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

“한국 성공 원천은 지성과 열정”

4년만에 한국 찾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김영환 기자 | 기사입력 2011/03/28 [15:56]

“한국 성공 원천은 지성과 열정”

4년만에 한국 찾은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김영환 기자 | 입력 : 2011/03/28 [15:56]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 지난 20일 밤 늦게 자신의 전용기를 타고 대구공항으로 입국했다. 지난 21일 대구 달성군에 있는 절삭공구업체인 대구텍 제2공장 기공식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것으로 2007년 대구텍 방문 이후 두 번째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대구공항에 도착한 버핏 회장을 비행기 트랩까지 가서 맞이했으며 호텔까지 같은 차에 동승했다. 대구시는 공항청사에서 10인조 실내악단의 연주와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홍보하는 퍼포먼스를 여는 등 극진한 예우로 그를 환영했다.


‘대구텍’ 무한 애정…소유 공장 중 유일하게 두번째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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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영자
그가 국내에 투자하는 유일한 중소기업인 대구텍은 초경합금 절삭공구 생산업체로, 이스라엘 금속가공 기업인 IMC그룹의 자회사다. 2006년 5월 투자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40억달러로 IMC의 지분 80%를 인수하면서 버핏의 손자 회사로 편입됐다. 연매출 규모가 5000억원인 이 회사는 텅스텐 절삭 공구 부문에서 국내 1위를 달리면서 해마다 두자리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IMC는 올해 대구텍 제 2공장에 1천억원을 추가 투자해 최첨단 장비와 로봇을 이용한 자동화 시스템을 구축, 고부가가치 신제품을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할 계획이다. 한편 대구텍의 매출액 등 재무상황은 베일에 가려져 있다. 주식회사였던 대구텍은 유한회사로 전환한 2008년 이후에는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이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될 뿐이다. 유한회사는 소수의 투자자가 출자해 설립한 회사로 회계 등 기업정보를 공개할 의무가 없다. 대구텍 관계자는 “버핏 회장은 가족 같은 기업 문화를 중시하는 경영철학을 살리기 위해 주주의 영향을 받지 않는 유한회사를 택한 것”이라고 전한 바 있다.

한국 투자기업 추가 물색 중

지난 22일 일본 일정의 취소로 한국에서 하루를 더 묵게 된 버핏 회장은 이날 오전 전용기를 타고 인도 벵갈루루에 있는 대구텍 인도법인으로 향했다. 버핏 회장은 인도에서 3박4일의 강행군을 소화할 예정이다. 한국에서 2박3일간의 짧고 굵은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많은 이슈를 남긴 버핏 회장은 ‘현인’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행동 하나 하나가 깊은 인상을 남기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그의 발언 중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포스코와 대구텍 외에도 한국에 투자할 기업들을 추가로 찾고 있는 점이다. 기자회견에서 그는 기업의 시가 총액에 영향을 끼칠 것을 염려하며 구체적인 기업명은 언급하지 않았으나 한국에서 추가 투자 기업을 물색 중이라고 밝혔다. 덧붙여 그는 “대구텍은 꾸준히 확장할 것이고 계속 보유해 나갈 예정”이라며 추가적인 투자 계획도 내비쳤다. 현재 투자하고 있는 포스코는 세계 최고의 철강사로서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기업 중 한 곳이며 포스코를 더 일찍 알았더라면 더 많은 주식을 샀을 거라고 말했다. 이번 버핏의 한국방문으로 포스코는 지난 21일 전일 대비 6000원 상승한 50만8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국내 삼성전자에 대한 투자 질문에 대해서는 “전자관련 주식은 많이 다루지 않았기 때문에 당장은 보유의사가 없다. 지속적으로 전자관련 주식을 보유 안한다는 것이 아니라 전자주식과 관련한 투자는 앞으로도 비슷한 경향으로 이뤄질 것이다”라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청와대에서 이명박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한국은 유망한 제조업 국가인 동시에 유망한 시장이라며 “다음 주주 총회때 한국의 성공사례를 보여줄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 대통령은 “한국은 천연자원을 가진 것이 없어 남들 보다 더 노력한다”고 말했고, 버핏 회장은 “한국 성공의 원천은 지성과 열정이고, 한국은 성공할 수밖에 없는 많은 요인들을 가진 나라다”고 평가했다. 버핏 회장은 미국 경제 전망을 묻는 이 대통령의 질문에 대해 주택 경기를 제외하고 모두 회복하고 있다. 경제가 점점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사람·기업·사회’ 강조

버핏 회장은 보유자산 500억 달러, 세계 부자 순위 3위인 세계적 거물이지만 행동은 의외로 소탈했다. 기자회견 도중 대구텍 직원들이 한복을 선물하자 그 자리에서 바로 입고선 포즈를 취했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장에서 그는 81세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로 큰 목소리로 질문에 대답하며 연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연하늘색 두루마기를 입은 버핏 회장은 연신 ‘원더풀’을 외치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기자회견 직후 열린 오찬행사에선 식사 도중 사진을 함께 찍고 책에 서명을 해주었다. 점심식사 메뉴는 그의 취향에 따라 햄버거와 콜라, 감자튀김으로 간소하게 차려졌다. 이어 방문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 대회’ 개최지인 대구스타디움에선 달리기 출발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하지만 기공식 축사를 할 때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연설하는 등 자유분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는 연설에서 “대구텍에 대한 투자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해 기공식에 참석한 대구텍 임직원들의  환호를 받았다.

