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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퇴 소동으로 방통위 ‘합의제’ 정신 흔들

MBC 김재철 사장 재신임

김영환 기자 | 기사입력 2011/08/12 [19:32]

사퇴 소동으로 방통위 ‘합의제’ 정신 흔들

MBC 김재철 사장 재신임

김영환 기자 | 입력 : 2011/08/12 [19:32]
지난 7월 29일 김재철 MBC 사장은 방통위가 진주-창원MBC 통폐합 승인 의결을 보류한 것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8월 1일 방문진은 이사회를 개최, 김 사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재신임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이사회에 출석한 김 사장은 “방통위가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해 항의 표시로 사표를 제출한 것”이라고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     ©운영자

지역 MBC통합 난관 사표로 승부수..."방통위 항의 표시로 사표 제출"
재신임에 MBC 노조 파업 수순...진주-창원 MBC 통합문제 본질 희석 우려

방송통신위원회 김충식, 양문석 상임위원은 지난 8일 김재철 MBC 사장을 공개 소환해 사직서를 낸 후 복귀한 소동의 전말을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김재철 MBC 사장의 경솔한 사직 소동과 망언으로 방통위는 만천하에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며 “방통위를 우롱하고 능멸한 MBC 김재철 사장을 공개 소환해 사직-망언-복귀 소동의 전말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MBC 김재철 사장이 지난 7월 29일 전격 사의를 표명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의표명, 방통위 압박 초강수

MBC는 김 사장이 대주주인 방문진에 사직서를 제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7월 20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진주, 창원 MBC 통폐합 승인을 보류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내린 결정”이라고 전했다. 김재철 사장은 작년 3월 취임 후 마산(창원)MBC 사장과 진주MBC 사장을 겸임발령하며 의욕적으로 통합을 추진해왔다.

지역 노조와 시민단체들이 ‘합병이 지역문화의 다양성을 헤칠 것’이라며 거세게 반대했으나 작년 9월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의결됐고 두 지역 MBC는 방통위에 방송국 변경허가 신청서를 신청했다. 그러나 방통위는 지난 5월에 이어 지난 7월 20일 열린 전체회의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보류 결정을 내렸다. 방통위 내부에서는 “광역화가 대세이며 광역화가 지역 주민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줄 수 있다”는 주장과 “합병이 지역문화 창달에 부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김재철 사장의 사의 표명은 방통위를 압박하기 위한 초강수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MBC 관계자는 “김 사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지역MBC 통합이 난관에 부딪히자 승부수를 던진 것 같다”며 “본인이 여러 차례 간부회의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지역MBC 통합이 이전 최문순 사장이 추진했다 무산된 사안이고 방통위가 두 차례나 승인을 보류한 상황에서 김 사장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김 사장이 취임한 후 신설 예능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고 광고 수입도 호조를 보이고 있어 경영 성과 면에서도 김 사장이 책임을 질 사유가 없다는 게 중론이다. 방문진에서도 김 사장의 사표 제출이 갑작스럽다는 반응이다. 방문진의 한 이사는 “사표 제출과 관련해 사전에 언질을 받은 적이 없다”며 “급작스런 일이라 사표 수리를 위한 임시 이사회 소집 일정조차 아직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에 따르면 MBC 직원이 아닌 등기 이사가 사표를 제출했을 경우 별다른 절차 없이 사표가 수리된다. 2000년대 들어 중도 사퇴의사를 밝힌 MBC 사장은 김중배 전 사장과 엄기영 전 사장 등 두 명으로 이들은 모두 사표제출과 동시에 수리절차를 밟았다. 그러나 MBC노동조합에서는 김재철 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MBC 노조의 한 관계자는 “김재철 사장이 표면적으로는 진주, 창원 MBC 통폐합 승인을 보류한데 대한 책임을 지겠다고 하는데 방통위에서 어떤 결정을 내릴지 모르는 상황에서 방통위를 압박하기 위함인지, 아니면 최근 떠돌았던 정치권 출마를 위한 사표 제출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이번 사의 표명이 내년 총선을 대비한 포석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은 취임 초기부터 지역구 관리 차원에서 고향인 경남 사천을 수시로 방문한다는 소문에 휩싸였던 것. 본인은 수차례 연관성을 부인했으나 MBC 노조를 중심으로 의혹의 시선은 여전했다. 노조 관계자는 “단순히 통폐합 보류 사유라면 방통위 압박용일 뿐이기 때문에 사표 수리가 안 될 것으로 보지만 내년 총선을 겨냥한 행보일 수도 있다”며 “현재 사의 표명의 진의를 파악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MBC노조 파업 찬반투표 결의

MBC 김재철 사장의 거취가 대주주인 방문진 긴급이사회와 주주총회에서 재신임으로 결정나자 문화방송의 많은 구성원들은 허탈함과 격앙된 분노를 표출했다. 지난 2일 김 사장 출근저지투쟁에 돌입한 노조는 대의원대회를 열어 4일부터 18일까지 파업 찬반투표를 하기로 결의했다. 정대균 노조 수석부위원장은 “진주·창원방송 통폐합 등에 대한 회사 대응에 따라 파업 시기도 조정할 것이며 투표와 찬성률을 높여 파업의 동력을 확실하게 이끌겠다”고 말했다. 노조는 이번 김 사장의 사직서 제출을 분별없는 행동으로 규정하고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신뢰를 내팽개쳤다고 비판하고 있다. 이날 나온 비대위 특보를 통해 “문화방송의 실질적인 주인인 시청자와 국민들을 우롱하고 사장 자리를 도박판 판돈 걸듯 내걸었다”며 “이런 김재철씨가 몇 달 뒤에 총선 출마하겠다고 쉽게 사표를 던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주장했다. 방문진 이사회의 김 사장 재신임 처리 과정에 대해 불만도 쏟아놓고 있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김 사장의 공과에 대한 최소한의 검증도 없이 마치 김 사장이 어딘가로 도망갈까 서둘러 앉히려는 모양새였다”고 비판했다.

