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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산업’이라는 가면 쓴 박원순 식 개발주의

최인기 빈민해방실천연대 수석부위원장 | 기사입력 2019/01/30 [14:16]

‘도시재생산업’이라는 가면 쓴 박원순 식 개발주의

최인기 빈민해방실천연대 수석부위원장 | 입력 : 2019/01/30 [14:16]

1. 청계천 낮은 자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라.

 

청계천 을지로 노동자들의 처지는 열악하기 그지없었다. 1970년 11월 청계천 평화시장에서 한 청년이 자신의 몸에 불을 붙였다. 전태일의 분신자살은 노동자의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다. 청계천 을지로는 산업화시대 많은 노동자가 상경해 구축한 생산 현장이자, 열악한 노동조건을 타개하기 위한 노동운동의 출발지였다. 이곳에서 박정희 군부독재에 숨죽이고 있던 노동운동에 불씨가 피어났다. 

▲ 청계천은 지역을 둘러싼 주민들의 처우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지역 운동의 공간이었다. <사진=최인기 제공>   

 

숨 가쁘게 전개된 도시화는 열악한 주거를 확대 재생산시켰다. 청계천과 을지로 주변에는 많은 대학교가 산개해 있었고, 소위 ‘민중교회’로 일컫는 교회에서는 야학 운동이 전개됐다. 당시 일본인 목사이자 사회운동가인 ‘노무라 모토유키’ 씨는 사진집 ‘노무라 리포트: 눈빛’을 통해 유명을 달리한 제정구 의원과 정일우 신부의 철거반대 투쟁과 주민운동을 소개하고 있다. 청계천은 지역을 둘러싼 주민들의 처우 개선을 적극적으로 요구했던 지역 운동의 공간이었다. 

 

청계천 복개 공사와 세운상가가 들어서고 또 시간이 흐른 후 복원공사가 이어지면서 수십 년 동안 서울의 청계천과 을지로 주변은 개발사업의 전시장이 됐다. 하지만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개발의 의미도 달라져야만 했다. 이명박 서울시장은 시민들이 요구하는 환경과 역사문화의 가치를 개발과 버무려 선전했다. ‘거버넌스’라는 이름을 앞세웠지만, 위선적인 절차와 합의를 종용했다.

 

청계천 복원공사의 부당함을 가장 먼저 알린 사람은 노점상 박봉규 씨였다. 2003년 8월 23일 중구청장실에서 노점 탄압에 항의하며 분신하기 전 그는 이명박 서울시장 앞으로 “서민을 보살피는 시정을 펼치겠다던 공약을 왜 지키지 않는가?” 라는 내용의 항의 서한을 등기로 부쳤다. 죽음으로 증명할 수밖에 없는 사람의 울림은 컸지만, 개발은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역대 서울시장의 개발정책은 폐해가 컸다. ‘뉴타운 사업과 신개발주의’의 실상은 수많은 원주민을 삶의 터전에서 내몰았다. 파괴적인 성장은 용산에서 10년 전 다섯 명의 철거민이 망루에 오른 후 참사로 이어졌다.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인 재앙은 인간의 멈출 줄 모르는 욕망에 경종을 울렸다. 이어 등장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일방적인 개발을 멈출 것을 선언했다.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정책을 내놨다. 이것은 ‘도시재생사업’으로 가면을 바꿔 썼다. 일견 숨을 돌리는 것 같았다. 

 

▲ <사진=최인기 제공> 

 

2. 박원순식 도시재생 사업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청계천 을지로를 둘러싼 개발이 한참이던 며칠 전,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를 통해 서울시가 도심 복합개발을 통한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사대문 일대 현재 최고 90m로 설정된 건축물 고도제한 완화를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1990년대까지 구역별로 각기 다른 높이 규제가 적용되다가 2000년 90m의 높이 규제가 처음 마련됐다. 이후 오세훈 시장 때 110m로 완화했다.

 

그러나 2016년 박원순 시장이 낙산·인왕산·남산·북악산 높이를 기준으로 경관을 가로막지 않도록 70~90m의 건축물 고도제한을 적용시켰다. 그러던 것을 2년 만인 2018년 10월, 도심 지역 내 신축 건물을 110m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이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었다. 불과 2년 전 사대문 최고 높이를 110m에서 90m로 낮췄는데, 사대문 고도제한 완화가 확정될 경우 2년 만에 정책을 바꾸는 셈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세운상가 중구 입정동 237 일대 `수표도시환경정비사업`은 지상 24층, 수표동 47-1 일대 `장교구역 제12지구` 벤처 전용 오피스빌딩 건립사업은 17층으로 지금도 고층빌딩에 속한다. 이 상황에서 110m로 환원될 경우 청계천 을지로 일대는 그야말로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게 된다. 당장 한호건설그룹은 서울 을지로 청계천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연 면적 약 100만㎡에 도심복합재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박원순 식 도시재생사업의 흐름과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리고 2018년 10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고시됐다. 기존 건축물 철거도 빠른 속도로 진행돼 세운 3-1구역 대부분의 업체가 한두 달 사이에 철거됐다. 상인들은 시행사가 3-1구역 세입자들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며 압박했다고 주장했다.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떨어진 후 상인들이 할 수 있는 건 이전 혹은 폐업뿐이거나 철거를 반대하는 것인데 최대 5억 원 이상의 손해배상이 진행됐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관리처분계획인가가 떨어진 후 두 달 사이에 3-1구역 400여개 업체 중 대부분이 이전했고, 10%는 이전에 어려움을 느껴 폐업했으며 주변 시세는 올랐다고 주장했다. 

