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이싱업체 “일주일에 서너 번 슈퍼카들이 스피드웨이로 갔다” 삼성 “스피드웨이 서킷 안전성 보완과 시설노후에 따라 리뉴얼 중” 삼성에버랜드가 지난해 말부터 용인 스피드웨이 확장 및 안전공사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지난해 9월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긴 이부진 사장에 대한 특혜의혹이 ‘솔솔’ 흘러나오고 있다.
경기도 용인시 포곡면 유운리의 자동차 경주장 ‘스피드웨이’. 놀이동산 에버랜드 정문 앞에 있는 자동차 경주장이다. 지난 2008년 ‘시설 노후화에 따른 안전 및 시설 보강 확장공사’를 이유로 문을 닫은 이후 최근까지 외부인들에게 열리지 않고 있어 ‘금단의 땅’으로 불린다. 에버랜드측은 “지난 1995년부터 자동차 경주장을 운영해온 스피드웨이가 서킷 안전성 보완과 시설노후에 따른 리뉴얼 공사를 위해 시설운영을 중지하기로 했다”며 보수 계획안을 발표한 바 있다. 문 닫힌 스피드웨이 2009년 4월 17일에도 에버랜드는 안전상의 이유를 들어 스피드웨이를 폐쇄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 2009년 4월 30일 오전 11시경, 돌연 이 스피드웨이에 ‘부∼앙’하는 굉음이 공기를 갈랐다. 이윽고 2125m의 서킷 위에 나타난 것은 다름아닌 메르세데스 벤츠의 검은색 2인승 로드스터 SL65-AMG.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를 3.9초에 질주하고 차값이 32만달러(약 4억1600만원)라는 그 스포츠카다. 이어 국내 시판 가격 3억원이 넘는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LP560-4도 스피드웨이 서킷을 질주했다. 이날 레이서로 보이는 남성을 조수석에 앉히고 람보르기니를 몰고 서킷을 쉬지 않고 10바퀴나 돈 사람은 다름 아닌 삼성 이건희 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짧은 직선주로 뒤에 이어진 S자형 굴곡을 빠르게 돌때 안전펜스를 들이받을 듯한 아슬아슬한 상황에서 급감속을 하는 묘기를 보이기도 했다. 람보르기니에서 내린 이 전 회장은 포르셰 911터보를 몰고 가볍게 스피드를 즐기기도 했다. 이 회장이 즐겨타는 이들 슈퍼카들은 평소에는 삼성화재가 운영하는 삼성자동차박물관 뒤편의 대형 창고에 보관돼 있다가 이 회장이 탈 때 스피드웨이로 옮겨진다. 하지만 이후 나무장벽 아래로 2.5m 높이의 진녹색 인공 가림막이 둘레를 에워싸면서 가림막 안의 레이싱장을 들여다보는 것은 금기시되었다. 삼성 “안전상 문제로 공사” 이건희 전 회장은 2008년 4월 22일 삼성의 모든 직위에서 사퇴한 이후 이곳 스피드웨이에서 자주 나타났다고 한다. 처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들르기 시작했다가 가을부터 거의 매일같이 찾은 적도 있다고 주변 관계자들은 말했다. 주변의 한 레이싱업체 관계자는 “일주일에 서너 번 정도 슈퍼카들이 스피드웨이로 갔다”고 말해 이건희 회장이 레이싱을 즐겼음을 알려주었다. 이곳의 안전공사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스피드웨이는 레이싱 경기장의 특성상 빠른 속도로 질주하는 경주용 차량들이 운행하는 곳”이라며 “2008년 말과 2009년에 걸쳐 일본 최고의 안전전문회사로부터 두 차례의 안전진단을 받은 결과 안전 수준이 선진국과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판정을 받고 지난해 레이싱대회를 전부 취소했다”고 해명했다. 또 “안전진단 결과 주행로 노면 침하와 발차 대기소, 피트 등 부대시설 균열 등의 문제점이 발견됐다”며 “이에 따라 지반 침하 관련 공사와 노후 부속 건물 4개동 철거, 주행로 부분 포장, 주행로 균열 크랙공사 등 안전에 관한 공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또 “안전진단 결과 문제가 있다고 해서 폐쇄했는데 만약 이런 상태에서 경기장을 열었다가 사고가 나면 문제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프로레이서들에게 해당되며 아마추어인 개인이 연습할 정도의 안전성은 되기 때문에 이 회장이 이용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 레이서는 “노면 침하가 있다면 어느 누구라도 이용할 수 있겠냐”며 의문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삼성 관계자는 “스피드웨이가 전면 보수 공사를 마치고 국제 규격의 레이싱 경기장으로 새로 태어나면 레이싱업계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 아니냐”고 반박했다.
