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고승주기자] 대학생들의 MT 시즌이 본격화되는 3, 4월이다. 신입생들은 대학입시에서 해방감과 설레임을 안고 동기 및 선배들과 함께 MT를 떠난다. 그러나 선배의 어긋난 군기잡기,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망, 만취를 틈탄 성추행까지 각종 강력사건이 보도됨에 따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웃다가 급변하는 선배…얼차려와 폭행으로 군기훈련 변사, 성추행…사죄해도 모자른데 되려 비방 신입생 환영회에서 1학년 A씨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운동을 해서 그런지 우락부락해보였지만, 선배들은 A씨를 포함 1학년 새내기들에게 꼬박꼬박 존댓말을 하며 잘 대해 주었다. 식사건 뭐건 항상 후배님 먼저를 외쳤고, 보통 신입생환영회에서 금기시 된다고 하는 담배도 피우게 해줬다. 이변은 저녁식사 이후에 일어났다. 생글생글 웃던 4학년들이 갑자기 모두 방을 나섰다. 고학년 모임이라도 있나보다 하던 A씨는 선배들이 하라는 대로 리모콘을 돌리며 TV를 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이 xxx들아, 아주 xx았지!” 2, 3학년들은 갑자기 심한 욕을 하며 신입생들을 몰아 붙였다. 갑작스런 사태에 어리둥절하던 A씨는 “나 이 xx봐라, 아주 대감마님 xxx벌리고 TV xx보고 있네”란 2학년의 말과 같이 배를 걷어 차였다. A모군은 몽둥이를 든 선배들의 모습에서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벌떡 일어나 차렷자세를 취했다. 살인 부른 대학군기 문화 아직도? 2, 3학년들은 엎드려 뻗쳐를 시켰다. 다짜고짜 각목과 야구배트로 엉덩이를 후려쳤다. “선배님들 계시는 데 정신 못 차리지. 니들 안방 깔려고 왔냐”라는 말에서 A씨는 선배들의 행동을 알아챘다. 신입생들에게 군기교육을 하기 위해 웃는 얼굴을 연기하며 일부러 함정을 판 것이었다. 그동안 선배들의 친절을 가장한 배려에는 모두 “건방지다, 개념이 없다, X가지가 없다”라는 도장이 찍혔다. 기합과 얼차려, 폭행은 1시간 가량 진행됐다. 후배들이 벌건 얼굴로 씨근댈 무렵, 4학년들이 들어왔다. 2, 3학년들은 마치 조폭마냥 신입생들 앞에 횡대로 쭈욱 정렬해 “안녕하십니까”를 외쳤다. 신입생들도 엉겁결에 90도 인사를 하며 우렁차게 “안녕하십니까”를 외쳤다. 즉각 2, 3학년에서 “소리봐라”란 추궁이 떨어졌다. 4학년들은 엄한 얼굴로 몇 가지 따끔한 훈시를 내렸다. 분위기가 종교의식만큼이나 엄숙했다. 그리고는 4학년들은 웃는 낯으로 “박수”라고 외쳤다. 그러자 2, 3학년생들이 뒤를 돌아서서 신입생들에게 우렁차게 박수를 쳐주었다. 동시에 “xx대 xx학번 신입생들을 환영합니다”라는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4학년들은 소주와 안주를 꺼내들고 신입생들을 위로했다. “우리도 다 했어. 임마, 삐지는 거 아니지? 반갑다. 환영한다. 앞으로 잘 해보자.” 연이은 선배들의 돌변한 태도에 신입생들은 어안이 벙벙해했지만 긴장이 확 풀리자 자신들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심지어 선배들의 행동에 감동해 눈물을 찔끔거리는 신입생도 있다. 위의 일은 모 체육대학에서 있었던 실화이다. 고학년들이 권위를 이용, 일방적으로 구타해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위기와 긴장을 이용한 악질 세뇌였다. 구타문화는 신입생들로 하여금 자신도 모르게 구타의 가해자로 만들며 악순환을 반복하게 한다. 실제로 또 다른 모 체육대에서는 이러한 관행을 이어가다 지난 2008년 신입생이 사망해 물의를 빚었다. 지난 19일 부산에선 신입생을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4학년이 입건되기도 했다. 허세음주가 죽음 불러 대학 MT에서 빠질 수 없는 관행이 있다면 그것은 술이다. 수줍음을 잊게 하고 좀 더 솔직하게 다가서기 위함이다. 때론 술이 능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술 잘 마시는 후배는 선배에게 사랑받는다는 말처럼 술은 선배들과 더 많이 친해질 기회를 갖게 하고, 학생회와 같은 학생 자치 단체의 모임에서도 술은 빠질 수 없는 품목이다. 문제는 술게임을 해 주의를 집중시켜 안 하면 안 될 것같은 분위기를 형성해 신입생으로 하여금 과도한 음주를 하게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 서울의 모 대학에서는 소주를 대야에다 부은 후 돌려 마시기를 하게 했다. 여기에 참가한 신입생 B씨는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에 절반이나 들이켰다. 그리고나서 어떻게 됐냐는 질문에 B씨는 “잘 놀고 잤다. 그리고 3일 동안 깨어나지 못했다”고 짧게 답했다. 선배들도 직장인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달 20일 경기도 가평군으로 떠난 모 대학에서 전공 MT에 나섰다가 3학년 조 군이 뒷마당에서 사망했다. 경찰조사 결과 조군을 포함한 10명은 밤새도록 술을 마셨고, 이 과정에서 조씨와 한 후배가 몸싸움을 할 정도로 크게 다퉜던 사실이 밝혀졌다. 방안에는 소주가 스물 너댓병과 양주가 한 병이 발견됐고, 방 여기저기에 질펀한 핏자국을 발견했다. 과도한 음주가 죽음을 부른 것이다. 낯 뜨거운 성추행에 적반하장 최근 모 대학 OT현장에서는 새미 포르노에서 볼 법한 장면이 벌어졌다. 남녀가 키스 직전까지 근접하게 하고, 남녀가 각종 기묘한 성행위를 묘사하고 여자 신입생 위에서 남자 신입생에게 팔굽혀 펴기를 했다. 이러한 추행이 인터넷을 통해 알려지자 해당 대학 학생회장은 한 인터넷 커뮤니티에 사과글을 올렸다. “11학번 학생들이 했던 게임들은 제가 모두 제안하고 기획했으며 실행했던 게임들”이라며 “모든 잘못은 저와 몇몇 분들이 안고 가겠다”고 답했다. “신입생들을 비롯해 대학 구성원 모든 분들께 사과를 드린다”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문화를 바꿔나가겠다”고 사과문을 전했다. 그러나 학생회장은 이 사과글에서 “누가 그랬는지를 찾아내지 말아 달라. 더 큰 문제가 일어난다”고 잘못을 묻으려 하는 한편, “이건 우리 만의 문제가 아니고 사회의 문제다”라고 물타기 발언을 하기도 했다. 심지어 “최소한의 인터뷰나 취재도 하지 않은 채 단순히 자극적이고 작위적인 보도를 하고 있는 여러 언론사들의 황색저널리즘에 유감을 표합니다”라며 언론보도를 비방하기도 했다. 이에 네티즌들은 “똥 묻은 개가 짖는다”, “진심이 없다”고 비판하는 한편 자신을 98학번 현직 기자로 소개한 한 네티즌은 “황색 저널리즘의 개념은 알고 거론한 것인가, 이것은 황색 저널리즘이 아니라 정확한 현실 비판”이라며 정곡을 찌르기도 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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