 

최근 투쟁이 시작되고 여론이 철거반대로 들끓자 뒤늦게 서울시는 구체적 사업방안의 시점은 밝히지 않은 채 ‘합리적 보상방안과 제조업 특화단지’ 시행 방침을 내놨다. 물론 사업시행인가 취소와 관련해서는 아직 서울시의 입장이 없다. 아마도 부분존치와 공구상가 이주를 모색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오래전 청계천 노점상들의 이주단지인 ‘풍물시장’과 상인들의 이주단지라 할 수 있는 송파구 문정동 ‘가든 파이브’ 사례에서 충분히 입증된 바다. 상권 위축과 시장이 떠나면 나몰라라 했던 오랜 행정이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그때는 누굴 잡고 하소연 할 것인가? 

 

▲ <사진=최인기 제공>    

 

3. 관리·감독을 소홀히 한 중구청의 처벌과 공사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청계천 을지로라는 공간은 강남과 같이 허허벌판에 들어선 계획된 도시가 아니다. 서울 중심에 있되 실제는 변두리처럼 취급받던 곳이다.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곳에서 사람들은 크고 작은 공구상가와 벼룩시장 등을 일구며 삶을 영위해 왔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에서 확보한 ‘서울시 골목길 기본계획’과 ‘세운 재정비촉진지구 내 옛길 및 주변 도시경관 디자인 기본지침’에는 도심의 제조업 생태계 보전 방법, 관광 자원으로서의 가치 보전 방법 등이 상세하게 기록돼 있다.

 

하지만 정작 ‘사업 시행인가’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절차만 지켰을 뿐 이러한 검토가 빠졌다. 특히 이 일대 관광문화자원 등 다양한 경제적 가치는 이미 상식으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사업시행인가 과정에서 서울시 소상공인지원과, 산업거점조성반, 도시제조업을 담당하는 경제정책과 등이 협의 과정을 거치지 않고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았던 것은 여전히 의문이다. 

 

한편 서울시는 2018년 5월 30일 정비사업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 협의 없는 강제퇴거’와 ‘강제퇴거 과정에서 불법행위’가 일어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는 정비사업 강제철거 예방 종합대책을 서울 시내 모든 정비구역에서 전면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또한 2009년 용산 참사라는 아픈 역사의 교훈이었다. 12월부터 2월까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에 대한 겨울철 강제철거 금지로 정비사업 현장에서의 인도 집행이 불가능하고, 협의를 통한 자진 이주만 가능해진다. 

 

하지만 현재 세운 6구역의 일부가 ‘세운 재정비촉진지구’로 인허가 되면서 전면 철거되거나 세운 3-1, 4, 5구역 입정동 일부가 ‘수표 도시환경정비사업’에 사업 시행인가를 내 준 상태여서 거주자들이 모두 퇴거한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빈 공가에 대한 집행이 가능하다. 

 

특히 중요한 것은 사람이 저항하지 않는 이상 철거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시행사 한호건설이 이를 악용해 일단 부수고 보자는 식으로 굴착기를 동원해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상인들이 아직 영업 중인데도 관리·감독 없이 겨울철에 야간 철거를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석면이 있을 수 있는 건물을 일방적으로 철거하기도 한다. ‘사전협의체’를 통해 관리처분 인가를 받아야 하지만, 상인들은 어떤 협의체에도 참여한 사실이 없는 점을 들어 공사 중단을 요청하고 있다. 심지어 이곳 주민들은 백지 동의서에 대해 사업 시행인가 무효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사업 시행계획에 동의한 바가 없고, 이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청계천을지로보존연대’는 도시정비법 제81조 제2항을 들어 ‘관리처분 계획인가를 받은 후 기존의 건축물을 철거하여야 한다’며 저항의 날을 세우고 있다. 세운재정비촉진지구 3-1,4,5 관리처분인가 날짜는 2018년 10월 26일이다.

 

그런데 철거가 시행된 시점은 9월 20일부터다. 시행사에서는 관리처분인가가 확정되기 여섯 달 전부터 이주를 종용했다. 이는 한마디로 사업 시행인가 취소 요건에 해당된다. 최초 이주를 한 사람은 사업이 지연될 경우 착공도 안 되는 상황이 되면 재산상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관리처분인가 전 이주를 시작하는 것은 향후 재산권 분쟁 등의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기 때문에 서울시에서도 사업 시행인가 내용 위반을 들어 행정처분을 내린 적이 있다. 

 

4. 소비사회의 개발주의는 박원순 서울시장에서도 이어지는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청계천 복원사업’으로 대권 도전의 발판을 다졌듯이, 현재 특별한 대권 주자가 떠오르지 않은 상황에서 박원순 서울시장 체재 아래 행정과 사업이 마치 고삐 풀린 말처럼 대선을 향해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최근 여의도 용산 통합개발 등 대규모 개발 사업들이 그렇다. 이러한 사업들은 ‘주택 공급 기획단’을 구성하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와 주택건축국 관계자 모두 사대문 고도제한 완화에 대해 적극 검토하거나 언론을 통해 동향을 살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청계천 을지로 개발계획도 마찬가지다.

 

언론에서 비판이 쏟아지고 논란이 커지자 모르쇠 일관하다 지난 1월 16일 박원순 시장은 “상인들이 도심에서 계속 산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견해를 밝혔다. 서울시는 공사를 중지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귀추가 주목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과연 어떤 결론을 내릴 것인가? 

 

*이 글은 <참세상>에도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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