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

‘환각의 질주’ 히로뽕 택시가 달리고 있다

일상에 파고든 마약실태

운영자 | 기사입력 2011/07/29 [20:00]

‘환각의 질주’ 히로뽕 택시가 달리고 있다

일상에 파고든 마약실태

운영자 | 입력 : 2011/07/29 [20:00]
 
[시사코리아=고승주기자] 심야의 거리에서 유일한 교통수단인 택시. 그런데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야 할 택시를 둘러싼 마약 천태만상이 도심 한복판에서 일어나고 있다. 평상시 마약을 하는가하면, 심지어 마약을 한 상태에서 손님을 태우고 도로를 달렸다. 동료 택시기사에게 피로회복제라고 속여 마약을 팔고, 심지어 조폭이 택시기사로 취업해 마약을 퍼트리기도 했다. 마약에 노출된 시민들의 발 <시사코리아>가 취재했다.
 
 
▲     © 운영자

 
 
마시는 순간 잠을 잊고 달려…신호등이 갑자기 사라져
중독자 84.6% “친구나 지인 통해 마약 알게 됐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좁은 운전석에서 하루 종일 고정된 자세로 서민들의 발이 되어주는 택시기사. 이들이 항상 토로하는 질환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피로다. 주로 출퇴근 시간대에 손님이 몰리고 새벽에는 장거리 손님이 있어서 밤늦게 까지 일해야 한다. 이렇게 일해도 하루 벌리는 돈은 10만원 안팎, 항상 피로에 시달려야 하기에 2001년 법원에서 만성피로를 업무상재해로 인정할 정도다.

지난해 8월 부산에서 택시운수업에 종사하는 김모씨는 동료로부터 피로회복에 최고라는 드링크 한 병을 공짜로 받았다. 김씨는 그 약을 마신 후에 기분이 좋아지면서 정신이 또렷해지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동료에게 또 약을 달라고 한 김씨는 깜짝 놀랐다. 한 병의 가격이 무려 10만원이나 됐던 것이다. 하지만 효과가 워낙 뛰어나 한 병만 더 써보자는 마음에 구입을 결정했다고 한다.
잠이 안 오고 오래 기분 좋게 일할 수 있어 구입했다고 하는 김씨. 그러나 한 번 구매한 약은 점차 두 병 세 병이 되었고 주기적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사용한지 한달쯤 되었을 때 김씨는 이상한 조짐을 느꼈다고 한다. “잘 보이다가 갑자기 잘 안 보인다. 신호등이 갑자기 사라진다.” 나중에 경찰에 의해 적발된 김씨는 자신이 히로뽕이 들어간 약물을 복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마약 전과자가 버젓이 영업
 
최근 히로뽕에 손을 댄 택시운전기사들이 잇달아 경찰에 적발되고 있다. 법에 따르면 마약사범은 택시기사를 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소급적용이 되지 않거나 적용이 되도 전과 확인을 하지 않아 유명무실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7월 8일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조직폭력배로부터 히로뽕을 구입해 투약한 상태에서 운전을 한 택시기사 2명을 검거했다. 이들에게 히로뽕을 판매하고 사용한 인천 간석파를 비롯 동두천 식구파 등 경기인천지역 4개 폭력조직 일원 40명도 함께 구속했다.

7월 24일 서울 강남경찰서는 히로뽕을 투약한 혐의로 택시기사 이모(54), 송모(48)씨를 구속하고 한모(53)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택시기사 송씨는 동료 기사 이씨와 한씨에게 히로뽕을 공급하다가 이씨는 1월, 한씨는 2월, 송씨는 3월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또한 대마초를 흡연한 혐의로 심모(45)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이 운행 중 마약을 복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송씨와 이씨는 여러 차례 마약을 복용한 전과가 있음에도 불구 택시기사로 근무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문제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이 법에 따르면 마약 사범이나 살인·성폭행 등 강력범죄자들은 택시회사 취업이 제한되고 있다.
 
