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

코트 안에선 ‘호랑이’ 코트 밖에선 ‘큰형님’

부산 KT 전창진 감독

김인선 기자 | 기사입력 2011/03/28 [15:50]

코트 안에선 ‘호랑이’ 코트 밖에선 ‘큰형님’

부산 KT 전창진 감독

김인선 기자 | 입력 : 2011/03/28 [15:50]
부산 KT 창단 첫 우승…전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 우승 원동력
선수 시절 발목 부상으로 은퇴…프로농구 대표 사령탑으로 ‘우뚝’

▲     ©운영자
남자프로농구 부산 KT 전창진(46) 감독은 지난 13일 원주 동부와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지었다. 감독으로서 4번째 맛보는 우승이지만 이번 우승은 여느 때와는 달랐다. 바로 팀 창단 후 첫 우승이었기 때문이다. 원주치악체육관에서 간단한 우승 세레모니를 가진 전창진 감독은 이후 원주 시내 한 식당에서 KT 선수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우승 축하연을 열었다. 전 감독은 이 자리에서 우승 소감을 밝히다가 굵은 눈물을 쏟아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2년 만에 우승을 차지할지는 정말 생각하지 못한 일이다. 아낌없는 지원을 해준 구단 관계자와 고된 훈련을 묵묵히 따라와 준 선수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불운했던 선수에서 프로농구 최고 감독으로

전창진 감독은 용산고와 고려대를 거쳐 삼성전자에 입단했다. 선수로서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그였지만 농구 선수 ‘전창진’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삼성전자 선수 시절 당한 발목 부상으로 일찍 은퇴했기 때문이다. 전 감독은 삼성 주무를 맡아 다시 농구계로 돌아왔고, 주무~운영팀장~수비코치를 차례로 거쳐 1999~2000시즌에 원주 나래(현 동부) 코치로 스카우트됐고 감독대행에 이어 2002~2003시즌 감독으로 올라섰다. 전 감독의 이후 인생은 탄탄대로였다. 감독 데뷔 첫 시즌에 우승을 차지했고, 이듬해에는 역대 한 시즌 최다승인 40승을 수확했다. 동부 시절 모두 7시즌을 보내면서 정규시즌과 챔피언결정전에서 세 차례씩 우승을 차지한 전 감독은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사령탑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일부에서 전 감독의 승승장구를 평가절하하는 이들도 있었다. ‘김주성’이라는 리그 최고의 선수를 보유했다는 이유에서였다. 전 감독은 2008~2009시즌을 마치고 원주를 떠나 KT에 새 둥지를 텄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내린 결정이었다. KT는 2008~2009시즌 최하위에 머문 팀이었다. 전 감독의 지도력은 KT로 옮긴 이후 더욱 빛이 났다. 2008~2009시즌 12승42패로 최하위에 그쳤던 KT는 전 감독 부임 후 한 시즌 만에 리그 2위에 오르는 깜짝 선전을 펼쳤다. 2년차인 2010~2011시즌 전 감독은 팀 창단 후 단 한 번도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지 못한 KT에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안겼다.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은 모두 사라졌다.

부상도 막을 수 없었던 KT 우승

올 시즌 초반 KT의 우승을 예견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김영환(27)이 상무에 입대했다. 조성민(28)은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했고, 지난 시즌 중반 요추 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었던 김도수(30)가 오른 발등 부상으로 빠졌다. 여기에 10월말 송영진(33)마저 왼 엄지 부상으로 전력에서 제외됐다. 말 그대로 정상전력이 아니었다. 그러나 정규시즌 순위표에서 KT는 윗자리에 위치했다. 10월말 선두로 올라선 KT는 꾸준히 3위안에 이름을 올렸다. 12월초부터 5연승을 질주한 KT는 꾸준히 선두 자리를 지키며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정규시즌 막판 최고의 외국인 선수로 불리던 ‘팔방미인’ 제스퍼 존슨(28)이 왼 종아리 근육 파열로 팀 전력에서 빠졌지만 한층 강해진 조직농구를 앞세운 KT에 문제가 되지 않았다.

KT가 주전들의 줄 부상 속에서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바로 전 감독의 탁월한 지도력이다. 이렇다 할 전력 보강 없는 팀을 뛰어난 선수단 장악력을 앞세워 단내 나는 훈련으로 키웠고, 목표의식으로 무장시켰다. 다양한 전략과 용병술, 과감한 결단력을 보여준 전 감독의 지도력 아래 KT 선수들은 이기는 방법을 알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감독은 코트 안에서는 ‘호랑이’ 감독으로 통한다. 하지만 코트 밖에서는 ‘큰형님’과 같은 포근함으로 선수들을 다독인다. 특히 경기가 끝난 뒤에는 선수들과 당구를 함께 치거나 가볍게 막걸리 한 잔을 나누기도 한다.

KT의 기세 챔프전까지 이어질까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한 전창진 감독은 플레이오프 구상에 한창이다. 전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에 대해 “플레이오프에 맞춰 새로운 패턴으로 경기를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정규시즌 나머지 경기에서 새 패턴을 시험해 볼 것이다”며 다양한 시도로 통합우승에 도전할 것임을 밝혔다. 또 전 감독은 남은 시즌 목표는 2승을 더 보태 역대 한 시즌 정규시즌 최다승 기록을 갈아치우는 것이다. 전 감독은 “정규시즌 우승을 했으니 이제 2승을 더 보태 역대 최다승 기록을 바꾸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전 감독은 “시즌 마지막 날까지 경기가 띄엄띄엄 있다. 일단 마무리를 잘 하는 것이 목표다. 무엇보다 포스트시즌을 대비해 선수들에게 큰 부담을 주기보다 우리가 해 왔던 농구를 계속 강조할 것”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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