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분기에는 LIG건설의 부채비율은 186.8%이었다. 2009년 말까지 LIG건설 부채비율이 97.9%였던 것과 비교하면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게다가 오는 9월까지 상환해야 할 차입금은 4495억원으로 전체 차입금 4885억의 90%나 됐다. 결국 LIG는 지난 21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LIG건설 인수부터 대출까지…LIG그룹 효과 톡톡히 누려 시장위축에도 공격적 경영하다 결국 1조원대 빚
건영의 부채비율은 2006년 피인수 시점에서 56%로 떨어졌다가 회생절차를 마치고 인수된 2007년에는 다시 20%로 낮아졌다. 이름도 LIG건설로 바뀌었다. LIG가 특히 체질개선을 한 것은 사업다각화였다. 주택 의존도 90%, 토목 40% 비율로 개선됐으며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07년 97위에서 지난해 47위까지 급등하면서 LIG 효과를 톡톡히 누렸다. 하지만 LIG건설의 부채는 2008년부터 다시 증가해 빚은 결국 1조원대에 달했고 이자는 한달 200억원이 나가게 됐다. 부도가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LIG건설은 또 다시 한번의 빚을 늘렸다. LIG건설은 올해 1월부터 3월 10일까지 7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을 발행하고 법정관리 직전인 지난 7일에는 100억원, 10일에는 42억의 기업어음을 신청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손해가 분명한데 기업어음을 발행한 것이다. 당장 업계에서 모럴 해저드(주주이익을 위해 기업의 신용을 어긴 경영행위) 의혹이 터져 나왔다. 건설사가 기업어음을 발행하는 것은 이자를 갚고 사업의 유지를 위해서 통상적으로 하는 행위이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는 “최후까지 과도한 어음발행을 감행하는 건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부도는 장기간 축적된 결과로 나타난다. 보통 2~3개월 전에는 감지할 수 있는데, 기업회생절차 신청을 불과 열흘 앞두고 기업어음을 발행한 것은 투자자를 기만한 행위이다”라며 “LIG그룹 대주주의 도덕성 문제가 지적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LIG건설 관계자는 “기업이 어려웠고 오직 기업의 회생을 위해서 그랬다”고 답했다. 10일 기업어업 발행 전 부도사실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몰랐다”고 답했다. 그럼 언제 알았냐는 질문에 “(경영진이 부도사실을 발표한) 21일에서야 알았다”고 답했다. 사전에 경영진이 부도 위험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알리지 않은 셈이 된다. 한편 LIG건설의 기업어음 1800억원 중 1300억원을 발행한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아직 따로 밝혀진 상황이 없기 때문에 법적대응은 하고 있지 않지만 발행시 문제가 있었는지 없었는지 신중히 검토중이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기업어음 규모는 1100억원이었는데 올해 들어 그 50%를 넘는 기업어음을 발행했다. 이상기후를 감지하지 못했나”라는 <시사코리아>의 질문에 우리투자증권 관계자는 “KB은행측이 용인 원남동 부지를 담보로 거액의 담보대출을 해줬다. 이외에도 여러 부분을 검토한 결과 당시에는 이상이 없어서 발행했다”고 답했다. 빚으로 사업하다 빚더미에 올라 LIG건설은 법정관리 신청 불과 한달 전에 1000억대의 빚을 냈다. 이자를 막기 위해 마지막까지 기업어음을 발행했건만 사업을 위해 또 빚을 늘린 것이다. 경기 용인 언남동 아파트 건설에 1000억원을 프로젝트 파이낸싱 형태로 빌려준 KB은행에서는 지금 아파트 시공권 교체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다. KB은행측은 시공사에 문제가 생기면 시공사를 교체할 수 있다는 약정조항에 근거해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이다. KB은행 관계자는 “시공에 차질이 없도록 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기업이 대출을 할 때 담보가 아닌 사업의 수익성을 신용의 기준으로 삼는 것으로 원활한 자금유동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1990년 후반 IMF를 거치면서 원래 건설사에게 투자의 리스크를 매겼던 것을 건설사는 시공만 담당하고 시행사가 용지비, 분양업무, 사업비를 담당하게 됐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바로 비용을 충당하기 때문에 분양에 실패하면 시행사가 돈을 갚지 못해 부도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시공사까지 빚보증에 나선다. 대출기관 입장에서는 또 하나의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한국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회사를 담보로 한 대출이 됐다. LIG 건설도 이에 발목을 붙잡혔다. 남의 돈으로 대규모의 사업을 벌였던 것이 부메랑처럼 되돌아온 것이다. LIG건설 최대주주는 TAS로 구본상 LIG넥스원 부회장과 구본엽 LIG건설 부사장이 대주주로 있는 기업이다. TAS는 LIG건설 주식의 59.16%를 소유한 대주주로 자본금은 1억1100만원에 불과했다. TAS는 2006년에 건영을 2870억원에 인수했고 2009년 한보건설도 302억원에 합병했다. 인수자금은 모두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넥스젠 캐피탈에서 4000여억원을 빌렸다. 세계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상황이었음에도 LIG는 적극적인 사업행보를 펼쳤다. 해외부동산 개발, 아파트 사업, M&A 등 대부분의 사업자금이 다 남의 돈이었다. 무려 빚이 1조원대인 반면 현금자산은 겨우 100억원대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망이 없다고 판단한 금융권이 대출 기간의 연장을 거절하자 코 앞에 단기 차입금 4500억이 떨어졌다. 빚으로 흥하려하다 빚으로 망한 것이다. 또 하나의 문제는 한국의 부동산 시장이다. 적절한 현금이나 유동자산 없이 빚으로 사업하는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관행이 못처럼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전국 사업장에 대한 점검에 나섰다. 2008년 말 전수 조사 이후 2년 만에 이루어지는 재평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난 29일 “PF사업장의 최근 현황이 어떤지 일제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어 “각 사업장의 연체율과 사업성을 파악해 건설사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뒤 제도 개선 방안에 담겠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LIG건설의 소식을 듣고 22일 국무회의에서 ‘제 2의 LIG건설’이 없는지 검토할 것을 김석동 금융위원장에게 주문했다. 재무상황이 나빠진 저축은행이 여신관리에 나서고 이 과정에서 저축은행의 부실이 대출받은 기업으로 전이되고 있냐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기업어음과 같이 단기사채 발행과정에서 금융기관들이 개별기업의 신용도보다는 모 기업을 보고 돈을 빌려주는 관행을 깨야 한다고 지적한다. LIG그룹의 이름이 과도한 빚을 늘린 관행에 대한 조치가 없다면 국민의 혈세가 고스란히 부담을 안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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