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 연초를 둘러싸고 검찰과 법원에서 판결을 내린 두 개의 성폭력 사건이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해 끔찍한 성폭력 사건을 목도했던 사람들은 이번 법집행기관의 판결에 공분하고 있다. 해당 기관이 어떤 근거에서 결론을 내렸는지 <시사코리아>가 알아본다. 내 딸 강간한 죄인 검찰이 놔줬다 미성년자 성폭행해도 무죄 판결 딸 겁탈한 인면수심 죽마고우 금지옥엽 키운 딸이 끔찍한 경험을 당했지만, 법은 이를 심판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아버지의 주장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김모씨(49)는 지난 4일 서울 남부지검 홈페이지 '국민의 소리' 게시판에 '친구 딸을 성폭행한 파렴치범'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지난해 12월28일 불기소 처분을 내린 성폭행 사건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그 결과를 받아 드릴 수 없다”며 글을 시작한 김씨는 “온 나라가 성폭력 근절에 발 벗고 나서는 이때 어떻게 친구 딸을 성폭행한 가해자를 불기소 처분할 수 있는지 도대체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검찰의 판결을 비난했다. 김씨의 주장에 따르면 인면수심의 범인은 자신과 32년 지기인 고교 동창 A씨(49). 김씨는 A씨가 지난해 8월 자신의 딸 김모씨(23)에게 술을 먹여 취하게 한 뒤 한 오피스텔에서 성폭행했다고 주장했다. 딸 또한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자신이 술에 취해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A씨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반면 A씨는 두 사람의 주장을 반박하며 서로 관계를 합의한 ‘화간’이란 입장을 내세워 맞서고 있다. A씨는 김씨의 딸과 자연스런 분위기에서 술을 마셨고 성관계를 맺는 과정에서도 김씨가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나아가 A씨는 김씨가 돈을 노리고 일을 벌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A씨의 가족은 “그날 일 이후 김씨가 합의 명목으로 수억원을 요구하는 등 괴롭혀왔다”며 ”애초에 김씨의 목적은 돈이었다”고 말했다. 쌍방의 엇갈리는 주장 속에서 ‘검찰 시민 위원회’는 지난 해 12월 초 만장일치로 A씨의 손을 들어줬다. 시민 7명(남성 4명, 여성 3명)으로 구성된 시민위원회는 A씨의 오피스텔 복도와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화면 등을 근거로 A씨를 불기소하는 것이 옳다는 판단을 내렸다. 해당 CCTV에는 성관계를 맺은 A씨와 김씨의 딸이 엘리베이터 안에서 애정표현을 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다. 또 김씨의 딸은 사건 당일 새벽 2~6시 사이 휴대폰으로 7차례에 걸쳐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이용했다. 시민위원회는 상기 증거상황을 근거로 만취상태가 아니었다고 판단했고, 이를 참고한 검찰은 지난해 12월 28일 A씨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김씨는 검찰과 시민위원회의 결론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딸아이는 그날의 악몽으로 인해 지금도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1년이나 받았다”며 “절친한 친구의 딸을 강간한 것도 부족해 화간을 주장하는 사람에게 불기소라니 지나가는 소도 웃을 것”이라고 검찰을 비난했다. 이어 김씨는 “우리 가족 또한 아직은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이대로 묻어버리기에는 너무나 분하고 억울하기 때문에 파렴치범을 꼭 처벌할 것”이라고 심정을 밝혔다. 10대 성폭행한 20대도 무죄? 지난 해 수원지법은 12월 28일 12세 소녀에게 술을 먹여 인사불성으로 만든 후, 성폭행을 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20대 3명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유는 검찰이 특수준강간으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재판부는 “김양이 나이 어린 소녀이고 음주상태에 있던 사정은 인정하지만 심리적, 물리적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간음행위로 단정할 수 없어 무죄를 선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판부는 “피해소녀가 함께 있던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고 피고인들에게 성관계를 재촉했다는 증언이 있으며 성관계 후 피고인들에게 차비를 받은 점 등을 볼 때 항거불능상태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결의 근거를 밝혔다. 성폭력범죄 특례법 4조에 따르면, 특수준강간이 성립하려면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의 상태가 되어야만 적용이 가능하다. 해당 소녀가 성관계를 재촉하고, 당시 정황을 모두 기억하고 있는 점, 기타 증인의 진술 등을 고려하면 특수준강간이 성립될 수 없다. 특수준강간이 되기 위한 의도성, 강제성이란 점에서 그들은 죄가 없는 것이다. 그러나 처벌할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형법 305조에 의하면 13세 미만 미성년자와 관계를 맺은 사람은 과실범이나 동의와는 상관없이 관계만으로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일각에서는 해당 법(미성년자 의제강간)으로 기소를 했다면 처벌이 가능했을 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강간은 범죄 입증이 상당히 어려운 범죄에 해당한다. 이유는 여타 범죄와 달리 물적증거나 목격자 수집이 어렵기 때문. 적지 않은 경우는 정황증거나 당사자 진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피해자의 증언만 가지고 판결할 경우, 억울한 피해자를 만들 수도 있다. 마이클 잭슨이나 주병진씨 같은 경우 대표적 피해 사례이다. 강간죄는 여성의 성적 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법이다. 증인의 말처럼 해당 소녀가 성관계를 자의로 재촉한 경우, 13세 이상인 경우 강간죄를 완벽하게 적용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법은 사람을 위해 있다란 말을 지키려면 더욱 엄격하고 법리에 맞게 법을 해석해야 한다. 그것만이 억울한 사람을 보호하고 공정한 법정의를 세우는 길”이라고 해당 편결에 대한 아쉬움을 표시했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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