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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대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맹인섭 기자 | 기사입력 2014/01/15 [09:17]

[특별 대담]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맹인섭 기자 | 입력 : 2014/01/15 [09:17]


“협동조합 열기는 
 사회 변화에 대한 국민적 열망의 증거” 
 철도 등 민영화 맹신주의 버려야… 협동조합 시스템으로 투명성 제고를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 약력
· 서울대 정치학과 졸업
·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정치학 박사
· 한국기독교사회문제연구원장
· 서강대 정치학과 교수
· 1996~2002년 경기도 광명 제 14대, 15대, 16대 국회의원
· 1996~1997년 보건복지부 장관
· 2002년 민선 3기 경기도지사
· 2008년 대통합민주신당 대표, 통합민주당 공동대표
· 2010년 민주당 대표
· 2011년 경기도 성남시분당구을 국회의원
· 2011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 저서 : 『진보적 자유주의의 길』, 『저녁이 있는 삶』 등
 
 
 

대담
박철원(아젠다 편집인)
    일시
2013년 12월 24일 오후 2시 30분

    장소 동아시아미래재단 사무실』

 
박철원 :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주년을 맞아, 이 법을 처음 발의하신 분으로서 남다른 감회가 있으실 걸로 생각됩니다.
 
손학규 : 「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든 게 불과 1년밖에 안 되었는데, 그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협동조합에 대한 관심과 이해가 대단히 높아졌습니다. 아직은 충분히 검증이 됐다고 보긴 어렵지만, 협동조합이 대안 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거라는 희망과 기대가 대단히 높아졌고, 실제로 전국적으로 3천 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됐습니다. 이 법을 발의하고 제정한 사람으로서 이 점을 대단히 뜻 깊게 생각하며, 커다란 보람을 느낍니다.
 
박철원 :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협동조합기본법」을 발의하시게 되었는지 소개해 주십시오.
 
손학규 : 제가 2010년경부터 자문교수단 분들과 약 2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거의 빠짐없이 모여서 공부를 했습니다. 그 커리큘럼 중에 한국협동조합연구소 김기태 소장의 협동조합 강의가 2012년 봄인가에 있었는데, 그 얘기가 제 머릿속에 쏙 들어왔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이렇게 심각한 왜곡과 불균형 상태로 있는데, 협동조합이 뭔가 대안이 될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한 것입니다.
 


협동조합, 경제 양극화 해소의 길
그런 생각이 가능했던 것은, 제가 70년대 유신 시절에 원주에서 지학순 주교와 장일순 선생의 도움을 받았던 인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화운동과 인권운동을 하다가 ‘선교자금 사건’으로 수배를 받고 원주에서 6개월 정도 피신을 했었는데, 거기서 장일순 선생으로부터 보호를 받으면서 협동조합의 원리와 정신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거든요. 그분들의 오래된 가르침이 오늘날의 현실과 오버랩되면서 협동조합의 가능성에 주목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렇게 협동조합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하는 과정에서, 오늘날 우리나라 현실에 협동조합 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하게 된 것이고, 당시 서울대학교 최영찬 교수와 서강대학교 김용진 교수, 명지대학교 이종훈 교수, 그리고 손낙구 보좌관 등과 함께 2012년 여름휴가를 반납한 채 법안을 준비했습니다. 당시 여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도 법안을 준비했는데, 그 세 가지 법안의 단일수정안을 마련해서 그 해 2012년 정기국회에서 법이 통과되게 되었던 것입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워낙 신속하게 통과되어서, 심지어 협동조합 활동가들 사이에서도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습니다. 그만큼 법안에 미비한 점도 있었고, 시행착오가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렇게라도 통과가 되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협동조합 활성화 시대가 가능했던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은 앞으로 보완해가면 될 것이고, 그렇게 되기를 바랍니다.
 
사실, 법안이 그해 여름에 준비해서 그해 정기국회에서 바로 통과되기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협동조합기본법」이 그렇게 빨리 통과될 수 있었던 데에는 법안을 발의한 제가 당시 민주당 대표로 있었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당시 여당과 정부 관계자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쉽지 않았을 일입니다. 이에 대해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박철원 : 법안상의 미비점을 말씀하셨는데, 앞으로 「협동조합기본법」을 보완한다면 어떤 점이 개정되어야 하리라고 보십니까?
 
