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

‘씨모텍’ 미스터리… 사라진 대박주의 꿈

주식시장에 혼란 가져온 MB테마주 실체해부

고승주 기자 | 기사입력 2011/04/12 [10:43]

‘씨모텍’ 미스터리… 사라진 대박주의 꿈

주식시장에 혼란 가져온 MB테마주 실체해부

고승주 기자 | 입력 : 2011/04/12 [10:43]
미래에 발생할 이익을 예측해 돈을 버는 것을 투자라고 한다. 투자자들은 회사의 재무구조나 매출 외에도 신뢰할만한 외부 투자기관의 정보나 사회정세 등 있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동원해 이익이 발생할지 아닐지를 판별한다. 코스닥 상장기업이란 명패도 그 중 하나다. 1300억대 매출, 전년도 대비 영업이익 44억 상승, 지난해 씨모텍을 가리키는 대명사는 한마디로 ‘대박주’였다.

▲     ©운영자
 
매출은 1억인데 현실은 부도…무리한 사업과 M&A로 부실 키워


회사 금고열쇠는 기업사냥꾼 손에…대통령 조카사위 효과에 주가 ‘널뛰기’

씨모텍이 무너지고 있다. 지난 달 24일 회계법인으로부터 감사의견을 거절받고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씨모텍은 이틀 후인 26일 김태성 대표이사가 자살했다. 4월 5일 씨모텍의 자회사 제이콤은 최종부도를 선언했고 씨모텍은 앞선 4일 상장폐지 이의신청을 내고, 씨모텍의 최대주주이자 나무이쿼티의 실소유주인 김창민씨와 이철수씨를 횡령 및 배임혐의로 고소했다. 만일 제이콤에 이어 씨모텍까지 무너진다면 사라지는 시가 총액은 700억원, 피해입는 투자자는 2만여명으로 예상되고 있다.

얽히고 꼬인 대박주의 실상

2010년 10월 국감을 통해 공개된 무선통신 전문회사 씨모텍의 2009년 성적표는 ‘문제있음’이었다. 씨모텍은 자본금 70억, 시가총액 662억, 매출 745억, 당기순이익 -113억, 부채비율 179%를 기록하며 2009년 신용정보회사 신용등급평가에서 BB등급을 받아 ‘부실주’ 판정을 받았다. 2008년 5월 25000원대를 돌파했던 씨모텍은 이후 급락 같은해 8월에 6000원대로 떨어져 회생의 가망성마저 없어 보였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믿는 구석이 있었다. 2009년 10월 이명박 대통령의 큰형 이상은(다스 회장)씨의 사위인 전종화씨가 M&A를 통해 씨모텍을 인수했던 것이다. 전씨는 2009년 7월 자본금 5000만원으로 인수합병을 위한 특수목적기업(SPC) 나무이쿼티를 설립, 10월 씨모텍을 인수했다. 2009년 12월 전씨는 씨모텍의 상근이사로 자리바꿈했다. 자살한 김대표가 나무이쿼티의 대표가 된 것도 이 때의 일이었다.

씨모텍은 나무이쿼티와 같은 특수목적기업 디에스피홀딩스를 설립했다. 디에스피홀딩스는 제이콤을 인수했다. 이후 씨모텍은 디에스피홀딩스 지분 100%(461만주)를 인수했다. 결국 제이콤 최대주주와 디에스피홀딩스간 체결한 보유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 계약을 승계하는 방식으로 씨모텍은 사실상 제이콤을 지배하게 됐다.

한편 투자자들은 부실한 사정을 알고 있었지만 대통령 조카사위란 이름값에 홀려 주식을 매입했다. 2010년 3월 투자자들에게 MB테마주로 불리는 전기자동차사업을 공시하자 씨모텍은 바로 15%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음날 씨모텍이 이를 부인하자 도로 -15% 하락했다. 불과 이틀사이 주가가 30%나 급변한 것이다. 6월에 한국모바일인터넷 지분 참여를 선언하자 또 한 번 씨모텍의 주가가 요동쳤다.

