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제과는 24개 과자류 가격을 6일부터 평균 8%대 인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미 지난달 31일 주요 대형마트에서 해태제과의 주요 품목 가격이 평균 14~15%대 가격인상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비자를 우롱하는 ‘꼼수’를 부렸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4개 품목 소비자 고통분담 차원…소매점 공급가격 평균 6.6% 인하 정부당국의 압박 우회적으로 비켜가기 위한 ‘물타기’ 작전 지적도 6일 <시사코리아>와 통화한 해태 관계자는 “그동안 밀가루, 설탕, 원유 상승 등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의 체감지수를 감안해 오랫 동안 감내해왔다. 2009년에 과자값을 인상한 이후 지난해에는 과자가격을 올리지도 않았다”면서 “이번에도 제조가는 8%만 인상했을 뿐이며 14~15% 인상률은 유통업체에서 정한 판매율 인상으로 제조사인 해태와는 관계없는 일이다”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실제 970원하는 생크림홈런볼컵(51g)이 1360원으로 40.2% 오르고 초코홈런볼컵(51g)도 40.2% 오른 1360원으로, 970원짜리 롤리폴리(72g)와 롤리폴리딸기(72g)도 1360원으로 인상폭이 40.2%에 달하면서 체감물가 지수를 높게 느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특히 국민과자라고 할 수 있는 맛동산(8팩)이 2980원에서 3980원으로 거의 4000원 대에 육박하고 해태 구운양파(8팩)도 2980원에서 3980원으로 각 33.6%나 가격이 비싸졌다. 해태제과는 이날 가격인상안을 발표하면서 ‘땅콩그래’, ‘썬키스트 캔디’, ‘와플칩’ 등 4개 품목에 대해선 소비자 고통분담 차원에서 소매점 공급가격을 평균 6.6% 인하한다고 했다. 이례적으로 과자류 가격인상과 인하를 동시에 발표한 셈이다. 또 자일리톨 껌(2개, 3980원 0.8% 인상) 등 비인기 과자류 3개 품목은 한자리수 인상을 결정했다. 생색내기용 가격인하도 동시에 해태제과가 10% 미만인 8% 선에서 과자제품을 인상했다고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가격인상폭은 15%를 훌쩍 뛰어넘은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지탄을 피하려 한 꼼수라는 지적도 있다. 한 소비자는 “해태제과는 가격을 올릴 때는 잘 팔리는 상품을 팍 올리고, 내릴 때는 덜 팔리는 상품만 조금 내리는 눈속임으로 소비자를 우롱하고 있다. ‘조삼모사’를 연상케 한다”고 비꼬았다. 업계 일각에선 ‘생색내기용 가격인하다’, ‘가격인상 불만을 최소하려는 물타기 작전이다’ 등의 지적도 있다. 해태제과가 매출이 많은 인기상품을 중심으로 가격을 올리면서 소비자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인기 상품 일부의 가격을 내리는 생색내기용 가격인하 작전을 선택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해태제과가 제품 가격을 올리면서 물가잡기에 발벗고 나선 물가 당국의 압박을 우회적으로 비켜갈 목적으로 일부 제품값을 내리는 물타기 작전을 시도했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해태제과 관계자는 “가격인하한 상품의 경우 월평균 5억~10억원 상당의 고매출을 올리는 인기상품”이라며 비인기 상품을 뭍타기용으로 가격인하했다는 지적을 일축했다. 이 관계자는 또 “재료 가격의 상승 압력을 감당하기 어려워 불가피하게 과자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며 “소비자 부담을 고려해 인상폭은 최소화하고 일부 품목에 대해선 가격인하를 단행했다”고 강조했다. 식품업체들 도미노 인상 식품업체들이 이같이 식품가를 줄줄이 인상하는 원인은 밀가루와 설탕 공급량이 크게 줄어든 데 있다. 특히 일본 지진으로 인해 일본에서 수입되는 원자재 공급에도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형편이다. 주요 원자재 공급량이 계절적 요인 등에 의해 감소했고 밀가루의 경우 지난해 7월 러시아의 수출금지와 밀 주요 생산국의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줄면서 국제 원맥 가격이 50% 이상 치솟았다. 이에 따라 식품업체들은 그동안 정부와 소비자들의 눈치를 보며 참아왔던 가격 인상을 본격적으로 강행하고 있는 것이다. 해태제과가 어린이들이 즐겨 먹는 24개 주요 품목에 대한 과자값을 인상함에 따라 롯데제과, 오리온 등 다른 제과업체들도 줄줄이 제품 가격인상에 나설 공산이 커졌다. 이에 앞서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업체들은 최근 3개월만에 설탕 공급가격을 9%가량 올렸고, 제분업체인 동아원도 5일부터 밀가루 가격을 9% 가까이 인상했다. 네슬레는 연초 가격을 올린 바 있고 유한킴벌리는 일부 유통업체에 립톤 아이스티 10여 개 품목에 대해 평균 10%가량 가격 인상을 요청했으며 수입맥주 밀러 또한 10여 개 품목에 대해 평균 5% 가량 값을 인상하는 방안을 유통업체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음료 칠성사이다와 펩시콜라의 납품가를 최대 10%까지 올렸지만 롯데제과와 오리온 등은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해 아직까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리온 관계자는 “현재 해태제과에서 결정한 인상 수치가 업계 내에서 압박 받고 있는 기준인 건 맞다”고 덧붙였다. 일부 업체들은 아직까지 정부와 소비자 눈치에 가격 인상 시기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한 커피업체 관계자는 “커피믹스 등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은 없다”며 “원자재가 상승으로 설탕값이 오르긴 했지만 제품 가격을 올려 해결하기 보다는 회사 내부 차원에서 감내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맥주 등의 주류 역시 현재까지는 가격인상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 하이트 관계자는 “밀러가 맥주 가격을 올린다는 얘기가 있는데 그건 외부 요인과 관계없는 회사 내부의 결정일 것”이라며 “설탕, 밀가루 가격과는 전혀 상관없는 게 주류다. 하이트도 가격을 올릴 계획은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달 버거킹과 맥도날드가 탄산음료 및 세트메뉴의 가격을 100~300원 올린 데 이어 롯데리아 등 다른 패스트푸드 업체들도 줄줄이 제품가격을 인상하는 것 아니냐는 소비자들의 걱정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당 업체들은 “결정된 게 없다”며 말을 아꼈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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