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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발 신경분리 태풍에 금융권 ‘초긴장’

200조 공룡 탄생 ‘약일까 독일까’

김희정 기자 | 기사입력 2011/03/15 [11:24]

농협발 신경분리 태풍에 금융권 ‘초긴장’

200조 공룡 탄생 ‘약일까 독일까’

김희정 기자 | 입력 : 2011/03/15 [11:24]
[시사코리아=김희정기자] 지난 4일 농협의 신경분리안을 담은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상임위를 통과했다.
 
그동안 ‘돈장사’에만 치중해 ‘할일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온 농협이 금융부문과 경제부문을 따로 분리시켜 운영할 수 있게 된 것. 농협법 개정안은 내년 3월 2일 금융지주와 경제지주의 공식 출범에 방아쇠를 당겼다.

농협, 금융사업에만 치중 지적…1중앙회 2지주사 체제로 개편
농협금융지주 가파른 성장세 전망…금융지주사 지각변동 예고


▲     ©운영자
농협법 개정안은 ‘농민을 위한’ 농협이 그동안 금융사업에만 치중해 농민들의 이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비롯됐다.
 
실제로 농협은 은행업 등 신용사업에 절반이 넘는 76%의 인력을 투입하고 있어 경제사업 부문은 농촌지도, 지원 역할에 그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다보니 농협의 본래 목적인 ‘농업 경제사업’에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개의 사업을 분할하자는 목소리가 대두되기 시작했다.

농협법 개정안은 정부와 농협의 합의를 거쳐 지난 2009년 12월 국회에 제출됐음에도 부족자본금 지원, 경제사업 활성화, 조세특례, 농협공제 보험업 전환에 따른 특례 등에 대한 논란 속에 1년 이상 발목이 묶여 있었다.
 
또 민감한 두 사업 간의 자본금 배분에 대해서도 이해관계가 얽히며 장기 표류화 조짐도 보였다.
 
1991년 농협이 신경분리 논의를 시작한 지 20년 만에 지난 4일 임시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농협은 20년 숙원사업을 해결했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나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후 농민단체들은 즉각 반발했다.
 
전국농민회와 여성농민회 등 농민단체들은 “협동조합은 조합원인 농민을 대변하고 조합원의 이익을 우선해야하는 데도 농협이 신용사업에 중심을 둔 지주회사로 가고 있다”면서 “농협의 주요한 역할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한 것.
 
또 경제사업을 분리하더라도 지주회사가 돼 수익에 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농민 대신 주주만 챙기게 될 것이란 우려도 제기했다.

경제지주회사가 판매와 유통사업에 나서더라도 농민들의 농산물은 싼값에 사들여 소비자에게는 비싸게 판매하는 부작용이 나타나 농민과 소비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결국 이익보다 판매관리비가 많은 그동안의 만성 적자구조가 고착화해 또 다시 신용사업부문의 역할이 더욱 강조될 것이라는 것이다.
 
농민단체들은 이러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 농협을 지주회사가 아닌 연합회 형식으로 분리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농민들의 반발이 큰 만큼 농협의 향후 금융과 경제지주회사 분리과정에서 크고 작은 진통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신용사업vs경제사업 분리

농협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인 ‘신경분리’는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한다는 뜻이다.
 
현재 농협이 모두 맡고 있는 금융업무인 신용사업과 농축산물 유통, 판매업무인 경제사업을 두 개의 지주회사로 분할해 농협중앙회 아래 두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지주회사는 자산 200조원에 이르는 금융회사로 새롭게 출발하게 되고 농협은행과 NH생명·손해보험, NH투자증권, NH카드, NH-CA자산운용 등 5개 자회사가 지주회사에 편입한다.
 
경제지주회사는 독립된 자본과 조직을 기반으로 판매유통 등 농민이 원하는 경제사업에 투자와 지원을 확대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경제지주사는 농협에 원예·양곡·축산 판매본부를 설치, 직접 유통을 관장하도록 했다.

