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14일)부터 시작되는 2013국정감사에 여야는 저마다 전략을 수립, 효율적인 국감을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이번 국감은 국정감사 대상기관이 630개로, 피감기관이 600개를 넘긴 것은 1988년 국감이 부활된 이후 25년 만에 처음 있는 일로 가히 '메머드급 국감'이라 할 수 있다.
먼저 새누리당은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미이관 논란으로 정국의 주도권을 다시 잡은 상황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민생 국감'이라는 방패로 난국을 넘어가겠다는 전략이며, 더불어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책을 제대로 알리기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야권의 앞마당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국감을 통해 빼앗겼던 정국 주도권 회복은 물론 박근혜 정부의 국정실패와 난맥상을 조목조목 지적하는 한편 민생을 챙기는 대안적 비판자의 모습을 부각시키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새누리, '정책 국감' 정면승부
새누리당은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첫 국정감사에서 '경제 살리기를 위한 민생 국감'에 무게중심을 둔다는 방침이다.
특히 기초연금 공약 수정 등 대선 공약 파기 논란과 국정원 개혁 등 민주당의 파상공세를 정면 돌파하면서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는 '정책 국감'으로 맞서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최근 의원총회에서 "정기국회의 3대 원칙은 민생, 경제 활성화, 서민 생활 안정"이라며 "새누리당은 야당의 무책임한 정치 공세와 정쟁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하면서도 주요 민생현안과 정책에 대해서는 국민 공감대를 형성하고 설득하는 소통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기현 정책위의장 역시 "이번 국감에서 야당은 무책임한 정치공세에 사활을 걸고 근거 없는 정책이슈 공세를 아주 심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감 기간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고, 국감이 본래의 취지에 맞게 민생국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45일간 장외투쟁을 벌였던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전격 원내 복귀를 선언했지만 국정원 개혁은 물론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등의 정치 이슈가 해소되지 않은 상태다. 더욱이 복지 공약 이행을 위한 재원 마련, 전·월세 및 부동산 대책 등 민생 현안도 켜켜이 쌓여 있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마냥 정부 감싸기나 수비 모드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기초연금은 물론 무상보육과 4대 중증질환 국가 보장 등 현안은 내년 지방선거까지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이슈인 만큼 경제상황을 적극적으로 설명하면서 대선 공약의 단계적 이행 방침 등을 조목조목 설명키로 했다.
특히 새누리당은 민주당도 '정쟁'이 아닌 '민생'을 내세운 만큼 실질적으로 민생 법안 처리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외국인투자촉진법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대표적이다.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지금 통과되지 못한 민생 법안들이 수십개 있다. 시급한 민생 법안 통과 없이 어떻게 민생을 논할 수 있느냐"며 "민주당은 의지를 갖고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 대국민 약속을 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김학용 정책위 부의장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차분하게 민주당의 공세에 대응하면서 국감 본연의 임무인 정책 국감이 되도록 하겠다"며 "터무니 없고 사실과 다른 사안에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민주, 국감 승부수 민생살리기-朴정권비판
민주당은 임전무퇴(臨戰無退)의 마음가짐으로 이번 국감에 나설 모양새다. 국회로 복귀한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정부의 실정을 강하게 비판하는 등 야당의 매운 맛을 보여주겠다며 단단히 벼르고 있다. '민생을 챙기는 수권정당'의 모습을 분명하게 보여주겠다는 각오도 다졌다.
이를 위해 국회를 '정쟁 대 민생'의 대결로 규정하고 민주주의 회복에 '민생전쟁'까지 승리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전·현정부의 국정실패와 국정난맥상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제1야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킨다는 전략이다. 특히 2007년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등을 활용한 정쟁유발 행위는 차단, '비판적 대안자'로서의 위상을 정립하고자 한다.
민주당은 우선 이명박 정부의 지난 5년간 국정실패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공략할 계획이다. 박근혜 대통령 취임 7개월간의 국정난맥상도 지적한다. 복지공약 후퇴는 물론 인사난맥상, 경제민주화 문제, 국가정보원 등 권력기관 개혁, 4대강 원전비리, 전력대란, 언론장악, 교과서 왜곡 문제 등 총체적인 부실에 대해 칼같이 평가를 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민생살리기도 이번 국감에서의 주요 전략중에 하나다. 민주당은 을(乙)살리기 법안, 전월세 문제, 세제개편안 등 민생현안을 전면에 내세워 여당과의 일전을 치르겠다는 각오다.
민주당은 국감에서 경제민주화, 산업재해, 간접고용, 일감몰아주기 등 상임위별로 다룰 이슈가 많아지면서 이와 관련된 증인들을 반드시 출석시켜 송곳 질문을 하겠다고 칼을 갈고 있다.
김한길 대표는 "국감을 포함한 이번 정기국회는 정쟁 대 민생의 대결"이라며 "서민과 중산층 살리기에 매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피감기관 630개, '거물급' 증인 다수 매머드 국감
국회가 지난 10일 본회의에서 의결한 국정감사 대상기관은 630개다. 피감기관이 600개를 넘긴 것은 1988년 국감이 부활된 이후 25년 만에 처음이다.
총 16개 국회 상임위원회 중 겸임상임위인 운영위와 정보위, 여성가족위 등 3개를 제외하면 국감기간 20일 중 주말을 제외한 15일 동안 상임위는 1개당 50여개, 하루 평균 3~4개 기관을 감사해야 하는 셈이다. '부실국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국감 대상기관 수는 해마다 늘어났다. 1997년까지만 해도 피감기관 수는 300개 미만이었지만 1998년 329개, 2001년 402개, 2010년 516개로 급속히 증가했다.
상임위별로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의 피감기관이 104개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법제사법위원회(70개), 산업통상자원위원회와 환경노동위원회(53개), 국방위원회(52개) 순으로 집계됐다.
거물급 증인도 무더기로 채택됐다. 특히 삼성, 현대차, SK, LG 등 주요 그룹 경영자를 비롯한 기업인 숫자는 현재까지 200명에 육박해 역대 최대 규모다. 증인 4명 중 3명이 기업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재계에서는 이에 대해 '기업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현재 가장 많은 기업인들을 증인으로 채택한 정무위는 탈세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김용덕 효성캐피탈 이사, 동양그룹 법정관리 사태의 책임자인 이혜경 동양그룹 부회장과 김철 동양네트웍스 대표이사 등을 불렀다.
정무위는 그러나 일정 등을 이유로 참석 불가를 알려온 박봉균 SK에너지 대표와 권오갑 현대오일뱅크 대표,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 김정주 넥슨코리아 회장 등에 대해서는 증인 채택을 철회하고 다른 관계자로 대체했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은 조달청 입찰 담합과 관련, 실무진을 먼저 부른 뒤 미진할 경우 31일 종합감사 때 부르기로 조정됐다.
무더기 증인 채택은 많은 증인들이 하루 종일 대기만 하다가 질문도 못 받고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호통국감'을 위한 들러리용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정무위는 이 같은 우려에 따라 증인 출석시간을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로 늦추고 질의자가 없을 경우 조기 귀가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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