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25·대한항공)이 2012~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 이상화(24·서울시청)에 대한 부러움을 드러냈다. 장거리 전문 선수인 이승훈이 이상화의 기록이나 세계신기록 작성을 부러워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가 이상화에게 부러워하는 것은 경쟁자가 있다는 것이었다. 이승훈은 22일 서울 노원구 공릉동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2013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 미디어데이에서 "(이)상화가 너무 부럽다. 누군가를 따라서 스케이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부럽다"고 말했다. 이상화도 국내 무대에 딱히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단거리 전문의 남자 선수들이 있다. 이상화는 자신보다 기록이 좋을 수밖에 없는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실제로 이상화는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다보면 기량도 좋아지고 속도도 빨라지는 것 같다. 남자 선수들과 훈련하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며 "남자 선수들과의 훈련이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국제 무대에서도 정상급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고 있는 이승훈이 이상화에게 부러운 것은 이런 것이었다. 이승훈은 "상화는 자신보다 빠르고 실력있는 남자 선수들과 훈련을 한다. 훈련이 즐거워 보인다"며 "눈에 보이는 선수가 있기 때문에 쫓아가기 위해 훈련에 몰입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도 경쟁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는 네덜란드 선수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부러움을 내비쳤다. 이승훈은 "네덜란드 선수들은 뛰어난 선수들끼리 경쟁하면서 치열하게 연습한다"며 "그런데 저는 누군가를 보고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냥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앞만 보고 묵묵히 달리겠다"고 전했다. 2011~2012시즌 부진을 면치 못했던 이승훈은 올 시즌 월드컵대회에서도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었다. 올 시즌 이승훈의 5000m 월드컵 랭킹은 5위다. 나쁘지는 않지만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 남자 5000m와 1만m에서 은메달과 금메달을 땄던 그가 완전히 부활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성적이다. 지난 시즌 부진 탓에 올 시즌 월드컵 1차 대회 5000m 디비전B에서 시즌을 시작한 이승훈은 당시 1위에 올라 2차 대회부터는 디비전A에서 뛰었다. 1차 대회 5000m에서 5위에 그쳤던 이승훈은 3차 대회 1만m에서 3위에 오르며 살아나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달초 독일 인첼에서 열린 7차 대회 5000m에서는 8위에 머물렀다. 이승훈은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마친 뒤 스케이트날과 구두를 바꾸는 등 많은 변화를 줬다. 코너에서 장점을 살리기 위해 하던 쇼트트랙 훈련을 줄이고 파워를 키우기 위해 웨이트트레이닝을 늘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승훈은 자신의 장점을 살리고 기본에 충실하면서 3월21일부터 24일까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세계종목별선수권대회와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승훈은 "내년에 잘하려고 올 시즌 쉬어가는 것이었다고 생각한다. 밴쿠버 이후 변화를 많이 줬는데 원점으로 돌아가 제 장점을 살리는 쇼트트랙 훈련을 많이 하려고 한다"며 "이외에도 기본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시즌보다 올 시즌이 나아졌다고 생각한다. 발판이 마련됐다는 생각"이라고 말한 이승훈은 "밴쿠버동계올림픽 전에 월드컵 랭킹이 9위였다. 지금은 5000m 월드컵 랭킹이 5위다"며 "밴쿠버동계올림픽을 앞뒀을 때보다는 유리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네덜란드 선수들의 기량이 점차 좋아져 제자리에 있는 느낌이 든다는 이승훈은 "그것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차원이 다른, 강도높은 훈련을 해야할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제 장점이 코너에서 다른 선수들보다 수월하게, 빠르게 가는 것인데 그것을 살려야 네덜란드 선수들을 제칠 수 있다"며 "보완하면 더 나아질 것"이라고 자신감도 보였다. 이승훈은 경기 결과에 집착하지 않겠다면서 "몸 상태가 좋다고 경기 결과가 잘 나오는 것은 아니다. 컨디션에 연연하지 않고 과정에 집중하겠다"고 각오를 드러냈다. 그가 내년 소치동계올림픽을 대하는 태도도 비슷했다. 이승훈은 "밴쿠버동계올림픽 때에는 올림픽 무대에 서는 것 자체로 좋았고, 메달 획득이 목표였다. 소치동계올림픽 때도 메달을 목에 걸 수 있기를 바란다"며 "네덜란드 선수들이 강하지만 올림픽 무대는 세계 챔피언도 장담할 수 없는 무대라는 것을 밴쿠버대회 때 느꼈다"고 전했다. 목표를 메달 획득으로 잡은 이승훈은 "밴쿠버동계올림픽을 마치고 금메달을 아니면 안되겠다는 부담이 오기 시작했다. 의무감에 운동을 했고, 즐겁지가 않아 그만두겠다는 이야기도 몇 번 했다"며 "현재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소치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는 즐기면서 운동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승훈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 "소치동계올림픽이 잘 마무리되면 평창까지 해낼 수 있도록 하겠다. 스피드스케이팅 선수들은 20대 후반, 30대 초반에 가장 좋은 경기력을 내고 있다"며 "평창 때 내가 31살로 넘어가는 시기다. 어찌보면 가장 무르익는 시기"라고 의욕을 내비쳤다. <저작권자 ⓒ 시사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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