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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言)처럼 무서운 게 없다. 충신을 간신으로, 간신을 충신으로 만들기도 한다. 춘추전국시대 위(魏)나라의 대신 방총은 조(趙)나라에 인질이 되기 위해 떠나는 세자를 수행하게 됐다.
■생사를 좌우하는 세 치 혀 ‘위력’
말은 인격이다. 언행심사(言行心思) 곧 말과 행동, 마음, 생각이 바르고 일치되는 사람을 인격자라고 하는 이유다. 그래서 말을 보면 사람의 품격을 알게 한다. 아니 개인의 인격을 넘어 집단의 문화를 상징한다. 말의 생명력이자 상징성이다. 사회지도층은 말 한마디, 행동 하나를 신중하게 해야 한다.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인들이 조심해야 한다. 여야 간에도 할 말, 안 할 말 가려야 한다. 금도(襟度)다. 조선의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정조는 말을 조심하라며 “사람은 언어로 한때의 쾌감을 얻으려 해서는 안 된다. 나는 미천한 마부에게라도 일찍이 이놈 저놈이라고 부른 적이 없다.”고 가르쳤다. 어느 분야든 지도자는 무릇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근래 정치권의 막말 공방이 끝을 모르고 계속되고 있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예컨대 검찰 개혁을 놓고 윤석열 검찰총장과 갈등을 빚고 있는 추미애 법무부장관을 향해 모 야당 인사가 "고삐 풀린 미친 말 한 마리가 밭에서 돌아다니면 한 해 농사를 완전히 망치는 일을 봤다"는 등 인격비하적 발언을 했다. 여당도 예외가 아니다. 종전 여당 대표는 "독재 통치자들 후예가 독재 타도를 외치고, 헌법을 유린한 사람들 후예가 헌법수호를 외치는 국회를 어떻게 그냥 두고 떠나겠느냐"며 "도둑놈들한테 이 국회를 맡길 수가 있겠냐"라고 힐난했다.
■폭언·실언은 예상 못할 상처 남겨
국회의원들의 막말이 처음은 아니지만 최근의 저질 발언들에는 상대방을 향한 증오가 배어 있다. 갈등 조정 기능을 해야 하는 정치인들이 오히려 선동하고 흥분하는 꼴이다. 참으로 질 낮은 언동들이다. 막말을 칭찬하는 일부 맹목적인 지지층도 반성해야 한다. ‘잘했어’ ‘시원하게 했어’라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있으니 정치인들이 저러는 것이다. 증오 섞인 막말은 정치를 혐오하게 만들 뿐 아니라 정치의 파급력을 감안할 때 사회의 전반적인 수준을 낮추고 신뢰 자본을 갉아먹는다. 말조심하자.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는가 하면 좌절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말의 생명력이다. 언어는 의사교환의 수단이자 사물 의미를 규정하는 기능을 지니고 있어 폭언이나 실언은 예상하지 못한 후유증을 낳는다. 어떠한 경우에도 개인의 자유의사가 억압돼서는 안 된다. ‘남에 대한 험담은 식은 죽 먹기’처럼 쉬울 수 있겠지만 ‘혀 아래 도끼가 들었다’는 격언의 우려대로 자신이 한 말로 인해 이웃과 자신이 죽을 수도 있기에 말을 조심해야 한다. 우리 사회, 우리 정치의 수준을 높여야겠다. 자라나는 미래세대들이 지켜보고 있다. 책임감이 있다면 이럴 순 없을 터이다. / 황종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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