농협법 개정안은 농민을 위한 경제사업의 역량 강화라는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상 신경분리를 통해 가장 주목받는 부문은 금융사업이다.
 
출범과 동시에 금융권 경쟁구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은 물론 100% 토종 금융지주 탄생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농협금융지주의 등장은 금융지주사의 지각변동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금융권 ‘빅4’ 초긴장

현재 4대 금융지주사의 자산규모는 2010년 12월말 기준으로 KB금융지주가 326조1,000억원, 우리금융지주 326조원, 하나금융지주(외환은행 포함) 311조원, 신한금융지주 308조8,000억원 순이다.
 
그런데 농협지주사의 탄생으로 지금까지 ‘빅4’ 체제였던 금융지주사가 ‘빅5’ 체제로 재편된다. 농협금융지주의 자산규모는 추정치 230조원으로 5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금융권이 긴장하는 이유는 농협금융지주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특히 전국 곳곳에 뻗어있는 1,158개 점포망도 새로 출범할 농협금융지주에 경쟁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시중은행 1위인 국민은행의 점포수 1,138개보다 많고 지방 농민들에게도 더욱 친숙해 전국의 점포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브랜드 파워 또한 강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농협 브랜드는 다소 투박한 느낌이 있지만 그 대신 정부가 보증을 해준다는 이미지가 매우 강하다”면서 “안정적이란 인식은 타 시중은행들과의 경쟁에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카드·보험업계 지각 대변동

은행 보다 더 긴장하는 쪽은 보험업계다. 현행 농협 공제사업은 앞으로 별도의 보험회사(농협보험)로 분리될 예정이다.
 
따라서 자산규모 33조원인 농협보험은 독립과 함께 삼성생명 대한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빅4’ 반열에 오르게 된다.

한 생보업계 관계자는 “농협보험이 보험사 인가를 받으면 퇴직연금보험과 변액보험 등을 팔 수 있게 되고 보험설계사를 통한 영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며 “농어촌 지역에선 굉장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손보업계도 긴장하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별도 인허가를 통해 자동차보험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손해보험사들도 큰 타격을 입을 전망이다.
 
농협보험은 자동차보험, 변액보험, 퇴직연금 등 신규사업 진출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손보업계가 더 큰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는 농협을 통해 신규사업에 대한 영업을 강화할 경우 기존 보험사들의 영업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지역단위 조합에서는 5년간 방카슈랑스 규제가 유예돼 전국 4,300개에 이르는 지역단위 조합에서는 농협보험만 집중적으로 팔 수 있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이와 함께 농협보험이 출범을 전후해 설계사 유치전에도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영업의 핵심 역량은 보험 설계사인데 현재 농협보험 설계사는 1,000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현재 설계사 수는 삼성 3만5,599명, 대한 2만4,967명, 교보 2만2,007명 등이다. 이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농협보험 출범을 앞두고 최소한 1만명 이상의 대규모 설계사 이동 등 유치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농협이 카드업계에 미치는 파급 또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 아직 내년 3월 카드사 분사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농협카드는 이미 700만명의 자체 회원을 확보하고 있어, 신경분리 이후 대대적인 마케팅 공세가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농협발 M&A가 금융권 질서 재편의 주요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농협은 자기자본의 15% 이상 출자할 수 없다는 출자한도 규제에 발목이 잡혀 있었는데 이것이 풀리게 됐다”며 “향후 보험사나 증권사 인수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농협금융이 넘어야 할 산은 높다. 시중은행, 보험사들과 맞설 만큼 경쟁력과 수익창출 능력을 갖췄느냐는 것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농협은 그 동안 농업과 농민지원이라는 정책적 기능을 수행해왔기 때문에 상업적 마인드나 리스크 관리개념이 부족한 게 사실”이라며 “앞으로 상업적 마인드와 정책지원적 마인드를 어떻게 조화시켜 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관계자는 “농민을 위해야 할 농협이 시중은행들처럼 많은 이익을 낸다면 과연 정서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공익적 기능과 상업적 기능의 조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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