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vs LG ‘광고-블로그-오너戰’“막장 드라마 찍네~”3D TV 기술표준 둘러싼 경쟁 → 감정싸움으로 치달아“도를 넘어섰다.” <시사코리아>와 인터뷰한 LG 디스플레이 관계자의 말이다. 최근 3D TV시장 선두를 두고 진흙탕 싸움에 비견되던 삼성전자와 LG전자간 신경전이 드디어 법의 도마위에 올라가게 생겼다. 단초는 지난 8일 삼성 서초사옥에서 언론사 기자들을 대상으로 열린 화요포럼에서 발생했다. 해당 행사에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 개발팀장 김현석 전무는 LG 3D TV에 대해 강도높은 비판과 더불어 “멍청한 xx들” 등 원색적인 비난도 서슴지 않았다.
삼성 “계란은 바위를 깰 수 없다” vs LG “이성 잃고 궤변만…” 컨텐츠 제대로 된 게 없는 실정 …양사간 스펙 논쟁만 가속
지난 22일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측에 김현석 전무의 ‘멍청한 xx’ 발언에 대한 내용증명을 요청했다. 내용증명이란 법적대응에 앞서 그 사실이 맞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절차이다. 그러나 다름 아닌 기자들 앞에서 한 발언이기에 명백한 사실이나 다름없어 이 뒤에 잇따를 소송이 주 관심사가 되고 있다. 한편 문제의 원인이 된 삼성전자측도 발언 자체는 수긍하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시사코리아>를 비롯한 각종 매체를 통해 “공개석상에서 적절치 못한 표현을 한 것에 대해 유감으로 생각한다”며 입장을 표명했다. 하지만 사태의 원인이 된 김 전무의 처우에 대해서는 “지금은 말할 것이 없다”고 전했다. 반면 LG디스플레이측에서는 불편한 심기를 감추려 하지 않았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LG와 삼성이 3D TV 기술표준을 놓고 경쟁을 벌이고는 있다. 하지만 지켜야 할 상도와 기본적 예의란 것이 있다. 삼성은 넘어서는 안될 선을 넘었다”고 강변했다. 그는 “이것은 심각하게 명예를 손상시키는 행위이다. 제품이나 기술도 아닌 직원을 직접적으로 모욕한 것은 회사차원에서 묵과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사태를 전해들은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처음 감정싸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하여 “우리는 쿨하게 가자”며 직원들을 달래려 했다. 하지만 제품개발을 담당한 엔지니어를 비롯한 임직원들이 가만있지 않았다고 한다. 한 내부 관계자의 말에 따르면 “그들은 LG와 자기기술에 자부심을 가졌다”고 운을 뗀 후 “대처를 안 하면 삼성전자보다도 사측에 실망했을 것이다. 직원이 공개적으로 모욕당했는데 회사가 가만히 있는다면 누구라도 그렇지 않겠느냐”며 불편한 분위기를 털어놓았다. 이에 LG디스플레이의 관계자는 “시간이 지나도 내부 분노가 수그러들지 않고 있어 고심 끝에 내용증명을 발송하기로 했다”고 말하며 “발언 내용이 사실로 확인되면 법적 대응도 불사할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막장 비방전도 불사 한편 일각에서는 법정공방이 3D TV를 둘러싼 양사간 진흙탕 싸움의 연장이라고 해석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미 LG와 삼성은 마케팅, 블로그, 심지어 오너들까지 총동원해 상대에 대한 발톱을 감추려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양측의 공개적인 첫 포화는 광고에서 터졌다. 삼성전자의 ‘하늘과 땅 차이’ 광고에서는 풀HD를 강조하면서 “왜 내 3D TV는 풀HD가 아닐까”라고 말하는 원숭이를 등장시켰다.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LG전자의 3D TV가 미국 디지털TV 방송위원회가 규정한 풀 HD 영상을 구현할 수 없다고 지적한 것을 알아챌 만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원빈이 누워서 TV를 보는 장면을 담은 광고로 응수했다. 이 광고는 시야각이 취약해 누워서 볼 경우 검게 변하는 삼성전자의 3D TV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됐다. 인터넷에서도 양사의 전쟁은 뜨거웠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블로그를 통해 자사 기술의 우월성을 주장하며 맞붙은 것이다. 삼성전자는 기업 블로그(www.samsungtomorrow.com)를 통해 ‘3D TV 아주 쉽게 이해하기’라는 3편의 장문의 시리즈물을 연재하고 있다. 이곳에서 액티브 셔터글래스(SG), 필름패턴편광안경(FPR) 방식의 기술적 차이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3D 기술에 대한 이해라기보다는 풀(Full) HD를 구현하는 삼성의 SG 방식 3D TV의 기술 우월성을 강조하기 위한 홍보물에 가깝다. LG전자도 필림패턴편광방식 3D TV의 우수성을 집중 부각시키는 내용을 담은 블로그 시리즈물을 준비했다. 삼성전자의 FPR 반HD화질 주장을 반박하는 내용과 함께 LG에 비해 삼성은 화면겹침, 깜박거림 때문에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사 대표들의 노골적인 비교 양사 대표들도 노골적인 비교에 참여했다. 지난해 12월 LG디스플레이는 중국에서 ‘필름패턴편광방식 3D 패널에 대한 프로모션’을 전개하면서 삼성의 셔터글래스 방식과 비교시연회를 했다. 이 자리에서 “경쟁사 방식은 전자파가 나오고 눈의 어지러움증을 유발하는 등 건강에 좋지 않다”고 자극했다.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전시회인 CES에서도 3D TV에 대한 논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권희원 LG전자 부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시네마 3D TV는 기존 SG 방식의 3D TV에 비해 발전된 것이다. 