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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와신상담 LG의 IT 혁신 도전기

LG 스마트폰 잃어버린 1년 되찾기…절치부심 전략은

고승주 기자 | 기사입력 2011/01/03 [10:20]

집중조명/와신상담 LG의 IT 혁신 도전기

LG 스마트폰 잃어버린 1년 되찾기…절치부심 전략은

고승주 기자 | 입력 : 2011/01/03 [10:20]
 

▲     © 운영자
 2010년 초 자신있게 스마트폰 업계로 뛰어든 삼성과 LG는 쓰라린 참패를 겪었다. 한국은 외국과 달리 스마트폰의 역사가 없다. 외국은 20년 전 첫 발명, 2000년대 들어 스마트 폰의 초기형이라고 할 수 있는 PDA폰이 보급되고 점진적인 개선과 보수를 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한국은 산업/업무용으로 소수 보급되었을 뿐이다. 참패의 가장 치명적인 원인은 중요한 때에 통신사와 기기업체가 올바른 결정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아이폰 초기형이 발표된 것은 2007년 6월 말. 한국의 통신규격과 맞지 않은 탓에 큰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 애플이 신참인 탓도 있었다. 그래서 2008년 한국의 통신규격과 맞는 3G방식의 아이폰이 해외에서 발매되었을 때도 한국 기업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국내 사용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2009년 Wi-Fi 의무탑재 규정이 풀려 노키아, 모토로라, RIM, 애플사의 스마트폰이 연이어 출시되자 겨우 국내 기업들의 발동이 걸렸다.

통신망 또한 걸림돌이었다. 스마트폰의 강점은 언제 어디서나 개인사용자가 온라인 환경을 구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이전, 한국의 휴대폰 통신 요금은 과거 전화선 모뎀만큼이나 비쌌다. 사용자들은 스마트 폰에 탑재된 무선랜을 이용, 가급적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Wi-Fi방식을 쓰려 했다. 그러자 통신사들은 기존의 휴대폰은 물론, 스마트폰에서 무선랜기능을 빼버리는 악수를 두었다. 통신사의 눈먼 배채우기가 한국 스마트폰의 싹을 짓밟아 버린 것이다. 2009년 외산 스마트폰이 수입되자 그제서야 거의 모든 스마트 폰에 Wi-Fi를 탑재했다. 역시 늦은 대처였다.


 LG의 주력 스마트폰은?

 늦었다고 안 할 수는 없다. 스마트 폰 시장에 회장들이 나섰다. 삼성의 이건희 회장은 경영 일선에 복귀하자마자 아이폰 4가 출시된 2010년 6월에 갤럭시 S의 출시를 명했다. 그리고 G20 정상회담 동안에는 세계정상들에게 갤럭시 S와 갤럭시 탭을 증정했다. 미국시장에서는 미국내 4대 통신사와 손잡아 인프라를 구축하고, 실속있는 가격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독자 OS인 바다의 개발은 소프트웨어나 콘텐츠 쪽에도 무게를 싣고 있다는 평가이다. 삼성은 2010년 추운 봄, 여름, 가을을 보냈지만, 갤럭시 S로 어느 정도 회생을 하고 있다.

LG 구본무 회장은 더하면 더했다. 구본무 회장은 지난 2007년 혁신을 위해 영입했던 외국 경영진들을 가차없이 해임시켰다. 이유는 실적부진. LG는 2008년과 2009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린 반면, 2010년 1~9월 영업이익은 작년과 대비 83% 급감, 3분기에는 적자, 스마트폰 실적에서 팬택에 밀려 3위로 밀려나는 수모를 겪었다. 2010년 10월 구본준 부회장이 스마트폰 일선을 담당하면서 한 말이 당시의 절박함을 보여준다. “지금 스마트폰은 일개 사업부의 문제가 아니다. 회사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갤럭시S, 아이폰을 잡을 스마트폰을 만들라.” 그러나 LG에는 주력이 될 만한 스마트폰이 없었다. 당시 대세는 갤럭시 S, 아이폰 4, 디자이어HD 등 고성능. 바로 그들과 맞설 수 없었던 LG는 그 반대에 칩을 걸기로 했다. 기존 국내 휴대폰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을 기피한 건 가격 때문이었다. LG의 ‘옵티머스 원’은 성능을 희생했지만 파격적 가격경쟁력과 스머프 목소리로 바꿔주는 어플 등 눈에 띄는 이색마케팅으로 승부를 걸었다.