이부진 사장 부임 후 확장공사 박차 한편 이부진 사장이 에버랜드로 자리를 옮긴 지 불과 한 달 만에 이 스피드웨이 등 모터파크 지역을 기존보다 2.2배 확장하기로 한 공사에 박차가 가해져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009년 7월 6일 에버랜드가 제출한 제 8차 도시계획변경인가 신청서에는 모터파크 지역 확장공사가 계획되지 않았으나 이부진 사장이 에버랜드로 취임한 후인 10월 28일 제출한 제 9차 도시계획변경 인가 신청에는 모터파크 지역을 39만6716평방미터나 확장하는 것으로 돼 있다. 뿐만 아니라 스피드웨이 확장공사 부지 가운데 이건희 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부지를 포함한 총 3만129평방미터의 토지를 에버랜드에 전액 무상 임대해 준 것으로 알려져 특혜의혹도 일고 있다. 특히 무상 임대해 준 부지 중 일부는 제 9차 도시계획변경인가 신청에 주제공원지역으로 분리되어 있던 곳이다. 과거 이곳은 주차장 부지였는데 조경작업이 진행되고 있던 중 모터파크 지역으로 편입됐다. 이 회장은 또 스피드웨이 확장 및 안전공사 대부분을 이부진 사장이 상사 부문 고문으로 있는 삼성물산이 수주하도록 했다. 원래 용인 에버랜드 스피드웨이 확장 및 안전공사는 올 12월 30일에 준공할 계획이었지만 이를 전면 수정해 오는 2015년 12월 30일까지 공사가 마무리될 계획이다. 따라서 이 보수 계획안을 두고 이 회장이 이부진 에버랜드 사장에게 이 사업추진을 허락해 특혜를 주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 한편 1월 24일 <시사코리아>와 통화한 에버랜드 관계자는 “스피드웨이 확장공사는 법적 절차를 밟아서 진행되고 있다. 이 회장의 무상임대 여부 및 발주 금액에 관한 사항은 개인적인 사안으로 확인이 어렵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세무조사 지금도… 일각에선 지난 번 국세청의 세무조사가 이 건을 조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국세청은 지난해 11월 15일 에버랜드에 대한 세무조사를 시작했다. 이 시기는 공교롭게도 이부진 사장이 취임한 이후 스피드웨이 사업을 추진하던 시기였다. 에버랜드측은 5년만에 실시되는 정기 세무조사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국세청이 대기업에 대한 탈세 관련 세무조사를 강화하고 있는 마당에 삼성 지배구조의 핵심 계열사라 할 수 있는 에버랜드에 대한 조사가 진행되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코리아>와 통화한 에버랜드 관계자는 “국세청에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안다. 하지만 피조사 기관으로서 국세청이 어떤 내용을 조사하고 있는지에 대해선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국세청 관계자도 “개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에 대한 조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 어떤 조사가 이뤄지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 없으며 조사결과는 올초쯤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에버랜드는 이건희 회장이 일찍이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전환사채 저가발행과 관련하여 경개연 등 시민단체의 비판속에 특검대상에까지 오른 바 있는 바로 그 계열사이다. 2009년에 경제개혁연대가 삼성에버랜드가 2008년 7월 11일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으로부터 969억여원원을 지급받고도 이를 소득으로 회계처리하지 않아 법인세를 탈루한 혐의가 있다며 국세청에 제보하기도 했다. 에버랜드는 이처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및 경영권 승계의 핵심축이라는 점에서 에버랜드를 둘러싼 국세청 조사 결과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희정 기자 penmoim@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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