이번에도 대통령 조카사위를 믿고 투자자들의 쌈지돈이 모였다. 주가는 5000원대에서 9000원대로 치솟았다. 씨모텍의 시가총액에 맞먹는 600억원을 한국모바일인터넷(KMI)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권 확보에 실패했다.

무리한 M&A가 화근

전씨는 업계나 주식동호회에서 M&A 전문가로 유명하다. 전씨는 2008년 비젤을 운영하면서 태화일렉트론과 바이오디젤사업전방에 관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고 밝혀 주가를 크게 올렸다. 또한 바이오디젤 사업 역시 정부에서 밀고 있는 녹색사업 정책과 맞물리면서 투자자들이 표가 몰렸다. 그러나 사업에는 진척이 없었다. 비젤은 2009년 3월 문을 닫았고 태화일렉트론 또한 2010년 2월 코스닥에서 퇴출당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두 회사 모두 특정 사업을 발표하면서 주가를 올렸는데, 선심성 공시로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결국 전씨는 2010년 국감의 도마 위에 올랐다.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설령 전씨가 신분을 이용하려는 악의가 없었다하더라도 대통령 친인척이 정부가 주력 사업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면서 “전씨의 행동으로 인해 MB테마주를 발생, 널뛰기 장세로 주식시장에 일대 혼란을 가져와 투자자의 피해를 키웠다”며 질타하기도 했다.

2010년 7월 전씨가 퇴사했지만, 한동안 씨모텍은 성장세를 유지했다. 주가는 2~3000원대로 물러나있었지만 한때 주가가 12000~20000원대였고 아직 코스닥 상장기업이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더 이상 떨어질 곳은 없을 것이다. 매출이 유지되는 한 앞으로 한번 반등의 기회가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를 품고 때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대는 절망으로 보답받았다. 지난달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과 김태성 대표이사의 자살로 상장폐지가 가시화된 된 것이다. 씨모텍의 주주들은 경영진의 조작의 가능성을 지적했고, 일부 언론에서는 전씨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새로운 가능성이 도마에 올랐다. 씨모텍이 4일 공시를 통해 최대주주인 나무이쿼티와 그 실소유주인 김창민, 이철수의 횡령, 배임혐의로 고소한 것이다.

나몰라라 경영진 소액주주들은 회사만이라도…

소송전 씨모텍의 한 직원은 나무이쿼티에 대해 “무슨 회사인지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답변한 바 있다. 비공개 회담을 제외하면 업무 교류도 없었다는 이야기가 된다. 씨모텍이 지목한 김씨와 이씨는 과거에도 코스닥 기업 여러 곳을 상장폐지로 몰아낸 전적이 있는 기업사냥꾼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씨모텍에서 횡령한 것으로 추정되는 금액은 약 250억원, 이들은 씨모텍의 자금을 직접 관리했고 연말 결산 이후 유상증자로 287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뒤 이를 횡령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최종 부도처리된 제이콤도 마찬가지다. 자회사 제이앤씨홀딩스에 170억원을 대여중이었고 지난 2월에 다시 50억원을 추가 대여했다. 총 220억원의 자금을 자회사에 빌려줬지만 정작 씨모텍은 부도를 냈다. 증권가는 이 금액 역시 고스란히 사라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이콤의 한광선 대표는 나무이쿼티의 실소유자들과 공모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한 대표는 잠적중이다.

경영진과 대주주가 버린 씨모텍의 손을 놓지 않았던 건 정작 개미주주들이었다. 씨모텍 소액주주대표단은 상장폐지는 피할 수 없지만 회사의 기술력만큼은 살리자며, 회생을 위해 경영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네비스탁은 4일까지 소액주주 270명으로부터 323만6521주(지분율 12.33%)를 보통주로 확보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향후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고 직원들과 협력해 회생을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선다고 밝혔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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