 ‘싸고, 특이하고, 쉬운’ 마케팅 박차 

 LG는 ‘싸고, 특이하고, 쉬운’이란 삼박자로 시장을 사로잡았고, ‘옵티머스 원’은 출시 40일 만에 세계 판매량 100만대, LG 휴대폰 사상 최단기간 최대판매를 이룩한 전설이 되었다. 그야말로 기사회생이었다. LG는 한국 최초 구글 진저브래드 업그레이드, 공격적 PPL 마케팅을 펼치며 옵티머스 원을 반격의 중심에 두고 있다.

LG를 회생의 기점으로 올려둔 옵티머스 원이지만, 그것은 다 죽어가는 사람의 심장을 다시 뛰게 한 것에 불과했다. 그것은 세계 시장의 특성과도 관련이 있다. 회사에서 벗어나면 근무 끝인 한국과 달리 북미와 유럽은 출‧퇴근이 자유로운 대신, 회사 문을 나가도 근무해야 하는 경우가 일상처럼 되어 있다. 북미나 유럽의 적지 않은 사용자들은 스마트폰을 생활용이 아닌 업무용으로 구입했다. 상대적으로 저사양인 옵티머스 원은 라이트 유저나 한국 시장에는 통할 수 있어도 유럽, 북미시장을 석권하기는 부족한 것. 범용성과 실용성이 좋고, 속도를 중시한 옵티머스 마하가 나왔지만, 경쟁 대상인 갤럭시 S, 아이폰 4에 비해 딱히 차별점이라고 할 점은 없었다.


 옵티머스원 유럽‧북미시장 석권 난제

 2011년 1월에 출시예정인 옵티머스 2X. 구본준 부회장이 부임하면서 역점을 두었던 ‘LG의 총 역량을 동원한 스마트 폰’이 곧 나온다. 옵티머스 2X는 ‘세계최초의 듀얼코어 CPU’를 도입했고, 발매 전 유출된 성능정보에 따르면 타사의 주력모델인 갤럭시 S, 아이폰 4와 현격한 성능차이를 낸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LG의 기기성능은 순식간에 독보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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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스마트폰의 또 하나의 전환점은 통신에 있다. LG 통신망(과거 LGT)은 값싼 요금제가 장점이었지만, 확장성이 약한 LG는 번번히 고배를 강요당해야 했다. 이유는 LG만이 사용하는 독자적 휴대폰 주파수 때문. LG는 과거를 깨끗이 잊고 세계 최대의 ACN(AP Centric Network)망 구축으로 국내시장 점령에 나섰다. 현재의 주력 통신망은 3G지만, ACN망으로 보다 훨씬 빠른 LTE(현재 100mb 유선랜 급)를 선점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LG는 2010년 중반 유플러스 가입자들에게 무선랜 공유기 임대 서비스인 Wi-Fi 100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가입자들은 ACN에 동의하면 100메가 무선 인터넷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LG는 이 망을 연동, 통합 관리하여 남는 자원으로 무선랜망을 형성, LG만의 유플러스 존으로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ACN망 구축으로 국내시장 점령 나서

 ACN 탓에 속도가 저하되거나 보안이 취약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사용하고 남는 양만을 Wi-Fi망으로 사용하고, 공유기의 성능이 뛰어난 탓에 속도 손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평가이다. 보안도 이중의 암호체계로 대비했다. 덕분에 유플러스 가입자의 수는 20만을 넘었다. 이것이 정말 실현된다면 LG의 장담대로 국내 최대의 초고속 인터넷네트워크 망을 보유하게 된다. 타 통신사들의 3G 무제한, 쓰기 불편한 Wi-Fi존, 기존 3G를 보완, 빨라야 21Mbps 나오는 HSPA에 비하면 실로 압도적인 공격력이다.

