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파생상품을 중심으로 한 금융시장의 구조적 비리에 날선 칼날을 들이대고 있다. 그동안 코스닥 주가조작 사범을 여럿 잡아들이는데 주력했다면 이젠 거대한 파생상품 시장에서 복잡한 금융기법 뒤에 은폐됐던 헤지펀드나 금융회사, 상장사들의 큰 부정부패를 잡겠다는 것이다.
적법·위법 판단여부 놓고 수사팀 열공…금융감독기관 결탁·비리의혹도 조사 강남에 있는 모 증권사 객장. 주식 시세를 보고 있는 개미 투자자들의 모습이 분주하다. 그 옆을 돌아가 보면 이번에는 컴퓨터 PC가 놓여있는, 흡사 VIP 접대실을 연상케하는 사무실이 있다. 이곳이 바로 초단타 매매를 하는 하루 거래량 100억 이상의 스캘퍼(Scalper)들을 위해 증권사들이 준비해 놓은 VIP룸인 셈이다. <시사코리아>와 인터뷰한 한 주식 투자자는 “이곳에서 스캘퍼 3명이 HTS(Home Trading System) 프로그램을 통해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지만 실상 암묵적으로 증권사들의 특별관리 대상이었다”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수사에 증권사들 긴장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부장 이성윤)는 최근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한국거래소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통해 하루 거래량 100억원 이상인 스캘퍼 계좌 및 FEP에 대한 정보에 대한 조사를 하고 있는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코스닥에서 100억~200억원 해먹은 주가조작 사범들을 검거하면 ‘헤지펀드’ 같이 큰 범죄는 놔두고 왜 우리 같은 피라미만 잡느냐고 따진다. 시장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세력은 따로 있다는 말이다”라고 말했다. 검찰이 이같은 주식워런트증권(ELW) 부정거래와 국내외 증권사의 주식연계증권(ELS) 시세조종, ‘11·11 옵션쇼크’ 시세조종 수사는 물론 하루 거래량 100억원 이상의 스캘퍼 수사에 나서자 증권사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는 모습이다. ELW는 기초자산을 만기일이나 행사기간 등 사전에 정한 시기에 행사가격을 미리 정해 약정된 방법에 따라 해당 주식이나 현금을 사고 팔 수 있도록 권리를 주는 유가증권이다. 검찰은 이들 스캘퍼가 증권사 고객 등이 낸 거래주문을 미리 처리하는 시스템인 FEP(Front-End Process)를 사용했는지 확인하고 있으며 증권사와 스캘퍼간 구체적인 유착 관계를 규명할 방침이다. 스캘퍼들 편법·부정 있었나 실제로 검찰이 지난달 23∼24일 증권사 10곳을 압수수색하자 지난해 10월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2조679억원이었던 것이 하루 평균 거래 대금 9858억원으로 반 이상 줄어들었다. 지난해 11월 금융당국이 LP 평가방안 강화 등을 골자로 하는 ‘ELW 건전화 방안’을 시행했을 때도 같은해 10월에 비해 33% 줄어든 1조6000억원대로 떨어진 바 있다. 검찰은 LP보다 스캘퍼들이 ELW 시장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이들에 대한 수사를 먼저 진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스캘퍼들에 대한 수사에서 이들이 FEP를 사용했다는 증거가 나오는 등 연관성이 밝혀지면 증권사 관계자도 소환 조사할 예정이다. 검찰 관계자는 ELW 수사와 관련 “수익을 많이 낸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수 명의 스캘퍼들이 편법이나 부정한 수단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증권사들 유착 있었나 검찰은 한틱에 5원의 수익을 내는 ELW 특성상 20억주 이상을 하루에 거래하는 스캘퍼들은 개미 투자자와는 달리 별도 시스템을 갖췄다 해도 유동성공급자(LP)인 증권사 도움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FEP는 프로세서가 처리하는 시간을 줄여 주는 일종의 주문거래 처리시스템이다. 검찰은 이들 계좌 중 차명계좌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하루 거래대금 100억원 이상 스캘퍼 중 동일인이 있는지도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하루 거래량이 100억원 이상인 슈퍼메뚜기 스캘퍼는 수 명에 불과하지만 하루 거래 대금 중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또 파생상품과 관련한 금융감독기관의 내부 비리까지 들여다볼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서울남부지검은 지난달 상장사로부터 유상증자 청탁 명목으로 총 7억원을 챙긴 혐의로 전 금융감독원 직원을 구속하고 서울중앙지검은 상장폐지 심사 과정에서 상장사로부터 금품을 받은 한국거래소 심사위원들을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검찰은 “자료 확보 차원”이라지만 지난달 ELW 수사와 관련해 한국거래소를 압수수색해 파생상품 수사가 상장폐지 비리와 같이 ‘윗선’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관측된다. 검찰이 새로운 범죄유형을 파헤치는 만큼 유무죄 논란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달 국내외 증권사 4곳의 ELS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상당수 혐의자들을 기소하는 내용의 수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증권사에서 무죄를 주장하는 내용의 자료를 추가로 제출해 이를 검토 중이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검찰이 적용하는 법리에 문제가 없는지 거듭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3일 <시사코리아>와 통화한 S증권 관계자는 “검찰에서 조사하는 부분은 최근 ELW 거래가 많아지니까 거래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기 위한 것이다. 고객의 거래행태에 이상한 매매 징후가 있었는지를 보고 스캘퍼들의 매매가 비정상적이었는지 아닌지를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이들 스캘퍼들과 회사가 관련된 부분은 없으며 이들에 대한 회사 차원의 우대도 전혀 없었다”고 잘라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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