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새 당 대표로 홍준표 후보가 선출됐다. 홍 대표는 지난 2일부터 양일간 실시한 국민여론조사와 20만3518명을 대상으로 한 선거인단 투표(유효투표수 16만7181명)에서 최다득표자(4만167명)인 1위로 한나라당 신임 대표에 선출됐다. 홍 대표가 1위로 승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친박계가 힘을 보태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제기되고 있다. 여기다 당초 예상했던 청와대의 원 후보 지지가 생각보다 MB의 중립 의지로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데다, 친이계의 역할도 예전처럼 선거인단에 먹혀들지 않았다는 분석도 당선의 한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친박계 대표 후보인 유승민 최고위원이 홍 최고위원의 뒤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는 것이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모래시계 검사’에서 집권여당 대표로 우뚝…내부 갈등 봉합 등 관제 산적 계파종식 내세워…“계파활동시 공천 배제” vs 유 “공천불이익 사유 안돼” 1인2표제의 전대에서 유 최고위원을 뽑고 남은 1표가 홍 대표에게 갔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는 친이계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원희룡 최고위원이 4위에 그치고, 이번 전대에서 ‘탈계파’를 표방하고 나온 나경원 최고위원이 3위를 기록한 것도 이런 해석을 뒷받침한다. 당원 및 청년선거인단 투표가 폭우로 인해 25.9%로 낮은 투표율을 나타냈지만 홍 대표의 지지세가 강한 것으로 알려진 대구·경북 지역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는 것도 이번 승리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집권여당 대표’ 막중한 지위 올라 2012년이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선거의 해’인 만큼 강성 이미지인 홍 대표에게 표심이 쏠린 것으로 보인다. 이번 전대에서 연일 ‘당당한 한나라당’을 강조하며 총선과 대선이 함께 열리는 “큰 판”을 이끌 장수를 표방했던 점에 비춰, 홍 대표의 이번 승리는 내년 총대선의 위기감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지난 1996년 15대 총선으로 여의도에 입성한 지 15년만에 홍 대표는 치열한 선두권 경쟁이 예상됐던 전대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지난해 7·14 전당대회에서 조직의 벽을 넘지 못하고 안상수 대표에게 아쉽게 패배한 지 1년 만에 명예를 회복한 것이다. 출마 선언 당시만 해도 4·27 재보궐선거 참패 책임론이 없지만 내년 총선을 진두지휘할 최적임자로 그는 당원들의 확실한 선택을 받았다. 홍 대표는 집권여당의 대표라는 막중한 지위에 올랐지만 스스로를 줄곧 비주류로 자처해왔다. 온 국민이 다 아는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지만 서울지검 강력부 검사시절 슬롯머신 수사를 하면서 조직선배들을 잡아들여 ‘미운오리새끼’로 불렸다. 1996년 정계입문 당시에는 여야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을 정도로 국민적 인기가 높았다. 이후 서울에서만 내리 4선을 기록했지만 정치활동 내내 비주류의 길을 걸었다. 야당 시절에는 이재오 특임장관, 김문수 경기지사와 함께 이른바 ‘DJ저격수’로 불리며 대여공세를 주도했다. 2006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 2007년 대선후보 경선에 각각 나서며 큰 정치를 시도했지만 고배를 마셨다. 아울러 고려대 선배인 이명박 대통령을 선배라고 부를 만큼 호형호제하는 사이로 원조 이명박계로 분류됐지만 계파활동과는 거리를 둬왔다. 현 정부 출범 이후에는 집권여당 초대 원내사령탑을 맡아 신주류로 등극했지만 야당과의 대화정치에도 적극 나서 당 안팎의 반발을 살 정도였다. 홍 대표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는 엇갈린다. ‘당당하게 할 말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찬사에서부터 ‘예측하기 힘든 독불장군’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적지 않다. 이번 전대에서는 특유의 솔직하고 대담한 직설적 화법이 강점으로 작용했다. 내년 대선 국면에서 박근혜 전 대표를 비롯한 여권 유력주자들에게 쏟아질 야권의 네거티브 공세를 효과적으로 막아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청와대에 끌려다닌 당청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판단인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號 향후 역할과 과제는? 홍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적지 않다. 계파정치 종식을 내세우며 당당한 한나라당을 전대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쉽지 않은 과제다. 홍 대표는 당내 양대 주류인 친이계, 친박계로부터 거리를 두고 있어 중립이면서 비주류로 통하나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난 ‘계파 탈피’의 당심을 반영하기 위해 당의 체질 개선과 쇄신을 위해 개혁 드라이브를 걸어야할 상황이다. 이를 반영하듯 당선 직후 기자회견에서 홍 대표는 “비주류였던 계파 없던 저를 대표로 뽑아 준 것은 위기를 돌파하고 서민 속으로 들어가는 국민과 당원의 요구라고 본다”며 “이 요구에 부응해서 분골쇄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홍 대표가 줄곧 ‘계파해소’를 공언해온 만큼 특유의 돌파력으로 특단의 계파해소 대책을 내놓을지 주목된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부터 계파 해소를 위한 당직 인선에 주목하고 있는 것. 나아가 내년 총선과 맞물려 홍 대표가 투명 공천을 강조하면서도 새로운 인물 영입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공천문제가 당내 현안으로 떠오르는 ‘뇌관’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또 홍 대표가 당이 선도하는 당청관계를 강조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당청관계는 ‘선별적 협력체’`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청와대와의 차별화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추가 감세와 대학 등록금,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등 ‘포퓰리즘 논란’을 빚고 있는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낼지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여기에 검·경 수사권 문제로 불거진 김준규 검찰총장의 사퇴 등 국가 기관간의 갈등 문제, 저축은행 국정조사, 한미 FTA 국회 비준 문제 등 8월 임시국회에서 다뤄져야 할 현안들이 적지 않다. 