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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도 자유의 무지개 뜰 것”

부시 전 美대통령 방한

김영환 기자 | 기사입력 2011/04/04 [12:31]

“북한에도 자유의 무지개 뜰 것”

부시 전 美대통령 방한

김영환 기자 | 입력 : 2011/04/04 [12:31]
지난 달 28일 부시 전 대통령은 자서전 ‘결정의 순간’ 한국어판 발간을 위해 방한했다. 서울 장충동 반야트리 클럽에서 출판기념회를 가진 그는 “누구도 예상 못했던 나라들이 하나 둘 자유를 찾고 있다”며 “북한에서도 언젠가 자유의 무지개가 뜰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그의 저서 를 통해 9·11 테러 이후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전 결정을 비롯해 백악관과 행정부 내부의 정책결정 과정을 상세히 묘사했다.


▲     ©운영자

부시 전 대통령 청와대 비밀 방문…론스타 위한 모종의 압력행사 의혹

오바마 “리비아, 이라크식 개입 않겠다”…제한적 무력사용 방침 결정

그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미 FTA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이후 미국이 협상한 가장 중요한 통상 거래라면서 “협정이 발효되면 양국의 제조업·농업·서비스 모두에서 혜택이 발생할 것”이라고 했다. 또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자유의 투사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라크 파병과 한·미 FTA 체결 때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명박 대통령은 훌륭한 인격, 심오한 가치관을 지녔고 이를 일상 속에서 실천하는 인물”이라고 평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책은 9·11 테러와 이라크전 등을 생생하게 기록했으며, 지난해 11월 미국서 발간된 뒤 200만권 이상 팔렸다.

“내 큰 업적은 미국 시민 보호한 것”

조지 W.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그의 자서전 ‘결정의 순간’ 출간기념회에서 “북한의 지도자 김정일은 자유로운 사회를 원하지 않는다”며 “인공위성 사진을 보면 남한은 조명을 받고 아름다운 풍경이지만 북한은 어두울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유는 누구나 원하는 보편적인 가치라면서 “시간이 걸리겠지만 북한은 궁극적으로 자유를 찾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재임 시에도 한국을 여러 차례 방문했지만 퇴임 후에도 한국을 자주 방문하며 한국과의 전략적 동맹관계를 강조했다.

한미동맹과 관련,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한국의 세 대통령과 모두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협력했다면서 한국과 모든 이슈에 합의한 것은 아니지만 무엇보다 한국이 미국 군대와 함께 군대를 파병하기로 결정한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재임기간 가진 한미 정상회담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화를 묻는 질문에 그는 2005년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제의로 각국 정상들이 모두 한복을 입었던 일을 소개하며 “그날 날씨가 굉장히 춥고 바람 불어서 모두 풍선처럼 보였다”고 돌아봤다. 재임 기간 가장 어려웠던 결정은 파병 결정이었다며 “슬픔이 따른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9·11 테러와 그 이후 테러와의 전쟁 결정의 순간을 회고하면서 “9·11에 대한 대응은 추가 위협을 막기 위한 것이었고 그 이후 추가 공격이 없었다는 것이 중요한 성과”라며 “내 가장 큰 업적은 미국 시민들을 보호했다는 것”이라고 자평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자서전 출간과 관련 해 중요한 책은 아니고 단지 짧은 이야기들을 통해 어떤 의사결정을 어떻게 내리게 됐는지를 알려주기 위해 쓴 것이라며 “주지사와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이제는 무대에서 내려와야할 때라고 생각했지만 책을 팔기 위해 다시 무대에 올랐다”며 웃었다. 대통령에서 물러난 이후에 말을 아끼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그는 “후임자에 대해 비판하는 건 좋지 않다. 그럴 마음도 없고 국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 했다.

이날 출간 기념회에는 부시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어온 류진 풍산그룹 회장,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을 비롯해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 미국 대사, 이태식 전 주미대사, 이석채 KT 회장 등 각계 인사 200여 명이 참석했다. 축사에 나선 류진 회장은 “책이 출간된 뒤 부시 전 대통령이 김정일에게도 한 부 보낼 수 있냐고 물어서 주소를 몰라서 못 보낸다고 답했다”고 농담을 전하기도 했다.