손학규 : 현행 「협동조합기본법」에는 금융 부분이 빠져 있습니다. 협동조합 활동을 하는 데 금융이 없어서는 안 되지만, 협동조합이 전반적으로 초기여서 금융의 공공성을 담보하기에는 무리라는 지적이 있었기에 배제가 된 것이었습니다. 최근 이곳저곳에서 ‘사회적 금융’에 관한 고민들이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요, 이 부분이 빨리 법에 반영이 돼서 협동조합 등에 자금지원을 원활히 할 수 있도록 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박철원 : 「협동조합기본법」 시행 1년 만에 3천 개가 넘는 협동조합이 설립된 건 전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일인데요, 이러한 외형상의 성과 외에, 내용상의 변화랄까 성과가 있다면 어떤 것을 들 수 있을까요? 
 
손학규 : 그렇습니다. 매일 10개 가까운 협동조합이 새로 설립됐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만큼 협동조합에 대한 잠재적인 요구가 매우 컸었다는 얘긴데요, 이를 뒤집어서 보면 그만큼 우리 사회의 경제적인 불균형이 심각했고, 경제적 약자들이 기댈 곳이 없었다는 의미도 된다고 봅니다.

소비자협동조합이든 생산자협동조합이든, 사회적 약자들이 스스로 자조와 자립의 정신을 통해 스스로 일어설 수 있는 길을 찾는 분위기가 폭넓게 형성되고 있다는 점이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영세 자영업자들이 대기업의 위세에 눌려 제 길을 찾지 못하다가 협동조합을 통해서 서로가 뭉치고 또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지금처럼 양극화와 불균형의 폐해가 극심한 상황에서 우리 경제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철원 : 사회 구조와 시스템에서의 변화 가능성뿐 아니라, 사람들의 의식 수준도 조금씩 바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협동조합 열기는 변화의 열망
손학규 : 그럼요. 수년 전부터 우리 사회의 화두 중의 하나가 ‘공정한 사회’, ‘정의로운 사회’ 아닙니까? 우리가 압축적인 경제성장을 통해서 커다란 발전을 이루긴 했지만, 부의 편중으로 인해 사회적 격차가 심해지고, 약자들은 오히려 점점 더 기회를 잃어가고 있는데, 이것이 뭔가 공정하지 못하다, 정의롭지 못하다는 인식으로 이어지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나타나는 오늘날의 이 협동조합의 열기는 오늘날 근본적인 사회 변화를 바라는 국민적인 열망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철원 : 독일에 유학하시면서 유럽의 여러 나라들을 둘러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에 소개하고 싶은 협동조합의 움직임이나 사례 같은 것이 있으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손학규 : 이탈리아 볼로냐에 갔을 때 제가 놀란 것이, 그곳 지역 경제의 약 30퍼센트 정도가 협동조합 경제라는 거였습니다. 그만큼 협동조합이 활성화되어 있었고, 사회 각 분야에서 탄탄한 뿌리를 내리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의 일상생활 속에 협동조합이 살아 숨쉬고 있었습니다.
 
이탈리아 뿐 아니라 스페인 같은 경우도 협동조합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 지역은 유럽의 경제위기 속에서도 큰 곤란을 겪지 않고 고용의 유지와 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독일의 경우에도, 제가 머물던 지역에 주택협동조합이 있었는데, 이 협동조합이 지역의 주택시장의 안정과 주거생활의 안정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또 독일은 국가 시책에 의해 대체에너지 분야가 눈에 띄게 발전하고 있었는데, 그 중 많은 부분들이 협동조합에 의해서 구성되고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독일 북부의 슐레스비히 홀스타인(Schleswig-Holstein) 주의 북(北)프리스란트(Nordfriesland)에 가면 디르크스호프(Dirkshof)라고 하는 풍력발전협동조합 기업이 있습니다. 이 조합은 그 마을의 250가구가 100% 참여한 협동조합 기업이에요. 풍력발전기로 생산한 전기를 외부에 팔고 있는데, 협동조합으로 에너지 문제도 해결하고 마을의 소득도 올리고 있는 지혜가 놀라웠습니다.
 
 

민영화 맹신은 위험… 협동조합 시스템 고려해볼만
박철원 : 오늘날 협동조합을 필두로 한 사회적 경제가 대안 경제의 한 축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정부에 조언을 하신다면 어떤 조언을 하시겠습니까? 
 
