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

어려움 속 현대그룹 ‘엎친데 덮친격’

北 금강산관광 독점권 취소 카드 빼든 속내

김희정 기자 | 기사입력 2011/04/19 [10:28]

어려움 속 현대그룹 ‘엎친데 덮친격’

北 금강산관광 독점권 취소 카드 빼든 속내

김희정 기자 | 입력 : 2011/04/19 [10:28]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가 지난 8일 대변인 담화를 통해 “우리는 현대측과 맺은 금강산 관광에 관한 합의서에서 현대측에 준 독점권에 대한 조항의 효력을 취소한다”고 밝혔다.
<시사코리아>와 인터뷰한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근본적으로 관광중단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현대아산의 피해액도 그런 의미에서 계속 이어지는 것으로 볼 수 있고 회사는 독점권 취소라는 의미로 해석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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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 강경책 변화 유도·외화벌이 등 포석…정부선 “원칙 고수”


현대아산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2008년이후 올 3월까지 3,573여억원 손실

13일 <시사코리아> 취재시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은 지난달 15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금강산으로 현대아산 관계자를 불러내 북측이 자체적으로 금강산 관광모집을 하겠다고 밝혀왔으나 현대아산은 ‘1998년 금강산관광 독점권 보장에 어긋난다’며 통지문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이 거부하자 9일 만에 북한이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이 이번에 처음으로 이같은 주장을 한 것은 아니다. 지난해 하반기와 올 3월 중 두 차례에 걸쳐 금강산사업소에 나가 있는 우리 직원에게 이 같은 뜻을 전달했다. 실제로 지난해 5월경 중국인이 금강산 관광을 간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 와중에도 북한은 현대의 권리를 전적으로 취소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담화에도 북측 지역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우리가 맡아 하되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계속 현대가 맡아 한다”는 문장이 제시돼 있다고 덧붙였다.

금강산 사업권 침해 노림수

현대아산 관계자는 북한에 금강산 사업권 침해에 대한 유감 표시를 그동안 여러번 해왔으며 정부와도 이같은 사실에 대한 상시 교류를 해왔다고 주장했다. 금강산 독점권 취소 담화가 단발적인 사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2008년 남북 왕래가 중단된 이후 계속적으로 진행돼 온 사항이라는 것이다.

현대아산은 1998년 10월 고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과 김용순 아태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에 대한 합의서를 맺었다. 당시 합의서는 “금강산 관광에 대한 사업권을 장기간 현대에 준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이후 2002년 북한 당국은 현대그룹에 금강산 일대 토지이용권을 2052년까지 발급했다. 북한의 태도가 바뀐 것은 금강산 관광사업이 지난 2008년 7월 관광객 피격사건으로 전면 중단되고 난 이후다.

현대아산의 손실 막대

현대아산이 갖고 있는 금강산 사업독점권을 취소하겠다고 북한이 일방적으로 발표함에 따라 막대한 금액을 투자한 현대아산은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어려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지난 3년간 사업중단으로 인해 현대아산은 그렇지 않아도 대북사업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여서 회사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아산이 금강산 관광사업에 쏟아부은 투자비는 약 1조원이다. 현재까지 토지 및 사업권 취득 명목으로 4억8669만달러(7010억원)를 지급했다.

현대아산측은 지난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 중단 이후 올 3월까지 입은 총손실액을 3,573여억원으로 분석했다. 숙박업체와 식음업체 등 협력업체의 누적 손실액도 1,356여억원에 달한다. 1084명이었던 직원도 구조조정을 통해 현재 310여명으로 70%나 감원했다.

북한의 뻔한 의도

북한의 이번 조치는 현대그룹을 압박해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에서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의도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북한은 담화에서 “현대측이 금강산 관광사업의 독점권을 잃게 된 것은 전적으로 남조선 당국의 동족대결과 관광파탄 책동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담화문을 보면 금강산 관광 사업권한을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해 외화벌이에 나서겠다는 뜻도 비치고 있다. 예컨대 남한을 통한 금강산 관광은 현대그룹에 그대로 남겨두면서도 북측 지역을 통한 관광은 해외사업자에게 위임하겠다는 것도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목적이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또 이미 금강산 관광지역 시설을 몰수한 만큼 관광이 재개되면 금강산 호텔 등 현대측의 관광시설을 사용해 외국인 관광객을 받겠다는 명분도 실렸다.

그러나 현대아산에 따르면 “지난 10여년간 금강산을 다녀간 196만명의 관광객 중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은 1만2000여명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한국인을 제외한 금강산 관광객 모집은 흥행에서 참패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북한이 자체 관광 과정에서 금강산에 있는 현대아산 소유의 인프라 시설까지 이용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현대아산은 지금까지 발전소·호텔 등 금강산 주변 토지와 시설투자 등에 총 7541억원을 투자했다. 관광공사·농협 등 외부 기관의 투자액은 1330억원에 이른다. 현대아산은 관광 중단 이후 16명의 직원을 금강산에 남겨두고 시설물 관리를 해왔다. 현대아산측은 “합의서에 따르면 북측은 일방적으로 현대아산 시설물을 이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한수 현대아산 부장은 “금강산 관광과 관련한 북측의 조치가 관광이 중단된 비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한 것으로 금강산 관광의 재개만이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관광 재개 위한 숱한 노력들

지난 수년간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재개를 위해 숱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정은 회장은 2009년 8월과 11월 금강산과 평양을 잇따라 방문하며 8·17 합의를 이끌어 내는 등의 대북활동을 펼쳤다. 같은 해 12월에는 한국정부에도 남북관계의 조속한 정상화를 촉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현 회장은 그로부터 2년이 흐른 지난해 11월에는 금강산 관광과 12주년을 맞아 “이제는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시점이 됐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이 남북 갈등 고착화에 따라 진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여러모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강산 관광의 경우 남북관계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한 자체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는 데 현대그룹의 고민이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합의 없는 북한의 일방적인 조치가 유감스럽다”면서도 “이번 조치에서 북한이 현대와의 신의 및 협력관계는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만큼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지금까지 대화와 압박 전술을 병행하면서도 대화에 무게를 뒀다면 앞으로는 압박쪽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다만 “실제 행동이나 격렬한 비난까지 가기는 어렵고 북미관계의 진전상황에 따라 그 강도와 속도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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