이에 LG의 총책임자이자 신중하기로 소문난 구본무 회장도 칼을 빼들었다. LG는 이미 구본무 회장에 의해 경영진이 대거 물갈이된 전적이 있다. 구본무 회장은 2010년 말 부서를 통폐합하여 조직을 정비하고, 2011년에는 사상최대 156조원의 매출계획을 수립했다. 전년도인 2010년 매출이 141조원과 대비 15조원이나 늘어난 엄청난 계획이다. 해외매출도 전년도 905억달러 보다 19%증가한 1073억달러로 증가시킬 계획이다. 새해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21조원의 과감한 선행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소프트웨어 약점 보완한다

 LG는 새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선행투자로 통신망과 기기 양면에서 시장을 좁혀 가고 있다. 국내에서라면 삼성과 SKT, KT도 제칠 기세다. 하지만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LG는 이제 막 시장에 들어온 신참내기나 다름없다. 해외 시장은 인프라와 자원, 시장특성이 한국과 전혀 다르다. LG의 주력방침인 ‘최고의 하드웨어’ 또한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소프트웨어다. 초반 업계의 소프트웨어 사정은 매우 폐쇄적이었다. 애플이 독자적인 iOS와 앱스토어를 내놓은 것처럼 각 기업들은 일부러 폐쇄적인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국제 표준이 되기 위한 노림수였다. 구글의 오픈 소스의 OS 안드로이드는 스마트폰 소프트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애플의 앱스토어의 경우 이익배분이 개발자가 7에 애플이 3인데, 구글은 개발자가 7, 이동통신가 3을 가진다. ‘OS를 점령하는 기업이 스마트폰의 미래를 지배한다’는 선견지명에서 나온 결단이었다. 결과는 혁명이었다. 각 나라의 점유율 1위 통신사들이 앞다투어 구글과 계약을 해버렸다. 한편 심비안은 세계 점유율 1위의 OS이다. 업무용으로 뛰어는 효율성을 가진 OS로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쓴다는 것으로 유명하다. 삼성도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인식, OS 바다를 개발했다. 하지만 LG는 기기 성능에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콘텐츠 승부는 '필수'

 현재 스마트폰 업계의 모습은 90년대 후반 게임기 시장의 모습과 비슷하다. 성능만 고집한 기업, 새로운 시도와 기업 내 자원만 믿었던 기업, 개발자들이 쉽게 뛰어 들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한 기업, 각각의 기업들이 신 시장의 선점을 향해 뛰었다.

승리는 다름 아닌 개발자에게 좋은 환경을 제공한 기업이었다. 기기의 성공은 성능이 아니라 콘텐츠란 것 인식시켜 준 사례였다. 애플은 가장 뛰어난 성능의 콘텐츠, 심비안은 가장 실용적인 콘텐츠, 구글은 자사가 가진 압도적인 양의 콘텐츠가 있다. 새로운 다크호스 마이크로 소프트의 윈도우폰은 자사의 Xbox, MS오피스등 막강한 콘텐츠들과 연동된다. 윈도우폰은 아직 검증되지 못했지만, Xbox의 키넥트(동작 인식 기기)를 개발한 기술력으로 윈도우폰과 연동, 새로운 게임콘텐츠를 만들거나, 증강현실을 구현할 수 있는 무서운 잠재력과 노하우를 가졌다.

LG가 국내에서 머문다면 이야기가 조금 다르겠지만, 해외시장점유도 목표로 한만큼 잊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콘텐츠는 기기의 성능이자 수명이다. 눈 앞의 이득에 급급했던 과거 국내 통신사들, 기기 성능에만 매달리고 신제품이 나오면 기존 제품을 무시한 기기업체들. 이제 그들이 누누이 외치던 글로벌 마켓에서 칼은 뽑혔다. 승리도 패배도 현명한 선택에 달렸다.
 









▲     © 구본준 부회장

 
 
 

 
 
 
 
 
 
 
 
 
 
 
 
 
 
 
 
 
 
 
 
 
 
 
 
 
 
 
 
 
 
 
 
 

 
 
 
 
고승주 기자 <real-folk-blues@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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