홍 대표는 “제가 원내대표 할 때 아마 여야관계가 가장 치열했다. 위원장석 점거하고 당을 점거하고 본회의장 점거하고 그러나 종국에 가서 민주당과 전부 합의를 했다”며 “더이상 위원장석 점거하고 이런 행위 없도록 민주당 손학규 대표와 잘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등 돌린 민심을 되찾기 위한 서민정책을 어떻게 강화해 나갈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감세철회, 반값등록금, 무상급식 등 주요 정책은 논란이 적지 않기에 전·월세 대란, 대학 등록금 문제, 저축은행 사태 등 민생 문제에 대한 해법을 찾아 정책 수정과 제도적 보완을 위한 입법 추진에 힘을 실어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홍 대표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과제는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의 승리를 이뤄내는 것이다. 당내 중립 대표의 지위속에서 유력 주자인 박근혜 전 대표를 보호하는 것은 물론, 한걸음 더 나아가 대선 승리를 위한 적극적인 경선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홍 대표는 “박근혜 전 대표 뿐만 아니라 한나라당의 유력 대선주자들이 모두 상처입지 않도록 보호하겠다”며 “나처럼 공격과 방어를 다 경험해 본 사람은 한나라당에 이재오, 김문수, 정형근 등 4명인데 이재오 장관은 대선주자로 뛰겠다고 하니, 이제 내가 유력 대선주자들을 방어할 한나라당의 유일한 장수”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나라당이 홍준표식 개혁의 외투를 갈아입고 새로운 모습으로 민심에 다가갈 수 있을지 순항여부가 주목된다. 홍준표 복귀에 민주당 ‘들썩’ 민주당은 50대인 홍준표 후보가 한나라당의 새 리더가 된 것에 대해 그나마 안도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나이로만 봤을 때이지, 홍 신임대표가 몰고 올 친서민 정책에 걱정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야 정책의 차별성이 없어지면 야당의 존재감도 떨어질 수밖에 없는 탓이다. 민주당 김부겸 의원은 인터뷰에서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계파가 없고 자기 스스로 목소리를 내는 사람을 뽑은 것에 놀라움을 금할 길이 없다”고 평가했다. 김 의원은 그러면서 “국민들이 무섭다. 민주당도 이를 보며 분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특히 여야관계와 오는 11월쯤 열릴 지도부 선출 전대에 이번 한나라당 전대가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민주당은 우선 여당에 ‘홍준표 체제’가 들어섬에 따라 향후 대야관계에서 강경 기조가 만들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홍 대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과 북한인권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꼭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김진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MB노믹스(이명박 정부 경제정책) 궤도 수정과 한·미 FTA 재협상에 있어 청와대로부터 자유로운 한나라당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 것도 이에 대한 경계심의 표현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민주당 일각에서는 홍 대표에 맞설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당권 주자인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이 이 같은 분위기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나라당에 40~50대 ‘젊은 지도부’가 들어선 것도 민주당의 고민을 깊게 하고 있다. 민주당 전대에 정대철 전 대표, 김태랑 전 국회 사무총장, 정균환 전 최고위원 등 ‘올드 보이’들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젊은 지도부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김부겸 의원과 이인영 최고위원 등이 힘을 받으리란 관측도 제기된다. 실제 한나라당 당권 후보들은 40~50대였다. 40대인 나경원ㆍ원희룡ㆍ남경필 의원은 당 대표는 아니더라도 지도부 입성에 성공하면서, 국민들이 고령의 민주당 지도부와 비교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는 것. 민주당 차기 예비 당권주자들은 박지원(69) 의원, 정대철(67) 상임고문, 김태랑(68) 전 의원 등 고령자가 상당수다. 40~50대는 이인영 최고위원, 김부겸 의원 정도다. 한나라당 ‘7·4 전당대회(전대)’에서 야당 시절 ‘대여 저격수’로 이름을 날렸던 홍준표 대표가 당선된 동시에 최고위원들이 젊은 의원들로 채워지면서 민주당이 들썩이고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천년민주당 시절 인물들이 전면에 서면 되겠느냐”고 말했다. 새로운 한나라당 지도부가 ‘좌클릭’을 강화할 경우 민주당 내 노선갈등도 깊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대목이다. 이에 전대 출마가 예상되는 이종걸 의원, 박주선 최고위원, 문학진 의원 등 ‘민주희망 2012’ 소속 인사들이 선명성 강화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당내 중도진영은 한나라당과의 중도층 쟁탈전이 더욱 치열해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로필] ▲경남 창녕(57) ▲고려대 법학과 ▲부산·울산·서울·광주지검 검사 ▲한나라당 전략기획위원장, 혁신위원장, 원내대표, 최고위원 ▲국회 환경노동위원장 ▲15∼18대 국회의원 김영환 기자 sisa@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홍준표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