이런 기류는 지난 1일 열린 노조 임시총회에서 파업에 대한 적극 지지 발언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장기파업 후유증 등으로 그간 파업을 거론하기조차 어려운 분위기였으나 김 사장의 돌출적인 사직서 제출 뒤 재신임 처리 절차가 일사천리로 이뤄지자 그동안 쌓인 불만이 한꺼번에 분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시사교양국 조합원은 “김 사장 취임 뒤 1년 반 동안 쌓인 내부의 신음소리는 말도 못해 이번 파업은 단호하게 갈 수밖에 없다”며 “언론 기능이 죽은 지금의 질식 상황의 방송이 무슨 의미가 있는가. 방송이 다시 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는 각오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한편 진주MBC지키기 서부경남연합은 MBC 김재철 사장의 사표 제출과 방송문화진흥위원회의 재선임 과정에 대해 “김재철 사장은 정치적 행보로 진주-창원MBC 통합 문제의 본질을 흐리지 마라”고 경고했다. 서부경남연합은 지난 2일 진주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신뢰가 가장 우선돼야 할 공영방송사의 사장이 국민을 우롱하고 방송통신위원회를 상대로 한바탕 예능쇼를 벌였다”며 “한마디로 어이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어 “가장 우려되는 점은 김재철 사장의 정치행보에 진주-창원MBC 통합문제의 본질이 희석되는 것”이라며 “지역MBC 통합은 김재철 사장에게 이용당할 정치적 논리대상이 아니라 지역의 미래가 걸린 순수한 지역사회의 일”이라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은 사표를 진주-창원MBC 통합을 밀어붙이는 수단으로 사용하며 희대의 사기극을 펼치고 방통위를 협박했다”며 “여기에 휘둘리고 정치적 힘에 밀려 진주-창원MBC 통합을 허가한다면 방통위는 국민을 위한 방송정책기관이 아닌 특정 방송사 사장에게 쩔쩔매는 꼭두각시라는 오명을 받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신임 역풍 부나

허가 결정 자체에 대한 위법 논란도 있다. 현행 방송법은 1인 주식 보유 한도를 40%로 제한하고 있고, 한 방송사업자가 다른 지상파 방송사업자 지분의 7% 이상을 소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진주·창원 MBC가 합병에 따라 서울 MBC는 이들 지역사가 합병된 결과로 탄생하는 MBC경남의 지분을 90% 가량 소유하게 된다. 다만 방송법 제9조 2항 2호는 방송문화진흥회가 소유한 경우는 1인 소유 상한선의 예외로 규정하고 있고, 동법 제8조 8항에도 지난 2007년 법 개정 당시 MBC와 계열사 사이의 경우는 예외로 인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방통위는 이들 조항을 들어 존속 법인의 합병인 만큼 현행 법인과 실체가 다를 바 없어 현행 방송법에 저촉되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방송·언론계 안팎에선 예외 규정 등이 합병 법인에 적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MBC 노조 또한 행정처분 무효소송을 검토하고 있다.

일련의 논란이 빤히 예상되는 상황이었음에도 정부·여당 측 위원들이 합병 의결을 강행한 것과 관련해 야당 측 위원들은 김재철 MBC 사장의 사표 소동을 문제 삼았다. 김재철 사장은 지난 7월 29일 방통위의 진주·창원 MBC 합병 의결 보류에 항의 표시로 사표를 냈지만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반려로 재선임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양 위원은 “어렵게 합의를 눈앞에 두고 있었는데, 김 사장이 방통위가 일을 잘못해서 사표를 던졌다고 하고 방문진이 그런 사람이 낸 사표를 돌려줬다”고 지적했다.

김 사장의 ‘사표 쇼’에 방통위의 ‘합의제’ 정신이 무너지고 정부·여당 측 위원들이 독임제 기구처럼 방통위를 독주시키게 됐다는 것으로, 이는 결국 그간 합의를 숙고하던 방통위의 행위 자체를 잘못이라고 인정하게 되는 모양새로 만들었다는 문제제기다. 방통위는 2기 위원회 출범 이후 종합편성채널 교부 승인을 제외하곤 표결을 강행한 일이 없다. 야당 측 위원들의 이 같은 문제제기에 야당은 물론 언론·시민단체도 동의하는 모양새다. 당장 정대균 전국언론노조 진주MBC 지부장은 이날 회의를 방청하던 도중 “김재철에 놀아난 방통위는 각성하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김영환 기자 sisa@sisa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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