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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회장 ‘위기론’ 재강조 왜?

삼성 감사체제 강화 내막

김희정 기자 | 기사입력 2011/06/14 [10:10]

이건희 회장 ‘위기론’ 재강조 왜?

삼성 감사체제 강화 내막

김희정 기자 | 입력 : 2011/06/14 [10:10]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으로 정기 출근 중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이번에는 조직내 비리 척결을 강력히 주문하고 나섰다. 이 회장은 최근 삼성 감사팀에 비리를 적발당한 삼성테크윈에 대해 강도높게 비판하고 감사팀을 대폭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     ©운영자

“해외 잘나가던 회사들도 조직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 적지 않아”
경영복귀 이후 기회 있을 때마다 위기론 강조…조직비리 뿌리 뽑는다

이 회장은 삼성감사팀의 테크윈 부정사례 적발에 대한 보고를 받고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문화가 훼손되고 있다”면서 “삼성 내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해외의 잘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면서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 감사를 아무리 잘해도 제대로 처벌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경영철학인 ‘위기론’ 강조

이 회장은 지난해 3월 경영복귀 이후 예의 ‘위기론’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지난 5월부터는 1주일에 2회씩 삼성사옥으로 정기출근했다. 본인 스스로 직접 위기를 관리하겠다는 의지 표명이었던 셈이다.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은 준법경영 선포식을 갖는 등 회사 내 비리부정에 대한 근절 의지를 천명한 바 있다. 이처럼 전 계열사들이 준법경영을 강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부정’이 발견돼 이 회장의 위기감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평소 자신의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늘상 위기론을 강조해왔음에도 이런 비리가 생긴 점에 큰 실망감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께서 이제는 그런 일이 없는 줄 알았는데…이런 일이 발생해서 실망이 크다고 하셨다”고 전했다.

이건희 회장은 올 1월에도 “한국이 정신을 안 차리면 또 한걸음 뒤처질 수 있다”며 위기론을 피력한 바 있다. 이 회장은 1월 9일 저녁 자신의 칠순을 맞아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칠순연을 가진 뒤 기자들과 만나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의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소비자가전쇼) 2011’ 출장 성과와 관련, “앞선 회사가 퇴보하는 경우가 많고 새로 일어나는 회사가 많아져 신경써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3월에도 이 회장은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지금이 진짜 위기다. 앞으로 10년 내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은 대부분 사라질 것이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위기의식을 강조한 바 있다.

한편 삼성이 테크윈과 관련 조직 내 부정과 비리가 있었다는 점을 공개적으로 밝히긴 했지만 구체적인 비리 내용에 대해선 밝히지 않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이인용 부사장은 테크윈의 비리 내용에 대해 “밝힐 수 없다. 외국 기업이면 공시를 통해 주주한테 알렸을 것이다”라고만 말했다.

삼성테크윈이 K9 자주포 비리 납품으로 (사찰기관의) 강도높은 조사를 받은 것과 관련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것은 아니다. 대외적으로 이야기하지 않고 조용히 넘어갈 수도 있었다. 정기 인사 때 반영하면 됐지만 공개한 것이다. 외부 수사와 관련이 없다”고 답변했다.

삼성테크윈은 어떤 회사

삼성테크윈은 삼성전자의 계열사로 자주포와 장갑차, 탄이송장비 등을 만드는 방위산업체이다. 항공기 및 산업용 가스터빈 엔진도 만든다. 폐쇄회로TV(CCTV)와 반도체용 부품·장비를 생산하며 로봇·바이오사업도 추진중이다.

원래 삼성 카메라를 만드는 회사로 알려졌으나 지금은 카메라를 만들지 않는다. 그룹 내 사업조정으로 지난 2009년 2월 카메라사업을 분리했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의 카메라 모듈은 삼성전자는 물론 소니에릭슨 같은 해외 메이저 휴대폰회사에도 공급되면서 명성을 얻기도 했다.

삼성테크원은 지난해 9월 삼성전자로부터 삼성탈레스의 주식 50%를 인수해 방위산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방위사업청과 장갑차 외 18개 품목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액은 4451억7300만원으로 전체 매출 2조6427억원의 16.8%에 해당한다. 삼성테크윈은 오는 2014년 11월까지 공급을 완료할 계획이다.

최근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국방부가 삼성테크윈이 생산하는 K9 자주포의 서해 5도 추가 배치 및 K-55 자주포 성능개량사업 등에 대한 예산을 증액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추가 공급물량 증가도 기대되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삼성전자로부터 감시장비(VSS) 사업도 인수했다. 지난해 5월에는 알제리에 5000만달러 규모의 도로교통 감시로봇시스템을 수출하는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지난 3월 사업부 전반에 걸쳐 경영실태 점검과 함께 미래사업전략과 관련된 그룹의 경영진단을 받은 결과 4월부터 휴대폰용 카메라 모듈 사업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해 매출은 3조1979억원, 영업이익은 2157억원을 기록했으며 올 1분기에는 매출 6433억원, 영업이익 302억원을 달성했다.

감사 책임자 직급 높인다

이 회장이 이번에 ‘대노’ 수준의 질타를 하고 나섬에 따라 삼성은 즉각 그룹내 경영진단 및 감사 체계와 감사 기능을 강화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우수한 감사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감사책임자 직급을 높이고 인력도 늘리고 자질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감사 조직을 회사 내부의 입김으로부터 자유롭게 하면서 상시적으로 감사 기능을 가동할 수 있도록 직접 방침을 내렸다. 이 회장은 “(감사 조직을) 회사 내부에서 완전히 별도의 조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따라서 앞으로 삼성의 경영진단은 모든 계열사로 확산될 전망이다. 삼성테크윈의 경우 지난 1999년 초 경영진단을 받은 적이 있지만 올해 2월 경영진단 감사를 받기까지 한 번도 경영진단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내부 비리가 싹틀 환경이 제공된 것이 아니냐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은 비리와 연루된 삼성테크윈 관계자 전원을 징계 조치하고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비리와는 직접적인 관계가 없지만 책임을 통감하고 사의를 표한 상태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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