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전대리 1××-1번지 일대의 자투리땅이 최근 경전철 개발 호재를 타고 용인시에 수용되면서 이건희 회장의 남다른 부동산 투자감각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한편 인근 에버랜드 주차장 부지 소유권을 놓고 지금도 김해 김씨 란중파와 소송 중에 있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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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땅 매입시점 전후 종중원끼리 소유권 분쟁…지분 정리됐지만 미등기

지난해 5월 종중 앞으로 등기… 삼성 김해김씨와 땅 소유권 반환소송서 1심 패소

에버랜드를 중심으로 한 이 일대는 삼성그룹 소유의 부동산이 대부분이다. 전대리에는 삼성그룹뿐만 아니라 이건회 회장 개인이 소유한 부동산도 많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에버랜드에 인접해 있는 자동차경주장인 스피드웨이나 호암미술관이 모두 이 회장 소유 부동산 위에 지어졌다. 이 회장은 용인시 전대리 1××-1을 중심으로 50필지, 1만4000㎡(약 4242평)의 땅을 보유하고 있다. 이 회장 소유 부동산은 고 이병철 창업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대부분이지만 그가 직접 ‘발품’을 팔면서 매입한 것도 적지 않다. 이 회장의 비서 출신의 한 인사는 “1973년 에버랜드 건설을 계획한 이건희 회장은 비서실 직원들과 함께 땅을 보러 다녔다. 이 회장은 용인 및 분당 지역을 둘러보면서 20~30년 안에 용인과 서울이 하나로 붙어 용인 땅의 가치가 치솟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에버랜드 진입로에 위치한 전대리 부동산 역시 당시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의 부동산은 에버랜드 부지와 개천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기 때문에 그간 알려지지 않았다. 이곳은 에버랜드(주차장 부지 포함)와는 개천으로 인해 분리되어 있고 주변은 일반 가옥과 고물상 등에 둘러싸여 고립된 상태다. 이 회장이 이곳을 사들일 때만 해도 해당 토지 가격은 3.3㎡(1평)당 2만원 정도였다고 한다.

이건희 회장이 직접 사들여

이곳 40만평 땅 위에 세운 것이 바로 에버랜드다. 에버랜드 이외에도 인근에는 삼성그룹 소유의 땅이 적지 않다. 이 부동산 역시 모두 1982년에 이 회장이 직접 사들인 것이다. 당시 부동산 소유주는 정 모씨로 에버랜드 직원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동안 용도를 찾지 못했던 이 부동산이 최근 몇 년 사이 용인경전철이 들어오면서 용인시에 수용됐다. 인접한 곳에 전대·에버랜드역이 세워진 데다 부동산 위로 철로가 놓였기 때문에 용인시측에서 땅을 수용하게 됐고 이 과정에 시세가 올라갔다. 용인시는 지난 2005년부터 이 일대 부동산을 수용하기 시작했다.

이 회장 소유 부동산 중 수용되지 않은 인근 땅 한 필지의 당시 공시지가는 2005년 3.3㎡당 18만6000원 하던 것이 2006년 39만원으로 두 배 가량 뛰었다. 정확한 매매가는 파악하기 어렵지만 근처 다른 사람 소유의 부동산은 평당 250만원 정도에서 수용됐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전대리 인근 부동산중개업자들은 “이 회장 소유의 땅도 (위치에 따라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3.3㎡당 200만원 내외에서 수용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7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용인시에 수용된 이 회장 부동산은 총 4500㎡(약 1364평) 규모다. 3.3㎡당 2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총 27억원 정도에 수용됐다고 추산할 수 있다.

용인시 수용에서 제외된 인근 이 회장 소유 9500㎡의 땅에는 현재 소나무 묘목부터 조경용으로 크기가 다양한 200~300그루의 소나무가 자라고 있다. 인근 주민들은 경전철이 들어오기 전까지만 해도 나대지로 있었던 이 땅에 삼성측에서 소나무를 가져다 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그루당 100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소나무라고 전한다.

용인 경전철 들어서면서 ‘주목’

인근에서 자영업을 하는 한 주민은 “철로가 놓이기 전만 해도 나대지로 있었는데 다른 땅이 수용된 후 에버랜드에서 덤프트럭으로 흙을 가져다 1m 정도 높이로 쌓았고 여기다가 소나무를 가져다 심고 이를 다시 내다 파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에버랜드측도 이 회장의 땅을 활용해 조경사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삼성에버랜드 관계자는 “소나무를 팔기 전 안정화시키기 위해 잠시 가져다 심는 것일 뿐”이라며 “(이건희 회장과) 임대료 등은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지불했기 때문에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히 문제될 것 없는 거래인데 왜 관심을 가지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삼성에버랜드는 지난해 조경사업이 포함된 E&A사업부가 9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해 김씨 종중과 소송중

한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삼성 에버랜드가 김해김씨 란종(蘭宗)파 종중(宗中)을 상대로 경기도 에버랜드 부지 내의 약 9만641㎡(약 2만7467평) 넓이의 땅을 돌려달라며 낸 소송에서 1심 패소했다.

수원지법은 지난해 6월 1일 “종중이 2006년에 받은 판결을 바탕으로 등기가 누락됐던 9만641㎡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친 만큼 확정판결이 무효이거나 취소되지 않는 한 이 회장과 에버랜드가 땅을 넘겨달라고 할 수 없다”며 판결했다.

이 회장 등이 돌려달라며 소송을 낸 문제의 땅은 현재 에버랜드 동쪽 주차장 및 남쪽 도로, 온실재배지 등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땅은 원래 김해김씨 란종파 종중이 종중원들 이름으로 명의신탁해 놓은 땅이었다.

삼성은 1971년부터 “농림단지를 조성한다”며 용인시 전대리 부근의 땅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종중원들에게서 이 땅을 샀다. 하지만 당시 삼성이 전대리 일대 땅을 매입했던 시점을 전후로 란종파 내부에서 복잡한 땅 소유권 분쟁이 벌어지는 과정에서 문제의 9만641㎡는 등기가 누락되는 일이 생겼다. 그 과정에서 삼성이 다른 땅은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지만 이 땅은 등기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에버랜드 부지에 포함시킨 것이다.

종중은 이 회장과 에버랜드를 상대로 “에버랜드 부지 내의 등기가 되지 않은 땅이 종중 소유라는 것을 확인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지난해 3월 대법원은 “삼성이 20년간 땅을 점유·관리해 시효취득이 인정된다”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종중은 앞서 삼성에 문제의 땅을 상속받은 종중원의 후손들을 상대로 “명의신탁을 해지하고 종중 이름으로 소유권등기를 하게 해달라”며 냈던 소송에서 2006년에 승소하고 후손들이 항소하지 않아 판결이 확정된 것을 근거로 등기를 해버렸다.

이에 이 회장과 에버랜드는 “삼성이 시효취득으로 땅주인이 됐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만큼 종중이 등기를 한 것은 무효”라며 소송을 냈다. 삼성은 1심에서 진 뒤 항소해 현재 서울고법 민사21부(재판장 김주현)에 넘어가 있다.

삼성 에버랜드 관계자는 소송을 제기한 원인에 대해 “30년 동안 세금지불 등의 아무런 문제없이 관리되어온 땅인데 종중원들간의 분쟁과정 중 등기 누락부분의 발견으로 인해 현재 상황에 놓였다”며 “대법원 판결대로 시효취득을 인정받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그는 “이미 항소는 제기했고 아직 재판 날짜 등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알려드릴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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