하지만 이 법이 이렇게 개정된 것은 2008년의 일로 경찰은 “송씨와 이씨가 법 개정 이전에 택시기사로 채용된 탓에 영업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타인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사회적 심각성이 있음에도 소급적용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법이 있어도 준수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 5일에도 마약투약 혐의로 집행유예를 받은 A(39)씨가 히로뽕을 투약한 뒤 환각상태에서 택시를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낸 사건이 발생했다. A씨는 오후 2시께 부산 영도구 동삼동 모 고등학교 앞에서 자신이 몰던 택시로 앞서 정차돼 있던 택시를 들이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A씨는 선배로부터 히로뽕 0.03g을 건네받아 음료수에 탄 뒤 투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1년 4월에 택시회사에 취업한 A씨는 법에 의해 택시 영업을 하면 안 되는 상황. 하지만 해당 회사는 전과 조회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사용하면 집중력 2배나 빨라져
 
택시기사들이 히로뽕을 사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히로뽕은 각성 효능이 매우 강력한 약물이다. 효력이 빨라 ‘스피드’라고도 불린 바 있는 히로뽕은 세계 2차대전시기 독일이 각성제로 개발한 퍼비틴(메스암페타민)에 시초를 두고 있다.

이것을 일본의 제약사가 제조해 팔면서 히로뽕이란 이름으로 국내 들어오게 되었다. 마약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았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한국의 경우 법적제재가 있기 전인 1951년까지 피로회복제로 팔리기도 했다. 류인원 서울대 의대 교수에 따르면, 히로뽕의 1회 투여량은 0.03g이지만 뇌에 빠르게 침투해 기분을 매우 좋고 하고 피로를 느끼지 않을 정도로 활력을 준다고 한다.
 
이에 사용자는 집중력이 고도로 높아지고 두뇌전환이 빨라져 평소 2시간 걸릴 일을 한 시간 만에 해치울 수 있게 된다. 반면 장기간 사용시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두엽이 손상되고 약물 의존증에 시달리게 되는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친다.
 
마약은 개인의 성향
 
히로뽕 택시에 대한 우려가 급증하고 있지만 경찰은 몇 건의 사례를 가지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사코리아>와 인터뷰한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택시라는 특성상 기사들이 마약에 빠질 위험성이 높은 것은 아니며, 수년간 적발된 건도 많지 않기에 경향성을 추정할 수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전혀 없다가 최근 적발된 사건으로 택시기사여서 마약에 빠진다기 보다는 마약의 유혹에 빠지기 쉬운 사람이 택시기사를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면서 “하루 12시간 일해도 10만원 쥐기 어려운 사람들이 1회당 10만원 안팎인 히로뽕을 주기적으로 구입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전했다.

택시기사 대부분 만원 이만원도 어렵게 생각하기 때문에 십만원이란 거금을 주면서까지 마약을 사는 것은 유혹에 빠지기 쉬운 개인적 성향때문이란 설명이다. 이어 “(택시기사들이 적발된 사례는 적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판단하면 정상적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사람이 마약에 빠질 일은 거의 없다.
 
접촉경로나 동기가 워낙 다양해 특정짓기 어렵지만, 마약에 접할 수 있는 환경(유흥업같은)에 종사를 한다던가 혹은 이미 마약을 접한 사람의 권유나 유혹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수사대 내에서는 친구 잘 사귀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1년 6월 25일 을지대학교 조근호 교수가 마약류 중독자 52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09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친구나 지인을 통해 마약(약물)을 알게 됐다는 응답이 전체 응답의 84.6%를 차지했다.

마약수사대 관계자는 “최근 마약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생긴 것은 사실이다. 과거에는 조폭들도 마약을 하면 따돌리거나 창피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요즘은 그런 분위기가 없어졌다. 오히려 호기심 때문에 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하지만 마약은 개인의 의지와 관계가 있다. 본인의 의지가 확고하다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다. 호기심이나 호승심에 함부로 접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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