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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는 회사의 판매실적, 재무재표외에도 정치, 사회상황 등 수많는 변수에 의해 바뀐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보가 주가의 생명을 쥐고 있다. 때문에 월스트리트의 애널리스트들은 물론 노벨상을 탄 경제학자들도 쉽게 주가를 예측할 수 없다. 일반인들은 이러한 정보를 수집하고 포착하는 게 더 어려운 실정이다. 이 빈틈을 노리는 자들이 바로 작전세력이다. 새해에도 이 같은 작전세력이 주식시장 전방위에서 늘어날 것으로 예고돼 이에 대한 주의가 요구된다.
수백억원대 자금을 가진 작전세력이건 전문가를 사칭하는 전문 사기꾼이건 주가조작에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여론 장악’이다. 그들은 주식에 뛰어드는 일반인, 통칭 ‘개미’들의 약점을 궤뚫고 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개미’들의 주 약점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공신력과 전문성을 갖춘 최신의 정보를 접하기가 어렵다. 둘째 종목의 주요환경이나 이에 영향주는 정치, 경제, 사회적 상황을 사전포착해 분석하기 힘들다. 셋째 전문적인 분석이 다소 어렵고, 그로 인해 상대적으로 권위있는 사람들의 행동이나 말에 넘어가기 쉽다. 만일 당신이 이 세 가지 중 단 하나라도 속해있다면 당신은 언제든지 ‘작전세력’의 먹이감이 될 수 있다. ‘개미’들은 어떤 말을 믿는가 지난해 12월 31일 유성TSI(옛 유성금속)의 주가를 조작해 시세차익을 거두려는 ‘작전세력’에게 명의를 빌려준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이상업 전 국가정보원 2차장(63)을 불구속 기소되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차장은 2007년 9월 20일 지인 임모 씨에게 명의를 빌려줘 코스피 상장업체였던 이 회사의 주식 145만 7999주를 자신이 인수해 경영권을 취득한 것처럼 허위 공시하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과 국정원 요직을 거친 이 전 차장이 회사를 인수했다는 공시가 나오고 이 전 차장이 언론 인터뷰를 통해 신규 사업과 투자유치 방안을 밝히자 주가는 3만1900원까지 급등했다. 정부요직에 있던 사람이 샀다면 확실하다는 생각이 주가조작을 발생케 한 것이다. 인터넷까페 통한 주가조작 최근에는 인터넷까페를 통한 주가조작이 트렌드로 나섰다. 인터넷을 통해 주식을 하고, 정보를 수집하는 ‘개미’들의 습성을 포착한 것이다. 회사원 K(43)씨는 급등주를 선취한다는 까페에 가입했다가 곤욕을 치렀다. 유명 증권사 직원을 사칭한 ‘작전세력’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K씨는 호객꾼들의 너도나도 사자는 분위기에 휘말려 고민없이 사기꾼이 추천한 종목을 구입했다가 단 하루만에 500만원을 날렸다. 이와 같은 유사투자 전문가들은 인터넷 까페를 통해 종목상담이나 포트폴리오를 잡아주면서 사람들을 유혹한다. 심지어 고객의 돈을 미리 맡아 공매도를 통해 차익을 걷어 올리는 조직들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일부 전문가가 유사 투자자문사를 차려놓고 종목 추천 명목으로 일반 회원들에게 돈을 받아 챙기거나 주가조작을 일삼고 있다"며 "모니터링도 하기 힘든 미등록 업체들이 더 큰 문제"라고 말했다. 자신이 전문가란 환상을 키우기 위해 점쟁이나 다름없는 행동을 하는 작전세력들도 있다. 한 인터넷 증권방송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하던 한 꾼은 방송시작 전 유료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냈다. ‘오늘 내가 출연하는 방송에서 하라는 대로 하면 10% 이상 딴다.’ 그는 ‘사라, 팔아라’라는 구체적인 지시 대신 이상한 지시를 했다. 자신의 손동작을 잘 보라고 귀띔한 그는 입 가리고 기침을 할 때는 종목을 사고, 턱을 괼 때는 팔라는 식으로 지시를 보냈다. 점쟁이나 도박꾼들이나 할 법한 기괴한 지시지만 오히려 사람들은 더욱 집중해서 지시에 따랐다. 작전세력은 이러한 ‘연기’를 통해 사고 팔면서 주가를 올렸고, 상황을 모르는 일반 개미들은 그들의 조작에 휘말렸다. 시세조종까페 53곳 적발 보통 주가조작이라고 하면 작전세력들이 자금을 마련해 해당 주를 자기들끼리 사고 팔면서 주가를 올려 다른 사람들의 매매를 유도해 시세 차익을 남기는 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방법은 금감원에 걸리기 쉽다. 특정 소수 매매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거래를 하면 포착당하기 쉽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어떤 집단은 인터넷을 통해 지방의 지인들까지 동원, 지역과 인원을 달리하며 주식을 거래했지만, 상대적으로 수가 적고 거래액이 많아 덜미를 잡혔다.
반면 작전세력들이 인터넷 까페를 통해 불특정 다수를 조종, 주가조작을 일으키는 것은 상대적으로 포착하기 어렵다. 인터넷을 이용한 사기나 주가조작이 기승을 떨치자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29일 인터넷을 이용 시세조종을 한 커뮤니트 53곳을 적발했다. 송경철 금감원 부원장은 "시장에 유동성이 증가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고수익 추구 성향에 편승해 인터넷 주식카페 등을 통한 불법행위가 급증하고 있다"며 "불법행위로 인한 투자자 피해도 속출해 대비책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언론도 주가조작의 수단이 될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서울남부지검은 허위기사로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로 인터넷 매체 기자 12명을 조사, 조사 과정에서 인터넷 경제정보 매체 N사 소속 기자 장 아무개씨를 구속했다. 장씨는 조사 과정에서 장씨는 코스닥 상장업체 H사 직원의 부탁을 받고 해당 업체가 검토하지 않은 ‘신규 사업 진출’이나 ‘유상 증자 실시’ 같은 허위 기사를 작성·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 과정에서 4천만원을 수수받은 혐의도 제기됐다. 회사는 개인 비리일 뿐이지 회사 차원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해당 업체 IR 담당자는 “개인적으로 이득을 보기 위해 홍보 담당자가 기자와 짜고 주가 조작에 나선 것이지 회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회사 주장을 대로라면, 홍보 담당자가 사익을 위해 인터넷 매체 기자에게 금품을 제공하고 허위 기사를 작성해달라고 청탁했다는 것이다. 인터넷 매체는 경제 내지 투자 정보를 인터넷이나 홈트레이딩서비스(HTS)에 공급해 주가동향관련 정보나 뉴스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 허위 정보나 거짓 뉴스를 배포하면 단기적으로 주가를 조작할 수 있다. ‘작전세력’들은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언론, 인터넷 커뮤니티, 정치 사방에서 여론을 조작해 ‘개미’들을 노리고 있다. 이들의 수법에 통제당하지 않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의 경험과 지식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길 뿐이다.
고승주 기자 gandhi55@sisakorea.kr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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