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분리안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의 국회 상임위 통과로 금융지주사 출범을 앞둔 농협이 지난 몇일간 전산장애가 일어나는 사상 초유의 돌발 악재로 곤욕스러워하고 있다.
농협관계자는 14일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전산장애는 IBM서버(중계 서버)의 장애로 인해 발생하였으며 구체적인 장애 발생 원인은 전산 시스템 복구 완료 후 집중 분석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거래 기록 및 고객정보 데이터의 훼손 가능성 등이 거론되면서 보상 논란 등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전산장애 피해 막대…IT서비스 상당 부분 아웃소싱에 의존 농협은 운영시스템(OS)과 주요 파일들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많이 파괴돼 복구에 많은 시간이 소요되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단계적으로 파일을 정상적으로 복구한 뒤 서비스를 재개하고 있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개인정보와 관련된 부분은 IBM서버가 아닌 HP서버에서 관리하기 때문에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가능성이나 개인 신상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삭제됐을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지난 12일 오후 5시5분께 시작된 농협의 금융거래 중단사태가 3일째인 14일 새벽에야 상당 부분 재개됐고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및 체크카드 서비스의 경우 이날 오후가 돼 정상화됐지만 금융거래 및 고객정보 데이터가 상당 부분 훼손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농협의 전산관리 시스템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농협 전산장애 복구가 늦어진데 대해 “금융거래 및 고객정보 데이터 가운데 상당 부분이 훼손돼 이를 원상복구하느라 많은 시간이 소요됐다”고 지적했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농협 전산망 장애복구가 지연돼 몇일째 문제가 지속되면서 일각에선 농협측이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를 숨기기 급급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농협측은 당초 지난 4월 13일 오후 9시께 자동화기기(ATM) 서비스의 정상화가 이뤄진 뒤 인터넷뱅킹과 폰뱅킹 서비스는 오후 10시께 재개될 것이라고 전했으나 14일까지 신용카드 중 현금 인출 및 현금 서비스 거래와 체크카드 거래가 안돼 금융지주사 설립을 앞두고 있는 농협의 전산 시스템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이에 대해 농협측 전산담당자는 “주요 파일들이 생각보다 많이 삭제됐다”고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인정하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고는 있지만 단계적으로 완전복구한 뒤 서비스를 재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사코리아>와 인터뷰한 농협관계자는 “이번 사고는 우발적인 사고에 불과하며 농협 역사에 이같은 사고가 일어난 적은 없는 초유의 사태”라고 강조했다. 또 금융권 지주회사 전환을 앞두고 기초적인 전산에 있어 내부적 역량에 약점을 보인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확대해석에 불과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산장애 농협서버 파일삭제 누가 왜? 농협은 이번 전산장애가 12일 오후 5시께 농협 IT본부 분사에 파견된 한국IBM 직원의 노트북에서 IBM 중계서버에 대한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지면서 장애가 시작된 것이라고 밝혔 다. 농협측은 “협력사 직원 노트북에서 장애를 일으킨 명령이 실행된 흔적이 발견됐다”고 설명했다. 농협의 전산시스템은 IBM과 HP 등 여러 제조사 서버를 사용하고 있지만 유독 IBM 서버 100여대에서만 실행파일이 삭제된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다만 이 직원은 “누군가에 의해 노트북을 통해 파일 삭제 명령이 내려졌을 뿐 자신과는 무관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IBM은 농협에 직원을 파견해 시스템 유지보수를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금융부문에 대한 혹평 한편 농협 전산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이 발견되면서 농협 금융부문에 대한 혹평이 쏟아져 나왔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고객의 보안에 관한 사안은 은행 업무의 본질 중의 본질”이라면서 “전산장애뿐만 아니라 이후 보여준 무성의한 태도 때문에 농협에 대한 고객 충성도가 크게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협이 덩치에 맞지 않게 전산설비 확보나 위기관리 체제구축에 무심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농협은 2004년 이후 IT 서비스의 상당 부분을 아웃소싱에 의존해 왔다. 그래서인지 농협은 지난해 2월 6일에도 ATM 2000여대가 작동되지 않는 사고를 냈고 이전에도 크고 작은 금융사고에 시달려왔다. 한편, 농협 전산 담당자는 “훼손된 금융거래 기록을 완전 복구하지 않고 서비스를 재개하면 고객의 예·대출 잔액에 문제가 있을 수 있어 곧 드러날 것”이라면서 “금융거래가 기록되는 온라인 원장이나 고객 원장 쪽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번에 전산장애를 일으킨 것은 IBM 중계서버이며 이것과 관련된 데이터만 영향을 받았다”면서 “금융거래를 하면 중계서버에 거래내역이 남을 뿐만아니라 원장에도 백업화일로 거래내역이 남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번 전산장애에서 중계서버의 백업파일까지 일부 훼손된 것은 사실이지만 원장의 백업파일은 손상되지 않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농협 고객들에게 농협의 금융거래 장애가 복구되는 대로 자신의 금융거래정보에 대해 반드시 조회해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이에 대해 농협측은 “예금, 대출 등 금융거래 내역을 확인한 뒤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의심될 경우 고객피해센터에 신고하면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져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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