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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초콜릿, 그 이면에는 달콤함이 자리하지 않는다.
아프리카 국가, 특히 1년 내내 강우량과 습도가 일정한 코트디부아르에서 초콜릿의 주 원료 카카오가 자라나기 최적의 지역이다. 이런 이유로 코트디부아르와 이웃 나라 가나에서 생산되는 카카오는 전 세계 생산량의 70%를 재배·수확된다. 카카오 농장의 농부들은 일당은 2달러 미만이다. 한명이라도 더 일해야 생활고를 해결할 수 있는 탓에 농장에는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된다.
아이들은 ‘마체테’라는 40cm에 이르는 무거운 칼을 들고 카카오 껍질을 벗긴다. 전기톱을 들고 높은 나무를 오르내리며, 하루 종일 중노동을 한다. 병충해에 취약한 카카오나무를 보호하기 위해 농약 등 화학물질이 사용되지만 아이들에게 보호장비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캐나다 월드비전의 아동노예반대 캠페인 ‘노 칠드런 포 세일(No Child For Sale)’을 담당하는 셰릴 호치키스는 아동노동 실태에 대해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카카오 재배와 수확을 위해 아이들은 비위생적이고 위험할 뿐 아니라 온갖 해로운 환경에서 일해야 한다. 카카오 열매를 따기 위해 크고 날카로운 마체테 칼을 휘두르다 다치는 경우도 많다. 카카오 열매에 뿌리는 농약에 중독 돼 병에 걸리기도 한다. 뜨거운 햇빛 아래서 고된 노동을 하지만 일한만큼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오히려 영양실조에 걸리거나 보건 혜택을 받지 못하는 등의 이유로 카카오 농장의 아이들은 병들어가고 있다. 심지어 가족들과 떨어져 살며 농장주인의 학대에 시달리기도 한다”
아이들 대부분은 초콜릿 맛은 커녕 카카오가 어디에 쓰이는 지도 모른다. 코코아 농장 내 아동착취를 주제로 방영된 BBC 다큐멘터리에 출연한 한 소년은 ‘세계 다른 곳에서 초콜릿을 즐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의에 “내가 고통 받으며 만든 것을 그들이 즐기고 있다”면서 “그들은 나의 살을 먹고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15년 7월 툴레인 대학교의 ‘페이슨 국제개발센터(Payson Center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의 카카오 농장 조사 발표에 따르면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에서 일하는 아동들의 수치는 증가했다. 지난 2009년 아동노동자는 175만명으로 추산됐지만, 2014년에는 220만여명에 달했다. 20여년 전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의 아동 노동 상황이 알려지며, 비판 여론과 함께 대안이 제시됐지만 현실은 더욱 악화됐다.
코트디부아르에서 아동이 노동력으로 쓰인다는 소문과 함께 인신매매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코트디부아르 카카오 농장주들은 말리 공화국, 부르키나파소, 토고 등의 서아프리카 주변 최빈국에서 아이들을 데려와 ‘노예’로 부린다. 대부분은 납치되거나 말리 인근에서 거래된 아이들이다. 브로커를 통해 부모가 아이들을 직접 넘기기도 한다. 코트디부아르에만 약 1만2000여명의 인신매매 피해 아동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카카오 농장의 아동착취 문제는 시장구조에서 발생한다. 카카오 생산물의 가격은 초콜릿 업체를 위해 일하는 브로커들에 의해 결정된다. 이들은 카카오 1Kg에 1.5달러의 비용을 지불한다. 농장주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생산단가를 낮춰야 한다. 여기에 아동들이 이용된다. 이렇게 생산된 카카오는 다국적 초콜릿 제조업체와 유통 회사에 돌아가고 카카오 생산자들은 소비자가 내는 초콜릿 가격의 6% 정도에 해당하는 금액만 받는다. 코트디부아르가 세계 카카오 생산의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음에도 빈곤과 아동 노동 착취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이유다.
이혜란 아름다운커피 홍보캠페인 팀장은 이와 관련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우선 공정무역으로 정당한 임금을 받는 농부가 늘어나야 초콜릿 산업 구조가 바뀔 수 있다”면서 “아동노동 금지도 공정무역의 원칙 중 하나다. 농부들이 제 값을 받지 못하니까 아이들의 노동력을 쓸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정무역을 통해 거래된 초콜릿은 카카오 생산 노동자에게 정당한 카카오 가격 및 생산지의 사회적 개발을 위한 공동체발전기금(Social premium)을 지급하고 있다. 실제 코트디부아르와 카카오 생산량이 비슷한 가나의 경우 쿠아파코쿠 협동조합을 통해 얻은 수익으로 마을의 우물을 만들어 물 부족을 해결했다. 또한 코코아 농가의 여성 리더십 학교 개설 등 교육시설을 늘리기도 했다.
공정무역 거래가 아직 미비하기 때문에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국적 기업의 참여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초콜릿 시장을 이끄는 다국적기업의 공정무역 참여가 아동노동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팀장은 “카카오를 재배하는 농부들에게 정당한 가격을 지불하고 사회적 원칙을 지키면 될 문제다. 규모가 작은 단체가 뭉쳐도 규모화 되기 어렵다. 기업의 참여가 필요하다. 그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서 “카카오 농업에 아동이 동원된다는 사실이 이슈화돼 허쉬의 경우 2020년까지 아동노예노동을 금지하는 공정무역 초콜릿으로 100% 바꾸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약속이 말 뿐이 아니라 실현되려면 소비자가 알아야 한다. '당신들이 약속 한 내용 어느 정도 지켰냐고 따져 물을 수 있도록 말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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