역대 미국 대통령 최초로 해사 강연

부시 전 대통령은 출판기념회 다음날  경남 진해 해군사관학교에서 ‘대통령의 결정’이라는 주제로 특별 강연을 했다. 그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자유·평화의 소중함과 한·미동맹의 중요성 등을 역설했다.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재임 당시 세계 평화와 안전을 위해 단행했던 중요한 정책결정, 국제관계 등에 대한 생생한 경험담을 생도들에게 들려줬다. “자유가 없다면 표현도, 행동의 자유도 없으며, 테러리스트는 자유를 위협하는 공동의 적으로 사관생도 여러분은 이러한 위협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켜내는 리더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해군사관학교를 방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매우 훌륭한 해군사관학교 방문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여러분은 숱한 위협 속에서 자유와 평화를 지켜내는 지도자가 돼야 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3대 세습을 이어가고 있는 북한을 질타했다. 그는 “어느 탈북자가 쓴 ‘수용소의 노래’라는 저서를 읽고 많은 충격을 받았다”며 “북한이 일정 한계점을 넘지 않도록 분명히 경고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제재 등 국제 공조체제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한·미 관계는 단순한 군사동맹이 아니며 지금 이 시간에도 한국군은 미군과 세계 곳곳에서 자유를 위해 함께 싸우고 있다면서 “두 나라는 공동의 가치를 구현하는 동맹국으로서 여러분들은 앞으로 이러한 한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북한의 3대 세습은 국민들의 동의하에 권력을 이양한 것이 아니라 부자간의 세습이다”며 비판한 뒤 “북한이 일정 한계점을 넘지 않도록 경고선을 분명히 그어야 하며, 이를 위해 경제제재 등 국제 공조체제 구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생도 여러분들은 세계 평화에 앞장서는 국제 리더, 한국의 위대한 전통 계승의 일원이 되어 달라”는 말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강연에는 김성찬 해군참모총장과 원태호 해군사관학교장 등 주요 지휘관과 해군사관생도 등 1100여명이 참석했다. 강연에 앞서 부시 전 대통령은 자서전 ‘결정의 순간’을 사관생도들에게 전달했다.

강연 후에는 20여분간 사관생도들과 질의 응답시간도 가졌다. 생도들은 ‘대통령으로서 정책결정을 내려야 하는 중요한 순간의 판단 기준이 무언인지’, ‘아직 이루지 못한 꿈이 있다면’ 등 많은 질문을 쏟아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이에 대해 유머 있는 특유의 화법으로 일일이 답변했다.

MB-부시 ‘청와대 오찬’ 뒤늦게 알려져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28일 청와대에서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과 비공개 오찬을 한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 대통령과 부시 전 대통령이 사흘 전 청와대 상춘재에서 오찬을 함께 하며 담소를 나누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이 대통령과 상당한 우정을 쌓았다. 이 대통령은 2009년 8월 부시 전 대통령이 전경련 하계포럼 특별강연을 위해 제주도를 방문했을 때 1박2일 동안 일정을 함께 하기도 했다.

외환은행노조 등 일각에서는 오찬 대화 내용에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포함됐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론스타가 부시 가문의 고향인 텍사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만큼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은행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를 부인했다.

외환은행 되찾기 범국민운동본부 사무처장은 한 언론사를 통해 부시 전 대통령이 단순히 자서전 출간기념회를 위해 한국을 방문하지 않았을 거라고 밝혔다. 그는 부시 전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마다 외환은행 매각 문제가 중대한 고비를 맞았다고 지적하며 외환은행 재매각에 관해 이명박 대통령과 어떤 얘기들이 있었는지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시 가문과 론스타가 밀접한 관계라는 주장은 이전부터 있어 왔다. 이에 외환은행 노조와 시민사회단체는 부시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이 텍사스라는 점을 들어 이번 방문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에 매각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요청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텍사스가 고향인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를 지내면서 전국적 정치인이 됐고, 프로야구단 텍사스 레인저스의 구단주를 지내기도 했다. 론스타는 텍사스를 배경으로 성장하며 론스타의 주요 투자자로 알려진 베스 형제는 부시 가문의 최대 재정 후원자로 알려졌다. 부시 부자와 절친한 베이커 전 국무장관이 경영하는 미국 로펌이 현재 론스타의 법률자문을 맡고 있다.

사무처장은 “지난 2000년 6월 부시의 방한 후 칼라일의 한미은행 인수가 이뤄졌고, 2003년 4월 방한 후에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가 성사됐다”며 “현 시점에서 한국을 찾은 부시 전 대통령이 론스타를 위한 모종의 압력을 한국 정부에 행사한 것 아니냐는 추측은 충분한 설득력이 있다”고 꼬집었다. 하나금융지주를 상대로 한 론스타의 외환은행 재매각은 현재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이 론스타의 주가조작 혐의에 대해 사실상 유죄를 선고했기 때문이다.

오바마 “후세인 정권교체 큰 희생 치러”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에 대해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이라크 전쟁 당시 추구했던 ‘일방주의 정책’과는 차별화된 정책을 펴나갈 것임을 분명히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미국의 리비아 정책과 관련해 “이라크 방식으로는 하지 않겠다”고 밝힌것. 미국 국방대학에서 리비아 사태와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통해 “이라크의 사담 후세인 정권 교체 전략은 8년 동안 수천명의 미국인과 이라크인들의 희생을 초래했고 1조달러 가까운 전비가 소요됐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이어 “미 군사력을 통해 리비아 카다피를 강제로 축출하는 것은 과도한 정책으로서 국제사회의 반카다피 공조를 와해시킬 수 있도 있다”면서 카다피 정권에 대한 제한적 군사력 사용 방침을 재확인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리비아 군사작전과 관련해 ‘전쟁’ 대신 ‘군사력 행사’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리비아 작전이 미국이 수행 중인 아프가니스탄·이라크 전쟁과는 다른 차원의 군사력 동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출구 전략에 대해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미국과 동맹국은 카다피 정권의 퇴진을 위해 군사력 이외의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다피가 국제사회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반정부 시위대를 유혈 진압했다고 지적하고 “그것은 우리의 국가이익과 가치에 맞지 않기 때문에 군사 개입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영환 기자 sisa@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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