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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기마저 넘은 근친 성폭행 “삼촌 제발 그만요”

집중 추적/근친 성폭행 실태

고승주 기자 | 기사입력 2011/02/24 [11:26]

금기마저 넘은 근친 성폭행 “삼촌 제발 그만요”

집중 추적/근친 성폭행 실태

고승주 기자 | 입력 : 2011/02/24 [11:26]
 믿었던 가족에게마저 버림받고 심지어 성폭행당하는 사건들이 지난해부터 줄을 잇고 있다. 조카 성폭행으로 복역했다가 출소하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르는가 하면, 조카 성폭행도 모자라 초등학생에게 성매수를 제의하고, 아예 일가족이 나서서 성폭행을 하는 등 나날이  그 강도와 수법이 잔혹해지고 있다. 대부분 범행은 형편이 어려워 함께 지내는 조카에게 일어났고 또 아주 어린 시절부터 시작돼 더욱 충격을 주고 있다.
 
▲     © 운영자

 
 가정형편 때문에 더부살이 하는 조카…보호는커녕 도리어 성폭행
 가족들은 그저 ‘쉬쉬’…가중처벌은커녕 실제는 솜방망이 수준

 
 [시사코리아=고승주기자] 지난 2월 7일 인천부평경찰서는 자신의 집에서 함께 생활하던 조카를 수년에 걸쳐 성폭행한 A씨(53)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조사중에 있다.

 A씨는 지난 2008년 8월 경 자신의 방에서 컴퓨터를 하는 조카 B양(15)을 등 뒤에서 껴안고 가슴 등을 만지며 한 차례 성폭행했고 지난달 3일 새벽 자고 있던 B양에게 휴대전화 문자를 보내 부엌으로 나오게 한 뒤 성폭행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견디다 못한 B양은 A씨의 택시요금 문제로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에게 이같은 끔찍한 범행 사실을 털어놓았다.
 
 
 사춘기도 안 된 아이를…수년간 번갈아가며 성폭행
 
 근친들의 엽기범행은 지난해부터 끊이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3월, 11살 조카를 성폭행해 5년간 복역한 40대 삼촌이 출소하자마자 조카 A양(18)을 또 다시 상습적으로 강제추행해 징역 3년이 선고됐다.
 
 같은 해 7월 이모(44)씨는 13세 조카 B양에게 “용돈을 주겠다”며 여관으로 불러 4차례 성폭행한 것으로도 모자라 집 근처에서 만난 초등학생 2명에게 “용돈 줄 테니 성관계를 하자”며 성매수를 권유한 혐의로 구속영장이 신청되었다.

 10월엔 형제가 번갈아가며 친조카 C양(17)을 수년 동안 성폭행해 구속기소되고 전자장치 부착명령을 받았다. 형제는 C양이 8살 때부터 성폭행을 시작해 8년간 수시로 이같은 범행을 저질렀다. 체포 당시 C양은 짐승같은 범행에 의해 임신을 한 상태였다.

 가장 최악의 사건은 ‘형제사건’과 같은 달에 벌어졌다. 무려 아버지, 할아버지, 삼촌 등 일가족 5명이 딸이자 손녀, 조카인 당시 17세 소녀 D양을 상습 성폭행한 것. 피해자는 11살이던 2004년부터 할아버지에게 상습적으로 성추행 당했다. 고모부와 작은 아버지, 고종 사촌 오빠들은 명절날 때마다 번갈아 성폭행했다. D양의 보호자인 아버지는 방관만 해오다 2009년부터 딸을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재판부에 제출된 증거기록에 따르면 D양은 “가족이 그러는 것은 성폭행인 줄 몰랐는데 중학교 2학년 때 성교육을 받으면서 성폭행을 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할머니와 새엄마에게 사실을 얘기했지만 ‘절대로 신고하면 안 되니 참아라’고 했다. 최근 아빠로부터도 이런 일을 당하고 나서는 신고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진술해 담당관들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상습적 성폭행, 가족의 외면…멍 들어가는 동심
 
 이같은 근친 성폭행에는 세 가지 공통점이 있다.
 
 첫째는 사춘기도 접어들지 못한 어린 나이부터 성폭력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근친에 의한 성폭력은 개인의 일생 및 사회관계를 완전히 파괴할 수 있다. 일반적인 성폭력의 경우 그나마 가족이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근친 성폭력은 가족간 상호불신으로 인해 해체되고 고립되는데 그 경우 피해자는 더욱 보호받을 수 있는 자리가 좁아지게 된다.

 피해자는 가장 높은 신뢰관계에 있는 사람에게 당했기에 일생 동안 타인과 신뢰관계를 맺지 못하며 자기자신 조차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외상 후 스트레스 증후군을 겪는 사람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여 우울, 공포증 등으로 정상적인 사회활동이 어렵고 제한적인 경우이긴 하지만 특정시기, 특정인물, 특정장소에 대한 기억력이 억제되기도 한다.

 둘째는 범행이 수년간 지속됐다는 점이다. 근친 성폭력의 경우 다른 성폭력과 달리 법적 처벌보다는 가족 내에서 해결하려는 경우가 많다. 경찰 관계자는 “근친 성폭력은 반복될 우려가 높고 가족구성원간 갈등을 감안해 신고를 꺼리거나 한참 세월이 흐른 후 신고해 장기적인 피해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 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의 송미헌 원장은 “어린 시절 성추행으로 시작돼 강간에 이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피해자가 이를 성폭력으로 인지하지 못한다”며 “초등학교 고학년이 돼 성교육을 받을 때 자신이 성폭력을 당했다고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2009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근친 성폭력 피해자의 35%가 1년 이상 지속적으로 피해를 입었다.
 
 셋째는 피해자들이 어려운 가정환경에 의해 불가피하게 부모외 친족과 생활할 수 밖에 없었다는 점으로 피해자들을 양산하는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사회생활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무시당한 남성은 자기 통제하에 있는 가족 구성원을 통해 보상받으려 한다고 지적한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근친 성폭력은 보통 권력욕, 통제욕 때문에 일어난다. 이 경우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가족구성원에 대한 성적 지배, 정복, 통제로 나타나기도 한다”고 전했다. 사촌오빠, 친오빠에 의한 근친 성폭력은 단순한 호기심이나 욕구에 의해 발생하기도 한다.

 이같은 요소들이 서로 겹쳐 근친 성폭력은 보고되는 예가 전체의 10%도 안 된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워낙 금기시되는 내용이라 정확한 통계를 내기도 힘들다. 따라서 법적으로 근친 성폭력은 가중처벌을 기본으로 한다. 성폭력특별법에 따르면 친족은 4촌 이내의 혈족이나 2촌 이내의 인척, 사실상의 친족관계에 있는 자를 포함하고 있으며 친족 성폭력은 가중처벌하게 돼 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1심 선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근친 성폭력 가해자의 73.5%가 유기징역형을 받았지만 기간을 보면 평균 3년형에 불과했다. 이처럼 근친 성폭력에 대한 실제 법적 처벌이 솜방망이 수준에 그치고 있어 비판을 피할 수 없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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