랐던 형(兄)은 오히려 법정구속까지 됐고, 동생은 혐의를 벗고 풀려나게 된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판사 이원범)는 이날 오후 2시 최 회장 등에 대한 선고공판을 1시간 가량 진행했다. 선고가 시작되기 약 1시간 전부터 법정 입구에는 방청하려는 사람들과 취재진들이 뒤섞여 인산인해를 이뤘다. 최 회장과 최 부회장은 1시40분께 법정에 들어왔다. 두 형제는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피고인석에 앉았다. 법정에 들어선 재판부는 그간 재판 진행 결과에 대해 짤막하게 설명한 뒤 판결문을 읽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우선 재판부는 최 회장의 횡령 혐의에 대해 "회사 재산을 대량으로 사적인 목적에 활용함으로써 기업 사유화의 한 단면을 극명하게 표출했다"며 가장 먼저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어 최 회장이 자신의 책임을 동생 최 부회장에게 전가하려한 태도에 대해 질타했다. "자신의 범법행위와 그 책임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다"면서 최 회장에게 결국 실형을 선고했다. 판결이 진행되는 동안 내내 고개를 숙이고 있던 최 회장은 실형이 선고되자 얼굴이 상기됐고 법정을 이내 떠나지 못했다. 최 부회장은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형이 법정구속될 처지에 놓이게 되자 어찌할 바를 모르고 착잡해했다. 최 회장의 변호인들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최 회장은 선고가 끝나고 법정구속되기 직전 재판부를 향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그는 "제가 무엇을 증명하지 못했는지 모르겠지만 실제 이 일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 일을 잘 모른다"고 울먹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단호했다. "네 알겠습니다"라고만 말한 뒤 법정구속 절차를 진행시켰다. SK직원들과 피고인들의 가족, 관련자 등 150여명으로 가득찼던 법정 안은 순간 술렁였다. 최 회장은 최 부회장은 별다른 인사를 나누지 않고 방호원들에 이끌려 법정을 나갔다. 최 부회장은 선고가 끝나고 취재진들을 피해 법원 뒷문을 통해 빠져나갔다. 최 부회장은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할 말이 없다"고 착찹한 심경을 표했다. 민주 "최태원 실형, 경제민주화시대 당연한 결과" 민주통합당은 31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된 것에 대해 "경제민주화 시대흐름의 당연한 결과"라고 밝혔다. 윤관석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지난해 8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법정구속에 이어 이번 최 회장의 법정구속으로 그동안 관행처럼 이어져온 재벌에 대한 유전무죄 '집행유예' 판결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원내대변인은 "그동안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역시 재벌의 불법행위 엄단과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왔다"며 "이번 판결을 계기삼아 민주당은 박 당선인의 대선공약인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위반행위에 대한 집행유예 금지'와 시민단체가 요구하는 '최저형량의 7년 이상 개정' 등의 입법 지원을 적극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용진 대변인도 이날 오후 국회에서 브리핑을 열고 "수백억원의 회사자금을 횡령한 혐의는 경제민주화라는 시대적 흐름과 재벌총수의 사회적 책임을 고려할 때 중형을 피하기 어려운 것"이라며 "오늘 법원의 판결은 흔들리던 법치주의의 원칙을 바로 세우고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우리사회가 재벌의 탐욕에서 벗어나고 대기업들이 건강한 경제발전의 견인차로 재도약할 수 있도록 경제민주화 입법이 조속히 실현돼야 한다는 점도 확인됐다"며 "재벌들이 스스로의 지위와 탐욕에 도취돼 사회로부터 부여받은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점은 조속히 시정되어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mis7282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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