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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파티에 병들어가는 청년문화

신종마약 JWH-018의 실태

고승주 기자 | 기사입력 2011/07/25 [15:20]

마약 파티에 병들어가는 청년문화

신종마약 JWH-018의 실태

고승주 기자 | 입력 : 2011/07/25 [15:20]
 
 
[시사코리아=고승주기자] 나의 즐거움을 위해서라면 선택할 수 있는 것. 마약에 대한 의식이 젊은층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주로 해외에서 유학한 적이 있는 유학생, 혹은 원어민 영어강사, 외국인을 중심으로 급속도로 퍼지고 있는 마약문화는 어느 새 감출 수 없는 사회의 병폐로 발전하고 있다.
 
 
▲     © 운영자

 
“피우면 짜릿하다?…호기심에서” 유학생, 원어민 강사 중심으로 퍼져
마약 즐기는 건 선택의 자유…소량이라 비교적 값싸고 손쉽게 손에 넣어

 
서울 마포구 홍대 앞 클럽, 용산구 이태원 일대 클럽, 강남 일대의 나이트 등 한때를 즐기려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들이다. 이들은 제약없는 자유를 추구하지만 권리에는 지켜야 할 의무란 것이 있다.

7월 17일 서울서부지검 형사3부(부장 이영주)는 여고생과 더불어 여러 차례 신종 마약을 피운 혐의로 A(32)씨를 구속 기소했다.

A씨는 지난 3월 서울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나이지리아인에게 신종 마약 ‘JWH-018’을 구입한 후, 여고생 B(17)양에게 “대마초와 같은 것인데, 기분이 좋아지는 담배”라면서 흡연을 권했다. A씨는 B양과 4차례에 거쳐 JWH-018을 사용했고, 환각상태에서 성관계를 가지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대체 어떤 연유가 있었기에 여고생이 자발적으로 마약 사용에 가담하게 된 걸까.
 
JWH-018은 어떤 마약?
 
JWH-018은 2008년 미국 클렘슨 대학의 존 W. 허프만 교수가 인위적으로 대마와 유사한 성분을 조합해 만든 합성 대마의 일종이다. 원래 방향제로 개발된 JWH-018은 사람들이 점차 마약으로 악용하기 시작하면서 2009년 7월 마약류로 지정됐다.

JWH-018가 한국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2~3년 사이의 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가격은 대마초보다 싸면서 효능은 무려 다섯 배나 높은 데다가 한 번 피면 여섯 시간까지 효과가 지속되기 때문이다.

JWH-018는 올해 들어 모두 18건 1057g이 적발돼 작년보다 179% 늘었고 이를 화학구조 일부만 변형한 JWH-081, JWH-210 등 유사체도 국내 처음으로 등장했다. 사용자들은 JWH-018을 물에 녹여 식물의 마른 잎에 분무한 다음, 말린 뒤 말아서 담배처럼 피워서 사용했는데 자체적으로 바닐라향 등 여러 가지 향이 나 초기에는 스컹크라고 지금은 스파이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마약이 우리 사회에서 너무 흔하게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 클럽 이용자는 “하는 사람은 거의 다 한다고 보면 된다.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고 전한다. 이러한 인식을 반영하듯 인터넷 상에서 검색어만 치면 마약을 판다는 글이 줄을 잇고 클럽가 근처를 찾아가면 판매상들과 쉽게 접촉할 수 있다.

언제부터 이렇게 된 것일까. 국립서울병원 중독정신과 이태경 교수는 “과거에는 사람들이 돈도 없었고 마약이 비쌌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구할 이유도 구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구매력이 생겼다”고 풀이하고 있다. 해외에서 여행이나 유학을 통해 마약을 접해본 사람들을 중심으로 수요와 밀반입이 늘면서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이 마약을 즐기게 되고, 마약을 접촉한 사람은 또 다른 인물들에게 전파하는 식으로 퍼져나갔다는 것이다.
 
이들은 마약을 손에 넣기 위해 해외에 나가 알루미늄 캔, 치약, 담뱃갑등의 장소에 마약을 숨겨 밀반입하거나 국제우편을 이용하기도 한다. 마약을 즐기기 위해 아예 해외로 나가기까지 한다.

또한 외국인 유학생이나 원어민 강사 등 외국에서 마약을 즐기다 한국에 온 외국인들에 유입되는 경우도 만만치 않다. 2010년 7월에는 부산 모 중학교에 정식 원어민 교사로 일하는 R모(26)씨가 국제우편으로 JWH-018을 밀반입해 사용하다가 적발된 사건이 있는가 하면, 앞선 2010년 5월에는 뉴질랜드 국적의 외국인 강사 M(32) 씨 등 필리핀 국적 불법체류자 3명이 국제택배를 이용하거나 직접 들여오는 수법으로 밀반입한 JWH 계열의 신종마약 약 700g을 유통하다가 불구속 입건됐다.

이번에 구속기소된 A씨에게 스파이스를 판매한 것도 외국인에 의해서였다. 경북 칠곡군 왜관읍 미8군 소속 A(23)병사 등 3명은 6월 25일 이태원동 소방서 골목길에서 스파이스 390g을 920만원에 국내 총책 격인 김모(29)씨에게 판매한다가 경찰에 검거, 미 헌병대에 신병이 넘겨졌다.
 
10, 20대들이 JWH-018 찾는 이유는?
 
우려되는 것은 ‘마약은 즐거움을 위해 사용하는 하나의 선택’이라는 인식이 20대 초반에서 청소년까지로 점차 퍼져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검찰이 발간한 201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19세 이하의 마약류 사범은 2010년만 약간의 감소세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 2007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팀장을 역임했던 윤흥희 동대문경찰서 강력계장은 “최근 신종마약의 증가세는 외국인 강사들과 유년 시절 유학을 경험한 청소년들의 영향이 크다”며 “앞서 자신들이 해외에서 사용했던 야바·엑스터시 등을 한국으로 가져와 주변인들에게 퍼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성인이나 대학생처럼 청소년들도 유학생들에 의해 유입된다고 설명했다.

마약의 짜릿한 효능도 10대를 유혹하는 미끼가 된다. 대마나 JWH-018은 흔히 흥분제로 알려져 있는 물뽕(GHB), 로히프놀, 케타민 등의 데이트 강간 약물과 효능이 다르다. 이들은 상대를 몽롱하고 무기력하게 만들어 의식을 끊기게 만들고 단기기억상실을 초래하기도 한다.

반대로 JWH-018와 같이 대마계열약물들은 운동능력을 매우 둔하게 만드는 대신 감각을 극도로 예민하게 하고 평소 잘 느끼지 못했던 것을 알아채게 해 복용자에게 전에 없는 경험을 체험하게 한다.

소량으로 판매하는 것도 장점이다. 과거에는 적지 않은 양을 판매하곤 했지만, 지금은 1회분 분량의 소량도 구입이 가능하다.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고 인터넷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데다가 필로폰과 같은 하드 드러그처럼 사용 후 즉각적으로 치명적인 신체반응 및 중독현상이 일어나기 때문에 JWH-018와 같은 신종마약을 찾는 젊은 10, 20대들이 늘어나고 있다.

적발돼도 잘 걸리지 않는다는 안전성도 젊은 층이 JWH-018계열, GHB, 로히프놀, 케타민을 찾는 이유이다. 이러한 약물들은 사용한지 하루, 이틀 사이면 신체 내에서 분해돼 피나 소변검사로 검출되지 않기에 현물이나 거래사실이 적발되지 않는 한 마약 사용 사실을 적발하기 어렵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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