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금의 대세가 건강과 아름다움, 웰빙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커피믹스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프렌치까페 커피믹스의 웰빙 마케팅 전략 또한 이에 정확히 부합한다. 하지만 카제인나트륨 대신 무지방 우유를 넣은 것이 진짜 좋은 건지에 대해서는 좀 더 냉정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커피믹스에서 뺐다는 카제인나트륨…아기용 분유에는 들어 있어 타사제품과 성분상 차이는 미비, 다른 건 이름 뿐 남양유업은 지난 1월 커피믹스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동서식품이 79.3%, 네슬레가 17.4%를 차지하고 있는 철벽의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확실한 차별화 전략이 없는 한 바위에 계란치기란 우려가 높았다. 단적으로 말해 남양유업의 ‘화학첨가물인 카제인나트륨을 뺐다’란 차별화 광고는 주효했다. 그간 프림에 문제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높았는데 남양유업은 이런 소비자들의 의식을 시원히 긁어준 것이다. 결과는 다소 애매모호했다. 프렌치까페 커피믹스는 출시 3개월만에 1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소비자들의 관심이 있다는 증거다. 그러나 축하하기에는 이르다. 추세를 이어간다고 해도 연매출 400억, 시장 전체 매출 1조원에 비해 점유율 4%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나왔으니 한 번 맛이나 볼까?’란 신제품 효과가 작용했다고 회의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하지만 남양유업이 시장에 변화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남양유업이 올초 5% 할인행사를 펼치자 동서식품은 10%할인행사를 벌였다. 원두인상을 근거로 가격을 높이기만 바빴던 커피시장에 간만에 제대로 된 경쟁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사실 동서식품과 네슬레는 오랫 동안 시장을 독점해 오는 과정에서 문제를 드러냈다. 가격담합 행위가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은 바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광업·제조업 분야의 시장구조 조사’에서도 커피시장을 독과점 구조가 고착된 산업으로 지목했다. 시장집중도는 84%인 반면 연구개발 투자비율은 0.9%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커피는 마진이 높다. 반면 연구개발비율과 해외개방도는 지나치게 낮고 내수집중도는 높다”며 “시장지배력 남용 또는 불공정행위 가능성에 대한 면밀한 감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자사는 넣고 타사는 비방 하지만 프렌치까페 커피믹스가 넘어야 할 과제도 만만치 않다. 광고와 품질에서 허점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우선 남양유업은 마치 카제인나트륨이 나쁜 것인냥 뉘앙스를 풍긴 광고를 내 관계당국의 시정조치를 명령받았다. 동서식품 및 네슬레의 커피믹스 모두 유화제로 카제인나트륨을 쓴다. 카제인나트륨은 유지방 성분이 잘 섞이게 하는 유화제로 화학합성물이다. 세계보건기구 및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 합동 식품첨가물 전문가위원회인 JECFA에서 안전성을 인정한 식품첨가물이기도 하다. 1일 허용 섭취량도 제한이 없다. 인간이 매일 섭취하더라도 전혀 문제가 없다. <시사코리아>와 인터뷰한 남양유업 관계자는 “시정조치를 받아 들여 광고를 모두 교체했다”고 답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남양유업의 유제품 중 상당수의 가공유제품군에 카제인나트륨을 쓰고 있다는 사실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이 같은 재료를 사용한건 인정한다. 하지만 남양은 이를 하나하나 천연재료로 바꾸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며 “색소를 넣지 않은 하얀 치즈, 카제인나트륨을 뺀 떠먹는 불가리스 베이비 등 앞으로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라고 밝혔다. 남양유업은 떠먹는 불가리스, 냉장커피, 아기들이 먹는 키플러스 분유에도 카제인나트륨을 쓰고 있다. 그렇다면 왜 처음부터 천연재료를 부각하지 않고 카제인나트륨을 나쁘게 묘사한듯한 광고를 냈을까. 남양유업 관계자는 “카제인나트륨을 나쁘게 묘사한 적이 없다. 단 천연재료를 쓰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관계당국의 시정조치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남양유업측에서도 그것이 나쁜 뉘앙스를 풍긴다는 사실을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우린 비방하지 않았다”라고 대답할 뿐 다른 대답은 내놓지 못했다. 공허한 슬로건 ‘천연재료’ 어떻게 보면 카제인나트륨 비방은 마케팅상의 문제일 뿐이다. 정작 중요한 것은 무지방우유를 쓴 프렌치까페 커피믹스가 타사 제품보다 얼마나 소비자의 건강을 챙겼느냐는 것이다. 우유의 주 성분은 단백질인 카제인과 유지방, 유당이다. 프림은 크림을 흉내내 만든 것으로 유지방 대체물로 식물성포화지방인 야자유를 쓰고, 단백질은 우유에서 카제인을 뽑은 카제인나트륨을 쓴다. 카제인은 모유에도 있는 성분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프림 안에 우유성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카제인나트륨이 우유에서 나온 성분임에도 불구, 화학첨가물이 된 것은 우유에서 분리하는 과정에서 화학적 추출법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우유에서 카제인만 빼는 건 어려운 일이다. 대신 카제인나트륨의 형태로 뽑는 건 간단하다. 먼저 우유에 산을 넣어 카제인 성분을 침전시킨다. 그 상태에서 우유의 원성분인 칼슘대신 나트륨이 결합하면서 카제인나트륨이 된다. 비록 화학적 변화를 거쳐서 추출하기는 하지만, 조작된 인공물질은 아니다. 우유의 주성분인 카제인을 그대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무지방 우유는 어떨까. 남양유업관계자에 따르면 “일반 우유 대신 무지방 우유를 사용한 것은 조금이라도 지방을 덜 섭취하고 싶어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대변한 판단”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먼저 설명했듯이 카제인나트륨의 주 성분은 단백질로 지방의 주범은 식물성 경화유지로 사용되는 야자유에 있다. 프렌치 까페 커피믹스는 이 성분을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무지방우유를 썼다지만 결론은 제자리 걸음이다. 성분상에서도 이득은 없다. 우유에서 지방을 뺀 무지방 우유의 주성분은 카제인나트륨과 같은 카제인일 수 밖에 없다. 애초에 무지방 우유나 카제인나트륨이나 모두 같은 우유에서 나왔다. 이는 프렌치까페 커피믹스라고 해서 특별한 점은 없다는 것을 시사한다. 굳이 있다면 이름만 다를 뿐이고 마케팅 전략에 천연재료란 한 글자를 하나 더 추가할 수 있을 뿐이다. 동서식품 맥심모카 골드 마일드의 프림 주 성분은 물엿, 식물성경화유지, 카제인나트륨, 인산이칼륨, 유화제이다. 반면 남양유업 프렌치카페 카페믹스의 프림 성분은 물엿, 식물성경화유지, 무지방우유, 제이인산칼륨, 농축우유단백분말이다. 소비자들의 선택이 어디를 향하든 제조사는 잘못된 정보나 인식을 주어서는 안 된다. 그건 화학적 합성물보다 천배, 만배 해롭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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