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가 화끈한 저가 마케팅 경쟁을 펼치고 있다. 5000원짜리 치킨에 1000원짜리 생닭, 9900원짜리 청바지 등 ‘억’ 소리나는 마트의 이벤트들에 소비자들은 매일 꼼꼼히 전단을 살펴보기 바쁘다. 대형마트 3사는 기존 원가를 절감한 것은 상품기획이나 해외소싱(해외에서 싸게 물건을 구매해 파는 것), 강화된 유통역량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고 하지만 또 다른 일각에선 마법은 없다고 주장한다.
대형마트 “마진 최소화하긴 했지만…손해보진 않았다” 중소업체 “거래선만 있어도…울며 겨자먹기로 납품” 롯데마트는 최근 심기가 불편하다. 홈플러스의 직접적인 비교광고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착한 생닭을 판매하면서 ‘통큰 치킨보다 착한 생닭’이란 멘트를 넣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업계에서 비교광고는 늘 있어 왔다. 하지만 도안 표절 및 표적광고는 다소 지나치다”라고 비판했다. 노병용 롯데마트 사장도 6일 간담회에서, “(홈플러스)가 유사한 마케팅을 했다고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일시적인 정책이 아닌 장기적인 효과를 줄 수 있는 것에만 통큰, 손큰의 이름을 붙이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맞불작전으로 나온 홈플러스의 경우 노 롯데마트 대표의 ‘유사 마케팅’이란 말에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착한 마케팅이 갑자기 나온 줄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 하지만 착한 마케팅은 2009년 홈플러스 창립 10주년을 맞이하면서 기획한 것으로 600여 가지 품목을 정해 해당 상품에 대해서는 항상 싸게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중장기 전략”이라며 저가정책의 원조를 주장했다. 그는 “하나의 품목이 있으면 그 품목을 대는 여러 제조사가 있다. 제조사와 협의를 통해 일정 기간 동안 저가로 판매하고 기간이 끝나면 다른 제조사로 바꾸어 실행해 결과적으로는 해당 품목은 최소 1개 상품은 저가로 판매하게 된다”고 답했다. 한편 업계 1위 이마트 쪽에서는 담담한 편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상시저가를 바탕으로 한 신가격정책을 꾸준히 해왔다. 할인점의 본질이 유통개선을 통한 합리적 가격형성인 만큼, 본질을 지켜갈 뿐 일일이 대응해 나가지 않겠다”고 일축했다. 마케팅의 차이는 있지만 파격적 저가 경쟁에 있어서는 대형마트 3사가 모두 동일했다. 롯데마트는 지름 45cm인 이마트 피자보다 1cm 더 큰 지름 46cm의 ‘더 큰 피자’를 선보였다. 홈플러스는 롯데마트가 LED모니터를 부각해 팔자 착한 LED모니터를 내놓았다. 롯데마트가 청바지를 9800원에 팔고 이마트 또한 9900원짜리 청바지를 내놓았다. 이 기막힌 일치에 대한 각 대형마트사의 답 또한 똑같았다. “장기간 검토한 기획상품”이라는 것이다. 납품업체 ‘울며 겨자먹기’ 문제는 기존 가격의 10~50%나 깎는 마법같은 일이 정말로 일어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들은 가능했기에 추진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제품을 납품하는 납품업체나 대형마트의 마진을 깎지 않았냐는 <시사코리아>의 질문에 대형마트 3사는 “마진을 최소화하긴 했지만, 손해는 보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저가마케팅이 치열하게 맞부딪히던 지난 2월 지식경제부의 주요 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대형마트 3사는 전년 동월 대비 10.9% 감소했다. 특히 매출 비중(53.6%)이 큰 식품군에서 14.5%나 감소했다. 마진을 깎은 반증인 셈이다. 하지만 손해에 대해서는 다소 복잡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저가정책에 대해 상식적인 수준에서 바라보면 안 된다”고 답했다. 그는 “과거에도 이런 방법을 취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던 것은 다 팔 수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며 “과거와 달리 거대물량을 유통할 수 있는 역량도 크게 늘었다”며 자신을 표했다. 예전보다 유통망 확보능력이 좋아졌다는 이야기이다. 그러나 국내 중소협력체나 납품업체들은 대형마트와의 거래를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실제로 지난 달 1일 중소기업중앙회가 대규모 소매점(백화점, 대형마트, 홈쇼핑)에 납품하는 중소기업 150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26.7%의 납품 업체가 ‘소매점의 단가 인하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납품 중소기업의 29.3%는 대형 마트로부터 ‘불공정 거래행위로 인한 피해를 입었다’고 답변했다. 부산소비자연맹 김광수(부산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회장은 “최근 일부 대형마트의 저가 마케팅은 일시적인 파격가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대기업의 구매력과 협상력을 활용해 영세업체와 납품업체를 죽이는 얄팍한 상술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사코리아>와 인터뷰한 업계 관계자는 “마트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발주가 중지된다. 울며 겨자 먹기라도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한 산지 유통업체도 “대형 마트 쪽에서 반품사례 등을 모두 문서화해서 자료로 축적해 놓고 있다”면서 “이 자료를 근거로 언제든지 거래 중지를 할 수 있다며 은연중에 산지를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따라서 대형 마트의 횡포를 피하기 위해서는 산지 스스로 조직화·규모화를 통해 교섭력을 키우는 한편 거래선 다변화로 대형 마트에 종속되는 상황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지역경제에서 마트가 가지는 지배력이 강력한 만큼 종속을 피할 수 있는 여건이 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에 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시사코리아, 대형마트, 중소업체, 홈플러스, 이마트, 롯데마트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단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