손학규 : 오늘날 경제와 사회의 세계적인 흐름이나 추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고 경제성장의 과실(果實)을 국민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래야 사회통합도 이루고 경제성장도 지속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민영화 만능주의에 빠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국영기업 혹은 공기업을 민영화해야만 성과와 효율이 좋아진다는 맹신을 가진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런 발상은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것입니다. 인천공항을 보더라도, 현재 세계 제1의 공항으로 인정을 받을 만큼 운영이 잘 되는 공기업인데, 이걸 굳이 민영화할 이유가 어디 있습니까?

독일의 경우 오히려 민영화의 폐단이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합니다만, 독일 철도가 민영화된 이후로 현저하게 효율이 떨어져 서비스가 오히려 엉망이 됐습니다. 1시간 연착은 보통일 정도입니다.

저는 국영기업이나 공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법 중의 하나로 협동조합 시스템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민주적인 기업 경영을 통해 그 성과도 함께 나누고, 그러면서 책임도 함께 지는 그런 방식 말입니다. 그 방식이 기업의 능률이나 효율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봅니다. 사회정의와 경제적 효율성은 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입니다. 그런 인식을 정부가 가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철원 : 이 기회에 협동조합과 사회적 경제를 발전시키기 위해 애쓰고 계시는 ‘전국 사회연대경제 지방정부협의회’나 ‘전국 사회적경제 지방의원협의회’ 분들께 격려의 말씀 한 마디 해주시기 바랍니다.
손학규 : 지방자치단체나 지방의회에서 커뮤니티 비즈니스를 통해 마을기업이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를 도모하고 개척해 나가시는 부분은 대단히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일을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또 주민들의 소득도 높이고 지역의 취약한 경제 기반을 다져나가는 것이야말로 오늘날 가장 올바른 지방자치 활동의 하나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말씀하신 지방정부협의회를 이끌고 계시는 임정엽 완주군수를 제가 개인적으로도 잘 알지만, 완주군의 사례는 대단히 훌륭한 사례가 아닐 수 없습니다. 특히 주민들이 가지고 있던 능력을 잘 발굴해내고 그것을 지역의 생생한 순환경제로 연결해내는 탁월한 행정력은 정말 존경스럽기까지 합니다. 게다가 그것을 관(官) 주도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스스로 나아갈 수 있도록 환경만 만들어주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티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공동체의 새 살이 돋아나고 있고, 그 속에서 농민들이 스스로 자긍심을 되찾아가고 있다고 하니, 얼마나 훌륭한 일입니까. 앞으로 그런 사례들이 더 많이 만들어지고, 더 널리 전파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박철원 : 협동조합이 많이 설립되기는 했지만, 아직 태동기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좋은 수익모델을 가지고 힘 있게 뻗어나가는 협동조합은 사실 드뭅니다. 오늘도 악전고투하고 있는 전국의 협동조합인들에게 격려의 한 말씀 부탁합니다.
 



 
협동과 교육으로 협동조합의 길 만들어야
손학규 : 협동조합의 무기는 다른 거 없습니다. 협동입니다. 조합원들끼리 협동하고, 조합과 조합끼리 협동해야 합니다. 협동조합이 서로 돕고 연대할 때, 분명히 길은 나타날 것이라고 봅니다. 스스로 주인이 되고, 스스로 서겠다는 의지를 가져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꼭 필요한 게 교육입니다. 경쟁 위주, 강자 독식의 문화 속에서 협동의 문화를 갖기가 쉽지 않습니다. 스스로 교육하고, 서로 교육해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강해지고, 협동이 이루어질 것입니다.
 
박철원 : 긴 시간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끝으로, <월간 아젠다>와 삶의출판협동조합을 위해 조언 한 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손학규 : 말 그대로 협동조합에 의한, 협동조합을 위한, 협동조합의 잡지라고 할 수 있는 <월간 아젠다>에 「협동조합기본법」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 제가 오히려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 ‘자치와 협동’을 기치로 하는 수준 높은 월간지를 창간하고 발간하는 용기가 참으로 훌륭합니다. 경제민주화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복무한다 생각하시고, 더욱 분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조합원들의 지혜와 능력을 모으면서 함께 어깨를 겯고 나아가다 보면 없던 길도 보이지 않겠습니까? 뒷세대를 위해서 새 길을 만든다는 자부심으로 일을 해나가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mis728@sisakorea.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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