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코리아

생필품에 목매는 일본 관광객 잡아라

쇼핑 신풍속도/ 日대지진 여파에 국내 업체들 ‘함박’ 웃음

고승주 기자 | 기사입력 2011/03/28 [15:43]

생필품에 목매는 일본 관광객 잡아라

쇼핑 신풍속도/ 日대지진 여파에 국내 업체들 ‘함박’ 웃음

고승주 기자 | 입력 : 2011/03/28 [15:43]
‘명품관광’, ‘특산품 관광’으로 알려진 일본인 관광객의 쇼핑문화가 바뀌었다. 백화점이나 풍물시장 대신 마트를 전전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방사능 공포에 의해 유아용 물품이나 음식물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을 뒤흔든 대지진이 그리고 있는 경제 풍속도에 대해 알아본다.

농심, 제주삼다수 등 생필품 업체들 日대지진 특수 누려
유아용품 사재기 현상…햇반·카레라이스 등 레토르트제품 구매 급증

▲     ©운영자
일본 국내에서 전기공급 및 식량수급이 불안해지자 일본인 관광객들의 쇼핑문화가 바뀌었다. 백화점 명품관이나 명물시장을 돌아다니는 대신 라면, 생수, 성냥과 랜턴, 비상물품등 생필품 확보를 위해 대형마트에서 긴 줄을 마다 않고 있다. 일본인 관광객의 수요를 감당하기 위해 특별코너를 설치한 매장도 있다.

백화점·풍물시장보다 마트 전전

서울역 부근에 위치한 한 대형 매장은 일본 대지진 참사 이후 자국에서 손전등, 건전지 등 비상물품을 구하기 어려워진 일본인들이 급격하게 몰리자 손전등 코너를 특별히 설치했다.

이 매장에서는 11~17일 1주일간 휴대용 랜턴과 랜턴용 건전지 판매량을 대지진이 나기 전 1주일과 비교하면 각각 11.6배, 4.4배가 팔렸고 전체적으로 보면 손전등 판매량은 400%가량 급증했다.

이곳에서 손전등과 배터리를 구매한 한 일본인 관광객은 “내일 돌아가는데 도쿄에 있는 친구에게서 손전등을 사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며 “지금 일본에서는 건전지를 구하기 어려워 손전등용 크기를 많이 사가려 한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 외에도 일본인들이 평소 찾지 않던 햇반, 카레라이스 등 레토르트 제품의 구매도 급증했다. 가공식품 코너 판매원은 “일본인들은 평소 레토르트 식품은 쳐다보지도 않았는데 요새 많이 사간다”며 “라면도 5개들이 대신 상자째 사가는 등 불안감이 엿보였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일본으로 가는 소포량도 큰 폭으로 뛰었다. 일본 우정국이 18일부터 국제 우편물을 받기로 하자 일본으로 가는 소포량은 4주 전에 비해 두 배가량이 늘었다. 많이 사는 물품은 햇반, 라면 외에도 미역, 김, 홍삼 등 요오드가 함유된 제품들이 많이 일본으로 보내졌다.

생필품업체 주문 폭증

일본에서의 수입주문도 폭증했다. 각 라면업체는 비상체제를 선포하고 생산라인을 최대한 가동하고 있지만 주문량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농심에서 대지진 발생 이후 2주도 안 돼 일본에서 받은 라면 주문량은 750만 달러어치로 평소의 두 배를 기록했다. 일본 국내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가까운 한국쪽으로 주문이 몰린 것이다.

제주삼다수는 그간 일본에 수출하고 있지 않았지만 최근 일본으로부터 150톤의 주문을 받아 대일 수출을 재개했다. 구제역의 여파로 국내에서도 수요가 뜨거운 지라 전체 주문량의 70%만 겨우 소화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외에도 참치캔, 김, 즉석북어국 등 오랫동안 보관이 가능하고 비상 구호식품으로 쓸 수 있는 제품도 주문이 급증했다.

이렇게 되자 관련 업체의 주가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시장 투자자들이 ‘라면주 사재기’에 들어간 것이다.

24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오뚜기는 오후 1시 50분을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5.2% 상승한 13만 1500원을 기록했다. 전날의 하락세에서 반등에 성공한 오뚜기는 대신과 동양, HMC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다.

삼양식품 역시 3.5% 상승한 2만 2150원에 거래되며 닷새째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농심은 5.96% 오른 24만원에 호가되고 있다. 키움과 현대, 그리고 CLSA 등 국내외 창구 골고루 매수세가 유입되는 모양새다. 이날 교보증권은 “농심의 1분기 매출액이 전년동기대비 6% 가량 늘어날 전망”이라며 “라면을 비롯해 생수까지 주력 상품 판매가 급증하며 이익 모멘텀이 살아나고 있다”고 언급했다.

국내에도 생필품 사재기 여파 미쳐

한편 국내에서도 사재기 현상이 일어났다. 3개월이 된 아이를 자녀로 둔 주부 김씨는 지난 12일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분유 및 기저귀를 포함한 일제 유아용 상품 50여만원 어치를 샀다.

“앞으로 일제 못 쓰잖아요. 그래서 미리 사두려고요.” 엄마들의 예민한 걱정은 사재기로 이어졌다. 지난 11일 일본 대지진 이후 12∼15일 일본산 기저귀 판매량은 전달 동기 대비 53%, ‘메리즈’ 기저귀 판매량은 172%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마켓 등에서 나타나는 군기저귀 판매량도 군, 메리즈, 무니망 기저귀가 11∼15일 전주 동기보다 각각 57%, 144%, 173% 증가하는 등 일본산 기저귀 매출이 90% 가량 늘었다.

일제 유아용품이 생산되는 지역은 원전사고 영향력에 있지 않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것이다. 서울 중심가에 위치한 한 대형마트에서도 일제 기저귀가 있었던 빈 자리에 중국산 기저귀로 채웠다.

일본과 가장 가까운 부산에서는 일부 생필품을 몰아사는 고객이 늘어났다. 부산 메가마트에서는 생수 판매량이 지난주에 비해 39% 늘어났고 라면 또한 23%의 증가세를 보였고, 부산 홈플러스의 경우도 지난 14일부터 사흘 동안 쌀 판매량이 지난주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26.2%나 증가했고 라면과 생수 또한 각각 15.8%와 3.1%씩 판매가 늘었다. 주부 김 모(34)씨는 “매일 일본 원전의 사태 때문에 마음이 초초하다”며 “사태가 더욱 악화될 경우 가족들을 생각해서라도 먹을 거리는 미리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 모(47)씨도 “지금 상황이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데다 부산은 일본과 바로 인접해 있어 걱정이 많이된다”며 “아직 사재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상황변화에 따라 남들이 사재기에 나선다면 따라서 사야 되지 않겠나?”고 반문했다. 아직 전체적으로 붐이 일어나지는 않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어 유동적으로 대처할 계획을 세웠다.

반면 방사성 물질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면서 일본산 수산물들은 기피 대상이 되었다. 대형마트에서 지난 15∼16일 이틀간 판매한 일본산 생태는 전주 같은 기간과 비교해 15%가량 매출이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본에서 방사능이 유출됐다는 소식을 접한 소비자들이 일본 연근해에서 잡히는 수산물을 기피하고 있다”며 “일본산 수산물을 추가로 들여올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