기자회견장에서 버핏 회장은 돈 버는 방법에 대해 사람·기업·사회라는 측면에서 분석적으로 설명했다. 사람은 과학적 분석을 할 수 있고 제 색깔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처럼 너무 지적일 필요는 없다”며 여론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팩트를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분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적 능력만큼이나 감성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대표적인 인물로 애플의 스티브 잡스를 꼽으며 그가 새로운 세상을 예측하고 상품을 만들어 성공했다고 평했다.

두 번째로 그가 꼽은 요인은 바로 기업. 워런 버핏은 자신이 투자할 기업을 고를 때 기업의 지속성장 가능성과 경쟁력, 기업의 인프라와 경영 능력을 중시한다고 했다. 경영자의 신뢰성과 인간성을 강조했다. 자신이 투자해 성공한 대표적인 기업으로 코카콜라를 꼽았다. “나는 업종 중심으로 투자하지 않는다. 자동차 부품이나 장비업체 등이라고 머릿속에 두고 일을 시작하진 않는다. 그렇게 하면 기회의 범위가 좁아진다. 어떤 기업의 10년 후 모습을 생각하면서 결정한다. 이 때문에 코카콜라처럼 10년 후의 모습을 상상하기 쉬운 회사가 ‘애플’ 같은 회사보다 우선적으로 투자 대상이 된다. 업종이 아니라 기업을 보고 투자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그는 ‘사회’의 가치에 주목했다. 아무리 사람이 잘나고, 기업을 잘 골라도,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 그는 “내가 가난한 나라에서 태어났으면 어느 구석에서 사과를 팔고 있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새로운 투자방식은 ‘기부’

고향인 내브래스카주의 오마하에 살면서 수십년 동안 투자회사 버크셔 헤서웨이를 성공적으로 운영해온 워런 버핏은 ‘오마하의 현인’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그의 ‘현명함’은 ‘가치 투자’에서 시작된다. 이는 단기적 시세차익을 무시하고 기업의 내재가치와 성장률에 주목해 우량기업의 주식을 사서 수십년간 보유하는 투자방식이다. 1990년대 후반에는 한창 벤처붐이 일면서 기술주의 주가가 치솟을 때 “수익성이나 성장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며 투자를 거부하고, 여전히 철도 등 굴뚝산업에만 투자를 고집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워런 버핏의 ‘현명함’은 그의 독특한 생활 태도에서도 나타난다. 세계 3위의 거부이지만 그의 생활방식은 검소하고 소박하다. 운전사나 경호원을 데리고 다니지 않으며 2001년식 중고 링컨 타운카를 손수 몰고 다닌다. 평소 12달러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20달러가 안되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으며, 1958년에 구입한 3만1000달러(약 2970만원)짜리 집에 살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많은 돈은 자식을 망친다”는 확고한 신념 아래 그는 재산 대부분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그는 3명의 자녀들이 “내 자녀들은 미국의 99%의 아이들에 비해 이미 훨씬 많은 것을 누리고 있다”면서 “그들은 내가 차지하는 위치를 물려받지 않을 것이며 나는 왕조적 부가 만들어져서는 안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재산 대부분을 자선재단에 기부했다. 더욱이 자신의 이름을 딴 재단 대신, 이미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다른 자선재단에 조건없이 기부하기도 했다. 15년 친구인 빌 게이츠의 재단에 재산의 85%인 370억 달러를 기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빌 게이츠 부부의 이름을 딴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은 이미 291억달러의 자산을 가진 미국내 최대 자선재단으로, 버핏의 기부금 300억달러가 더해지면서 자산규모 600억달러에 이르는 초거대 재단으로 탈바꿈했다. 게이츠 재단은 주로 에이즈, 말라리아, 결핵 퇴치 등 저개발국의 질병을 퇴치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아왔다.

미국 신문사는 “버핏과 빌 게이츠는 1991년부터 친한 친구 사이로, 빌 게이츠는 재산의 사회환원이란 영감을 버핏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한다”고 보도했다.

2007년에는 21억달러 상당의 주식을 자선단체에 기부하였으며 그의 친구 빌 게이츠와 함께 전 세계의 부자들을 만나 기부를 권유하는 등 기부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이들은 중국의 갑부들을 만나 기부와 자선을 호소했다. 기부운동 확산을 위해 중국의 부호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90여분간 중국의 자선활동 방향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 이 자리에서 중국측 참석자들은 재산의 기부서약을 했으며 구체적인 액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워렌 버핏은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실천에 대해 “사회가 부자를 만든다. 때문에 사회에서 얻은 부는 되돌려 줘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김영환 기자 sisa@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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