깜박거림이 적어 눈의 피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도 기다렸다는 듯이 맞대응에 나섰다.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은 “필름패턴 편광방식으로 3D TV를 제조하는 것은 IPS 패널의 반응속도가 늦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며 “디스플레이 패널에 필름을 붙인 방식으로 전력소모가 많다”고 반박한 것이다. 그러자 권희원 LG 부사장은 지난 2월 16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경쟁사의 기술은 3D 준비단계의 1세대 기술, LG 기술은 진화한 2세대”라며 ‘세대론’을 거론했다. 삼성전자는 바로 다음 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를 반박했다. 윤 사장은 “패시브 방식은 1935년에 개발된 것”이라며 “지금까지 기술의 발전이라는 것은 가격을 떨어뜨리는 것 밖에 없다. 성능은 오히려 과거보다 못하다”고 꼬집었다. 바톤을 넘겨받은 삼성전자가 지난 8일 LG를 의식한 듯 이례적인 3D TV 비교 시연회를 열었다. 결론은 삼성전자의 3D TV가 우월하다고 나왔지만 여기서 삼성전자 김 전무의 “양심없는 LG”, “멍청한 xx” 발언이 터져나왔다. 이에 LG전자는 바로 10일 반박자료를 냈다. 권영수 LG디스플레이 사장은 LG트윈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해상도 및 시야각, 3D 안경 모든 면에서 경쟁사보다 우수하며 편광안경식이 풀HD를 구현할 수 없다는 삼성전자의 주장에 대해 “인터텍, 중국제3연구소, 중국전자표준화연구소, CEA(미국가전협회) 등 인증기관에서 이미 LG의 필름패턴편광방식 3D TV가 풀HD를 구현한다고 인증했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김 전무의 행동에 대해 “이성 잃고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며 날을 세웠다. 한편 윤부근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사장도 10일 아프리카 출국길에서 LG전자의 3D TV에 대해 “계란으로 바위치기에 불과하다”고 말하며 “지난해 판매된 3D TV의 대부분이 삼성의 셔터안경식이라는 것만 봐도 이미 결론이 난 것”이라고 답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자사 홍보관과 블로거 등 네티즌을 상대로 경쟁사의 3D TV와 비교하는 비교 시연회를 열고 있다. LG전자도 4월 초 대규모 3D 마케팅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법정공방까지 오가게 생겼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외면 받는 컨텐츠와 소비자 LG전자와 삼성전자가 양보할 수 없는 외나무 다리를 건너고 있는 것은 양사간 3D TV의 구동 방식의 차이 때문이다. LG전자의 필름패턴편광(FPR) 방식은 TV 화면에 편광필름을 붙인 뒤 좌우색이 다른 3D 안경으로 입체영상을 볼 수 있게 한다. 반면 삼성전자는 반도체가 내장된 3D 안경이 TV와 신호를 주고받으며 입체영상을 보여주는 셔터글래스 방식을 사용한다. 삼성의 셔터글래스 방식은 특수 안경으로 3D 효과를 내는 것이고 LG의 필름편광패턴방식은 TV에서 좌우 눈에 다른 영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세계의 다른 업체들도 둘 중 하나를 택하고 있다. 현재 일본의 소니·파나소닉 등은 삼성과 같은 방식을, 대만의 비지오·필립스 등은 LG의 방식을 사용한다. 단순히 양사간 기술대결이 아니라 3D TV 시장의 기술 표준을 둘러싼 싸움인 것이다. 하지만 스펙싸움에 정작 중요한 소비자들은 외면받고 있는 실정이다. 소비자 입장에선 3D TV 자체의 스펙보다는 얼마나 볼만한 프로그램이 있느냐가 주요 관심사이다. 그러나 국제 스포츠 경기 이외에 지상파 방송사가 방송하고 있는 3D TV용 프로그램은 아직은 거의 없는 형편이다. 엄격히 말하자면 지금 상태에서 소비자에게 3D TV는 ‘속 빈 강정’인 셈이다. 삼성과 LG는 이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스펙 쌓는 것에만 몰두해 정작 컨텐츠에는 소홀한 모습을 보이며 시장 장악에 타격을 입은 바 있다. 삼성의 스마트폰 OS 바다(BADA)는 해외에서는 “바다는 나다다(BADA is NADA(nothing))”라며 혹평을 들은 바 있고, LG의 경우 고성능의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동영상이 재생되지 않아 침체의 늪에 발을 디밀고 있다. 이남표 MBC 기획조정실 전문연구위원은 “신기술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더 중요한 것은 신기술에 대한 이용자들의 생각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라며 “시청자들이 3D TV를 모든 장르에서 보고 싶어할지 의문”이라고 전했다. 한편 미국 시장조사 전문기관 디스플레이서치는 23일 ‘세계 TV시장 전망’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 세계 최대 TV시장이 될 것임을 예측하는 한편 3D TV 판매도 올해는 2164만대로 지난해 233만대보다 10배 가까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시사코리아>와의 인터뷰에서 삼성, LG 양사 또한 올해의 주력은 3D TV가 될 것을 밝혔다. 비록 3D 세상이 아직 도래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대세가 될 것이 분명한 만큼 업계에서는 소모적인 싸움을 그만두고 발전있는 경쟁을 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3D TV, 삼성, LG, 시사코리아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단신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